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는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 중에 있는 ‘국가 동물복지5개년 계획’에, 동물전염병 발생의 원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및 질병 통제의 전 과정과 동물 살처분에 적용할 동물복지 기준 및 관련 장비 확보 계획 수립을 촉구한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014년 1월 3일에 있었던 제2차 동물복지5개년 계획 세부방안 마련 회의에서 가축전염병 발생 시 인도적인 살처분 기준 마련을 제안했으나 이 제안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고, 그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살처분의 사태가 온 것에 유감을 표한다.
정부는 16일 전북 고창의 오리 농장에서 AI 발생을 시작으로 발생 농가뿐 아니라 의심 농가의 오리까지 전부 살처분 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살처분 범위를 AI 발생 농가 반경 3km로 확대해 22일 까지 368,650마리를 살처분 했으며, 23일 현재 총합 430,650마리의 오리를 살처분할 예정으로 발표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국내에서는 2003년에 처음 발생 이후 10여년이 넘는 동안 2~3년 주기로 반복되며 총 2천5백여 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전염병을 농가의 주의와 약품에 의존한 예방에 치중할 뿐, 총체적인 대응이나 인도적인 살처분에 임하는 정부의 대책은 현실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 및 세계 178개국이 가입해 있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규약에 따르면 가축전염병 발생 시 살처분 과정에서 동물복지는 중요한 고려대상이며 인도적인 방법을 고려해 살처분이 시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동물보호법 및 AI 긴급행동지침 상에는 동물의 도살 시 고통을 최소화하라는 지침만 있을 뿐 살처분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동물복지 저해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2011년 개정된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나온 살처분 방법은 오리사 내 평사에서 가스를 이용한 안락사 방법과 50~100cm 높이, 길이 20m의 구덩이를 준비해 평사에서 가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동일한 도살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각 방법에서 동물복지를 고려한 구체적인 지침은 나와 있지 않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살처분 방법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어 그나마 제시된 방법마저 준수하는지도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
이번 살처분 과정을 촬영한 영상에서도 이동식 컨테이너 안에 오리가 살아있는 채로 가득 담겨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을 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런 경우만 보더라도 동물이 비인도적으로 죽임 당하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매몰 전 확실히 죽은 것을 확인해야 할 뿐 아니라 OIE 규약에 따르면 살처분 동물을 직접 다루는 것을 최소화해(원래 있던 자리에서 살처분 방법을 사용하거나 이동이 필요한 경우 상자나 드로워를 이용해 이동)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일 것을 명시하고 있다.
(MBC 이브닝 뉴스, 고창서 폐사한 가창오리 ‘AI 판명’ 철새 도래지 예찰 강화)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한국이 OIE 가입국으로서 OIE가 제시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준수되기를 요구한다.
- 살처분에 사용되는 장비 및 기구는 고통과 상해를 피할 구조로 설계되고 만들 것. - 도살 진행 과정에서 사용되는 가스 농도는 정확히 측정 가능해야 함. -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피하지 않도록 낮은 가스 농도에서 시작해 죽음에 이르기 충분한 농도까지 점차 증가시킬 것, 또한 완전히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농도 유지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함. - 동물이 완전히 죽음에 이르렀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함. 불가능한 구조라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마련하고 전 인력이 숙지해 산 채로 매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함. - 상자나 챔버 등에 동물을 넣어 가스 도살 방법을 사용할 시에는 모든 동물이 앉을 수 있는 밀도로 동물을 수용하므로, 과도한 밀도에 의해 질식사할 위험을 방지할 것. - 살처분에 참여하는 전 인력(방역관, 시•군 관계자, 수의사, 동물 취급자, 살처분 집행자, 사체처리자, 농장주 등)에 인도적 살처분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과 동물복지를 고려하는 책임 부여: 살처분은 단지 한 두 명의 동물복지 감독관이 필요한 사안이 아님을 나타냄.
*2013 OIE - Terrestrial Animal Health Code 참조 |
또한, 조류인플루엔자의 원인을 철새에 두고 이동 제한을 완화 시킨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바이러스 확산이 인간의 활동 및 이동에 의해 빠르게 전파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동제한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 실제로 철새의 이동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보다 오리와 오리제품의 이동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됨을 의미하는 해외사례 및 연구자료가 있다(The role of the intensive poultry production industry in the spread of avian influenza, 2007, CIWF).
동물자유연대는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살처분이 진행될 때마다 생매장 금지 및 인도적 도살에 대한 대안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또한 거듭되는 질병발생을 막기 위해 근본적 원인인 축산업의 계열화와 규모화에 우려를 표했으며, 집약식 축산에 대한 반성과 동물복지 축산으로의 전환 정책을 적극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매번 평상시엔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거나, 질병 발생 시엔 위기적 상황을 강조해 사회에 긴장감을 조장하며 상황을 마무리 짓기에만 급급하다.
그 결과 전염병 발생 시 마다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을 비인도적으로 살처분 하였으며, 살처분은 농가에게도 경제적 타격을 주었다. 농가에 대한 일말의 보상비용 역시 국민의 세금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한 결과이며, 사체 매장은 환경 폐해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국가 동물복지5개년 계획에, 동물전염병 발생의 원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및 질병 통제의 전 과정과 동물 살처분에 적용할 동물복지 기준 및 관련 장비 확보 계획이 포함될 것을 촉구한다.
2014년 1월 23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