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피터싱어의CNN기고] 유럽의 윤리적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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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싱어의CNN기고] 유럽의 윤리적 달걀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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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2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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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피터싱어가 CNN에 기고한 글을 동물자유연대에서 번역, 정리한 것입니다. 퍼가거나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프린스턴 대학의 생명윤리학 교수이자, 멜번 대학의 명예교수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동물해방 (Animal Liberation), 실천윤리학(Practical Ethics), 죽음의 밥상(The Ethics of What We Eat),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The Life You Can Save) 등이 있다. 

40년 전, 나는 다른 몇 명의 학생과 함께, 암탉을 수용하는 ‘배터리 케이지’ 사용에 반대하는 전단을 가지고 번화한 옥스퍼드 가에 서 있었습니다.(배터리케이지 : 공장식밀집사육형으로 겹겹이 쌓여진 철제우리)


전단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먹는 달걀을 낳은 암탉들이, 단 한 마리 조차 날개를 펼치거나 퍼덕거릴 수 없을 만큼 비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된다는 사실을 몰랐죠.(이 케이지에는 보통 4마리의 암탉이 사육됩니다.) 암탉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둥지에 알을 낳을 수도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패기에 찬 이상주의에는 박수를 보냈지만, 우리가 거대 산업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습니다.


2012년 새해 첫날,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의 27개국 전체에서 ‘배터리 케이지’ 사육이 금지되었습니다. 여전히 케이지에서 암탉을 사육할 수는 있지만,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해야 하며 반드시 둥지상자와 스크래칭 포스트(scratching post)를 제공해야 합니다. 
지난 달, ‘영국 암탉 복지재단(British Hen Welfare Trust)’의 회원들은 그들이 (해방이라는 뜻의) ‘리버티(Liberty)’라고 이름을 지어준 암탉에게 새로운 집을 마련해 주었는데, 리버티는 배터리 케이지에서 살았던 영국의 마지막 암탉들 중 한 마리입니다. 
(관련기사 보기 클릭 :유럽 암탉들 ‘자유 날갯짓’)


1970년대 초, 현대 동물해방운동이 시작되던 때, 주요 단체 가운데 ‘배터리 케이지’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던 단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든 동물보호단체의 모체인 ‘영국왕립 동물학대 방지협회(Royal Society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는 이미 오래 전에 그들의 초기 급진성을 잃은 상태였죠. 그들은 오로지 학대의 케이스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농장이나 실험실에서 동물들을 관행적으로 학대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 케이지’와 공장식 동물사육에 대한 RSPCA의 무사안일주의를 흔들어 놓기 위해, 1970년대의 새로운 동물 급진주의자들은 일치단결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동물권리운동은 보다 광범위한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방사(free-rage)해서 사육한 암탉이 낳은 달걀을 사는 것으로 반응했습니다. 몇몇 슈퍼마켓 체인점들은 ‘배터리 케이지’의 암탉이 낳은 달걀을 판매하는 것을 중단하기도 했구요.


영국과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 동물복지는 정치적으로 핵심적인 문제가 되어, 의회의 대표들을 압박했습니다. 유럽연합은 농장의 동물 복지 문제를 조사하는 과학위원회를 설립했고, 위원회는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할 것과 함께 일부 소와 돼지의 밀집 사육 금지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1999년 유럽연합의 ‘배터리 케이지 금지법’이 채택되었으나, 투자한 장비를 단계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생산자들에게 보장해 주기 위해, 이행 시기를 2012년 1월 1일까지 유예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영국의 달걀 산업은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보다 덜 잔인하게 암탉을 사육하는 방법들을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똑같이 준비가 된 상태는 아니며, 80만 마리 이상의 암탉들이 여전히 불법적인 ‘배터리 케이지’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관행적인 ‘배터리 케이지’에서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최소 300만 마리의 암탉들이 현재는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특히 유럽연합은 이미 금지법을 따르고 있는 달걀 생산자들로부터 이러한 배터리 케이지 금지법을 모든 곳에 확대 시행하라는 막대한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유럽은 ‘배터리 케이지’ 금지법을 통해, 화장품 동물실험을 제한함으로써 얻어낸 세계동물복지 선두주자로서의 위치를 더욱 분명히 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유럽의 동물복지에 대한 의식이 다른 나라들 보다 한참 앞서 있는 것일까요?


미국에는 생산자들이 어떻게 달걀을 생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방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가 2008년 캘리포니아의 유권자들에게 주어졌을 때, 사람들은 ‘모든 농장 동물이 사지를 완전히 펼 수 있고, 다른 동물이나 케이지 벽에 닿지 않고도 몸을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에 압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이는 문제가 미국 시민의 사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선거자금을 대는 산업들이 대중이 바라는 것을 좌절시킬 정도로 지나친 권력을 가지게 하는’ 미국 정치시스템인 미연방정부의 수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엄청난 수의 암탉이 케이지에 갇혀 있지만, 동물복지운동은 이제 막 부상하기 시작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수백만 농장동물들의 복지를 위해서 우리는 중국의 동물복지운동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또 성공하기를 바라야만 합니다. 
올해 첫날은 동물복지의 중요한 진전을 기념하기 위한 순간이며, 그럼으로써 유럽이 더 문명화된 사회, 더 인도적인 사회로 가는 한 걸음,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는 한 걸음을 내디뎠음을 기념하는 순간입니다. 또한 이는 민주주의의 유효성과 윤리적 신념의 힘을 기념하기 위한 때이기도 합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는 “사상이 깊고 열성적인 시민들로 구성된 소그룹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는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이다. 실로 그것이 세상을 바꿔온 유일한 힘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첫 문장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유럽의 ‘배터리 케이지’의 종말은 Arab Spring(아랍의 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광범위한 반정부 시민 저항 운동)보다는 덜 급진적인 진전이나, 그 시민봉기처럼 사상이 깊고 열성적인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글: 피터 싱어(Peter Singer)

* 이 기사의 내용은 오로지 피터 싱어(Peter Singer)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이러한 동물복지농장인증제가 잘 정착되면 건강하고 인도적인 소비운동을 통해 동물복지 축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고, 공장식축산업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이 5가지 자유(굶주림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 상처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표현의 자유, 공포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좀 더 인도적인 환경과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2012년부터 시행되는 동물복지농장인증제가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실효성 있게 실시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제역과 AI 등 가축전염성질환이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인 사육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거나, 인도적인 방식의 농장동물들의 치료 대책에 집중하기 보다는 수백만 마리의 농장동물들을 산채로 생매장 해왔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사료값 증가에 비해 하락한 소 값 파동에 대한 대책으로 송아지 고기 판매 및 40만 마리의 암소 도축 등 비인도적인 정책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2012년 현재 한국의 농장동물의 복지 상황은 이제 새로운 진전을 위한 한 걸음을 띄었지만, 아직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동물복지운동이 수십년간의 열성적인 활동과 참여를 통해 거대한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만큼, 우리도 지속적이고 활발한 실천활동으로 농장동물들의 복지를 위한 괄목한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