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암탉의 부리는 왜 잘려있을까?

농장동물

암탉의 부리는 왜 잘려있을까?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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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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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의 부리는 왜 잘려있을까?

관행 산란계 농장, 창고 안에는 가로 세로 40cm 정도 되는 철장(Battery cage)들이 일렬로 층층이 쌓여있고, 각 철장 마다 3마리에서 많게는 5마리 닭들이 빽빽이 들어 있습니다. 닭 한 마리 당 A4용지 반절 크기의 공간에 서 있는 것이죠.

자세히 보면 암탉들의 부리가 잘려있는데요, 부화장에서 태어나자마자 불에 달군 뜨거운 날로 부리 끝을 잘라버렸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많은 수의 병아리 부리를 잘라야하기 때문에 각 병아리의 부리를 정교히 자르기란 어렵습니다. 부리에 출혈이 생겨도 적절한 지혈조치도 하지 않죠. 기계에 부리가 잘못 잘려 염증에 시달리거나 부정교합이 되기 일쑤며, 기형이 된 부리는 평생 먹이를 먹거나 깃털을 다듬는 등의 행위를 힘겹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왜 닭의 부리를 자르는 걸까요?
닭들의 주요한 습성으로 ''먹이 찾기(Foraging)'' 습성이 있습니다. 닭들의 부리는 마치 사람의 손과 같은 역할을 하며 감각이 매우 예민한 기관입니다. 자연 상태에서의 닭은 깨어있는 시간의 50~90%를 먹이 찾는 행동을 하는 데 소비하며, 먹이를 찾으려 땅을 쪼거나 긁고, 탐색하는 행동을 합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쪼는 행동을 15,000번 이상이나 합니다.
그러나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에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닭의 이런 기본적인 습성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바닥까지 철망으로 이루어진 배터리 케이지 안에서는 꼼짝없이 움직이지 못할 뿐 아니라, 털을 깨끗이 하기 위해 모래 목욕을 하거나, 먹이를 찾는 행동을 하기란 평생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하루에 15,000번 이상 쪼는 습성을 가진 암탉들의 행동이 함께 밀집 사육된 다른 닭들의 날개를 쪼는 형식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심지어 모래목욕은 닭들의 타고난 습성이기에 케이지 안에서 모래목욕을 하는듯한 행동을 보이지만, 실제 모래목욕을 함으로써 얻는 효과를 얻지 못하기에 닭들은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로 공격적인 행동은 더욱 강해집니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 땅을 쪼고, 긁는 행동을 한다면, 닭이 항상 배부르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먹이를 찾는 행동 자체가 닭이 가진 타고난 습성이기에 충분히 먹이가 제공될지라도 땅을 쪼고 먹이를 찾는 욕구는 여전히 강합니다. 날개를 한 번 퍼덕이는 것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좁고, 척박한 환경의 배터리 케이지 안에서는 이런 본성을 충족할 수 없기에 다른 닭들을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서로 상처 입히는 것을 방지하려고 닭의 부리를 자르는 것입니다.

(참고) 유럽연합은 산란계 복지를 위해 2012년 산란계 배터리케이지 사육을 금지했고, 영국 DEFRA(환경식품농무부)는 2016년부터 산란계 부리다듬기를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