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암탉을 좁은 철장에서 구출해 줄 기업, 한국엔 없나요?

농장동물

암탉을 좁은 철장에서 구출해 줄 기업, 한국엔 없나요?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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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2.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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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3월, 우리나라는‘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를 도입했다. 일정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한 농장에 국가가 인증하고 이 농장의 축산물은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표시해 판매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12년 산란계(달걀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 농장에 대한 인증을 시작으로 돼지, 육계, 한⋅육우, 젖소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산란계의 경우 기본적으로 닭의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있으며, 모래찜질 시설, 산란상자, 횃대 설치 등의 기준을 제시해 닭의 본성을 고려하도록 했다.  



동물복지 인증 마크

A4 반장 크기의 철장에서 평생 알만 낳는 국내 6천만 마리 암탉에게 동물복지 인증제도 만큼 반가운 게 또 있을까. 그러나 2013년 1월 기준, 전국에서 날개를 펼 수 있는 자유를 얻은 닭은 1.1% 에 불과하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에 대한 유통 판로를 많이 확보하지 못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임에도 다른 달걀의 이름으로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동물복지 인증 달걀의 판매는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지방에 있는 소비자들은 접하기 어렵다. 이마트에 따르면 매출액 비중은 2% 미만인 실정이다.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과 자연에 방사되어 사육되는 닭의 모습

인간의 편리와 생산성만을 생각하는 관행 사육보다 생산비가 높고 더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는 동물복지 달걀의 이용이 활발하지 않으면, 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 제도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 이 제도의 활성화는 정부가 다양하게 제도를 홍보하며 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를 추구해 나가므로 이루어질 수 있다. 농가는 적극적인 개선의지를 갖고 제도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소비자, 농가에게만 우리가 이용하는 동물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공장식 축산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져 소비자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행되고 있다. 가축의 케이지 사육 금지 등 동물 복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과 함께 기업이 축산물 구매자로서의 책임을 느끼고 동물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윤리경영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는 납품받는 축산물에 대해 자체적인 동물복지 기준을 제정하고 축산농가에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산란계 케이지 면적 확대, 강제 털갈이(닭의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약 10일 동안 먹이와 물을 주지 않고 어두운 곳에 가두는 것) 금지, 꼬리와 부리 절단 금지, 어미돼지 스톨(폭 60cm의 철장 틀) 사육 단계적 폐지 등을 축산 농가에 제시하고, 앞으로 이를 준수한 농가에서만 구입할 것을 밝혔다. 이런 맥도날드의 동물복지 활동은 버거킹과 웬디스 같은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에도 영향을 미쳐 동일 조치를 취하게 했다.

미국의 대형 유통기업인 ‘세이프웨이’는 2008년부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케이지-프리 달걀(Cage-Free Eggs, 좁은 케이지 사육이 아닌 넓은 농장에서 사육하는 닭이 낳은 달걀)을 공급받기 시작했으며, 2년 뒤 케이지-프리 달걀의 판매량을 6%에서 12%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현재는 세이프웨이 달걀 판매량의 15% 이상을 케이지-프리 달걀이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동물복지를 준수한 축산물을 구입해 나갈 것을 밝혔다

2013년 1월에는 미국 대표 식료품 회사인‘제너럴 밀스’, 고급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호텔’, 세계 최대 급식기업인 ‘아라마크’에서도 동물의 인도적인 처우와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축산물을 공급하는 목적으로 동물복지를 준수하는 농가의 축산물을 구매한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대형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동물의 복지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 기업에 납품하는 식품회사 및 축산업체들이 동물복지를 준수하는 사육 구조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으며, 동물복지를 준수하는 농가에서는 안정적인 공급처 마련으로 동물복지를 고려한 사육에 더욱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복지에 관심 있는 소비자층도 더욱 두텁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소비자의 권리를 토대로 기업들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 밝히도록 요구하고, 더욱 철저한 기준과 규정을 지키도록 하는 등 동물복지 감시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기업과 같은 윤리경영이 국내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내에도 지사가 있는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한국 현실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업계 상황을 고려해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한국 지사에서는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물의 복지에 초점을 둔 제도인‘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의 도입은 우리나라 농장동물 복지 발전의 시작점과 같다. 해외 사례와 같은 기업의 참여는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유통 판로 확보와 1% 대 수준의 참여 농가 수 또한 확대시켜 나갈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농장동물의 복지 향상과 함께 우리는 더 안전하고, 건강한 축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국내 농장동물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소비자뿐 아니라 무엇보다 축산물을 대량으로 이용, 판매하는 기업들의 책임 있는 참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