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달걀 코너에 가면 볼 수 있는 수많은 달걀 제품들. 현재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은 평생 날개도 펼 수 없는 좁은 철장에서 본성을 억압 받는 스트레스로 살아가는 닭이 낳은 달걀입니다.
고통 받는 암탉들을 위해 우리는 닭을 풀어 키우는 방법으로 생산한 달걀을 구매함으로써 더 많은 닭들을 케이지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소비자들이 케이지 달걀을 방사달걀이라고 오해하고 구매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진1. 평생 케이지에 갇혀 알만 낳고 살아가는 암탉. 날개도 제대로 펼 수 없는 A4 반장 크기 공간에 갇혀 살아간다.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카니발리즘(서로 깃털을 쪼거나 공격하는 증상)으로 상처 입는 것을 막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부리를 자른다.
소비자가 속을 수 있는 달걀 이름들
많은 소비자들이 케이지 달걀인지 아닌지 정확히 확인하고 구매한다면 좋겠지만, 소비자들은 가장 눈에 띄는 제품 이름이나 브랜드를 보고 구매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제품 이름만으로는 케이지 달걀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문제는 아래처럼 제품의 이름과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닭의 사육방법에 대해서 착각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 오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달걀 이름들 - 목초를 먹였다는 건강한 닭이 낳은 달걀? ‘목초’와 ‘건강한 닭’이란 표현과 함께 겉면에 초록색 풀 이미지까지 있다 보니 초원에 사는 닭의 모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케이지에 사는 닭에게 목초액을 첨가한 사료를 먹였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목초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목초(牧草), 즉 풀이 아닙니다. 목재를 건류시켜 얻는 수용액 부분을 목초(木酢)라 하는데 이를 두고 말하는 것입니다. - 건강한 계란? 이 제품의 메인 이름은 건강한 계란이지만, 목초를 먹인 건강한 닭이 낳았다는 문구가 겉면에 함께 포함돼 있습니다. 이 제품 또한 닭을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농가에서 생산된 제품입니다. - 착한 계란? 제품을 구매하면 일정 금액이 국내외 아동복지단체에 기부됩니다. 이에 착한 계란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달걀의 생산과정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외에도 목초뿐 아니라 최근 유황, 청국장 등 닭에게 특정물질을 먹여 생산했다는 제품들도 케이지에서 사육하면서 사료에 그 물질들을 첨가하는 것일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는 ''동물복지'' 인증마크나 ''유기농''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케이지 달걀일 확률이 높습니다. |
달걀 이름뿐 아니라 HACCP 인증마크나 무항생제 인증마크가 있어도 닭의 사육방법은 케이지 달걀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각종 인증마크들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보니 인증마크만으로는 케이지 달걀인지 아닌지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달걀을 살 때 케이지 달걀인지 아닌지 어떻게 쉽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해외의 경우 이런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달걀 포장지에 사육방법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사육방법 표시를 의무화한 유럽과 호주
유럽연합과 호주 일부 주에서는 달걀 포장지에 사육방법을 표기하는 ''라벨링(Labeling) 제도''를 법으로 의무화했습니다. 단지 케이지 사육 여부만 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닭을 실내에서만 사육하는지, 야외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지도 중요시 여겨 방목 여부도 구분해 표시합니다. 소비자들은 닭 사육방법에 대한 정보를 통해 원하는 달걀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사진2. 영국의 달걀제품. 사육방법에 따라 Eggs from caged hens(케이지 사육으로 생산된 달걀), Barn eggs(실내평사사육으로 생산된 달걀), Free range eggs(방목사육 달걀)이라고 달걀 포장지에 표시해야 한다. | 사진3. 호주 달걀 제품들, 선반에 진열 했을 때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패키지의 앞부분에 사육 방식을 크게 표기하도록 되어있다. |
무엇보다 사육방법 표기는 동물복지 증진의 효과가 있습니다. 영국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사육방법을 표기하는 라벨링 제도가 실시되면서 생산되는 케이지-프리(Cage-free) 달걀이 2003년 31%에서 2011년에는 51%로 증가했습니다. 라벨링 제도가 그만큼 암탉의 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사육방법 표시는 케이지에서 벗어나 땅을 밟고 사는 암탉의 수를 늘리는 효과를 얻게 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달걀뿐 아니라 다른 축산물에도 사육방법을 표기할 것을 제안하고 있기도 합니다.
평생 케이지에 갇혀 알만 낳는 암탉들이 자유롭게 땅을 밟고, 둥지를 틀고, 횃대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드는 길, 사육방법 표시는 국내 동물복지 향상에 한 걸음 나아가는 길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단계적인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달걀 제품 포장지에 사육방법이 표기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 및 케이지 사육의 비인도성에 대한 캠페인 등으로 암탉의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동물자유연대 농장동물 복지 캠페인에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