양계협회의 달걀 파괴와 암탉 동원 시위, 동물산업계의 비인도적인 민낯이다.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정부는 안전한 달걀 유통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서 달걀껍질에 산란일자, 생산자고유번호, 사육환경 번호 표시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달걀껍질에 지역 부호와 농장명, 달걀포장재에 유통기한 날짜만 표시돼 있다. 그러자 대한양계협회 소속 농민 1,500여명이 10월 25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본부 앞에서 계란 산란일자 표기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농민들은 식약처가 생산농가의 현실은 감안하지 않고 산란일자 표기 법제화를 내세워 농가의 생존권이 침해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닭들이 동원됐고 닭이 있는 상태에서 달걀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연합뉴스의 보도 사진에 의하면, 수많은 달걀들이 시위에 사용되기 위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에 보도된 양계협회 시위장면
달걀은 산란계들이 A4용지 한 장 크기도 안 되는 비좁은 배터리 케이지에 갇혀, 평생동안 날개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살며 낳은 고통의 산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달걀의 99%가 배터리 케이지를 이용한 밀집, 공장식 축산에서 생산된 것으로, 결코 인도적 기준에 의해 생산된다고 볼 수 없는 환경이다. 닭의 절박한 삶이 고스란히 베인 달걀을 시위의 도구로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암탉을 대하는 양계산업의 태도와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닭을 풀어 놓고 닭을 향해 달걀을 던지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거부감과 분노를 일으켰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럽연합은 2012년에 암탉의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금지했고 호주와 미국, 캐나다 등지에선 단계적으로 폐지를 꾀하고 있다. 월마트, 테스코 등 대형 유통업계에서도 단계적 케이지 프리를 선언하는 등 국제적으로 달걀 산업계는 인도적인 최소한의 기준을 꾀해 나가고 있다. 그런 반면 우리나라는 케이지 프리에 대한 축산정책은 제대로 마련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계업계의 인식이 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의 틀이 변화하는 데에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일견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나 그들의 생계를 뒷받침해주는 고마운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양계산업이 닭을 대하는 태도를 여지없이 드러낸 이번 시위 퍼포먼스는 달걀 소비자인 대중들도 공분했다. 닭을 풀어 놓고 그 위에 달걀을 던지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이해받기 어려운 폭력적인 행태였음을 방증한 것이다.
스트레스 받는 시끄럽고 낯선 환경으로 닭을 데려와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도 모자라, 닭을 풀어 놓은 곳에 달걀을 던지는 비인도적인 행위는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학대 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동물보호법은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도구·약물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시위장에 동원된 닭들은 양계장의 산란계로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산란계들은 비좁은 케이지에 갇힌 환경에서 알을 낳느라 칼슘 부족으로 인해 쉽게 다리 골절이 발생한다. 시위 장소까지 운송되는 과정에서 닭들의 안전이 제대로 고려되었는지, 달걀 투척 과정에서 닭들이 상해를 입지 않았는지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과거 보다 더 많은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누구나 허가를 받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공공장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위에 동물을 동원하여 지지를 호소하고, 관심을 모으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야만적인 발상이다. 게다가 자신의 생계를 뒷받침해주는 동물이라면 사정은 더 달라진다. 최소한의 고마움과 연민마저 없는 산업계의 비인도적인 행태는 그들이 목적한 바와 달리 소비자들의 거부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생존권을 내세운 주장이 모든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동물자유연대는 양계협회가 비인도적인 퍼포먼스에 대한 자성을 꾀하고 재발 방지를 표명할 것을 요구한다.
2017년 10월 30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