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하나뿐인 지구> 7월 8일 밤 11시 10분~12시
가축의 권리를 말하다
[방송 개요]
2010년 8년 만에 구제역 비상이 걸렸다.
AI, 돼지 인플루엔자 등 해년마다 가축에게서 시작한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사육시스템이 첨단을 달리는 지금,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가축질병은 왜 생기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밀집 사육 환경’을 꼽는다. 대량생산 시스템이 낳은 폐해, 공장형 축산의 문제와 그 대안을 짚어본다.
◆ 동물학대 현장, 밀집 사육의 실태
축산업의 발달은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면서 우리들의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풍요로운 식탁의 이면에는 가축의 비참한 현실이 숨어 있다.
번식용 돼지는 1년 중 350일을 길이 2m, 폭 60cm 크기의 몸에 꼭 맞아 돌아눕기도 힘든 우리 (스톨) 에서 지낸다. 수만 마리의 산란계가 갇혀 있는 닭장도 마찬가지.
배터리 케이지로 불리는 철망의 크기는 A4 한 장 남짓한데 여기에 2~4마리가 몸을 비비며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지나치게 높은 밀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보이며 서로를 공격하는 닭들.
농가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닭의 부리와 발톱을 잘라내기까지 한다. 평생을 밀집된 공간에서 지내며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있다보니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폐사되는 예가 빈번하다.
생의 마지막, 죽음으로 가는 길에서조차 가축들의 스트레스는 계속된다.
불법개조된 전기몰이 봉에 맞으며 도축장에 끌려온 돼지들은 공포 속에 충격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 가축 질병의 확산, 식탁에 빨간등이 켜졌다
비좁은 공간, 분뇨로 뒤덮인 가축들, 정상적인 운동과 임신,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면역력은 떨어진다.
한국에서 공장형 축산이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이 창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브루셀라, 대장균 등 소모성 질병도 만연한다.
농가에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사육환경을 바꾸기보다는 항생제 처방에 급급하고, 결국 스트레스 호르몬과 항생제로 얼룩진 축산용품이 식탁에 올라온다.
가축생태의 불안이 인간을 위협하는, 이른바 ‘가축의 역습’이다.
◆ 농장 동물의 복지, 변화의 시작
축산업이 발달한 EU 에서는 인간과 가축을 똑같이 배려하는 윤리적 사육, 이른바 ‘동물복지 운동’이 한창이다. 영국은 2012부터 소, 닭을 가둬 기르는 사육을 전면 금지한다.
한국에서도 자발적으로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각종 과실을 배합해 발효시킨 건강음식과 콩물을 먹이고 임신하면 왕겨를 깔아 놓은 푹신한 평사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돼지 농장. 넓은 초지를 마음껏 뛰어다니며 풀을 뜯도록 방목하는 소와 닭 농장.
상대적으로 평화롭고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 가축은 스트레스가 최소화돼 더 높은 생산성, 좋은 품질의 축산품을 낳는다. 또한 분뇨를 퇴비화해서 축산 오폐수를 전혀 내보내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걱정도 없다.
가축의 본성대로 사육하며 최대한의 행복을 주기 위한 노력이 안전한 먹을거리와 자연환경이라는 인간의 권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 인간과 가축, 행복도 순환한다
인간의 식탁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가축의 삶의 질 역시 높아져야 한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길러지는 가축이지만, 이들 역시 동물이고 생명이다. 가축이 건강하고 행복할 때, 인간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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