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화재로 사망한 돼지 480마리, 그들은 그저 ‘재산’이 아닙니다
오늘 새벽, 경남 양산시 원동면의 한 돼지 축사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축사에 있던 돼지 480마리 중 다수가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 안타까운 사건을 다룬 대부분의 보도에서는 ‘재산 피해 9천5백만 원(소방서 추산)’이라는 문구만 반복될 뿐, 불에 타 죽은 돼지들의 고통이나 생명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뜨거운 불길 속에서 도망칠 수도, 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었던 생명이 분명 존재했음에도 뉴스 속 그들은 그저 ‘재산 피해 내역’으로만 언급됩니다.
그 현장에도 생명이 있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 경북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속에서도, 동물이 재난 상황에서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확인했습니다. 짧은 목줄에 묶여 구조되지 못한 채 불길 속에 남겨진 반려동물, 도망칠 길이 막힌 야생동물들, 그리고 피해 규모에조차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
재산 피해만 집계된 그 현장에도 살아 숨쉬던 생명이 있었습니다. 이번 돼지 축사 화재 사고 역시 400여 마리의 동물 피해는 조명되지 않는 현실을 바라보며 또다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왜 동물은 재난 속에서 생명으로 존중받지 못하는가?”
아직 우리의 현실에서 동물은 '재산’일 뿐입니다.
현행법과 제도, 언론 보도 모두 ‘가축’이라는 이유로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경제적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돼지가 불에 타 죽으면, 이는 '재산 피해'로 집계되고, 소방 대응 매뉴얼에도 동물의 생명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어떤 생명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보호받고, 어떤 생명은 동물이라는 이유로 숫자로만 남습니다.
우리가 함께 바꾸어야 할 것들
이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만큼이나 우리 모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동물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생명’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시작이어야 합니다.
• 동물의 죽음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지 않기
화재나 재난 보도 속 ‘가축 수백 마리 폐사’라는 문장 속엔 수백 개의 고통과 죽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던 표현들이 생명을 지우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 보도 기준에 생명 존중 요구하기
언론이 동물의 죽음을 단순한 재산 피해로만 보도하지 않도록,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기사 댓글, SNS 공유, 언론사 항의 등 작은 실천이 인식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 구조의 우선순위에 동물 포함 요구하기
위기의 상황에서 동물의 안위는 뒷전으로 여기지 않도록, 동물 역시 재난 상황에서 당연히 구호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재난 대피 정책을 개선해야 합니다.
동물의 가치를 재산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이번에 화재로 희생된 돼지들은 그저 ‘자산’이 아니었습니다. 그들도 두려움 속에서 고통을 느끼고, 살기 위해 몸부림쳤을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동물의 피해를 경제적 가치가 아닌 존재 그 자체로 바라보는 사회라면 재난 앞에서 인간 뿐 아니라 동물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동물의 죽음이 숫자로만 기록되지 않도록, 그 뒷면에 가려진 동물의 고통과 희생을 들여다보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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