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에 이용된 복제견 ‘메이’의 처참한 몰골과 함께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의 묻지마식 잔혹한 동물실험의 정황이 세상에 드러났다. 15일 KBS 보도 중 지난해 11월 촬영된 메이는 한 줌의 살집도 없이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으며, 윤기를 잃은 털에, 코피를 흘리고, 다리가 풀린 듯 낮은 턱도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식기 역시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다. 이 교수팀이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로부터 동물실험을 하겠다며 메이를 포함한 3마리의 개를 데려간지 8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서울대 동물실험 윤리위원회의 자체 점검이 있던 시기에 검역본부에 잠시 잠시 맡겨졌던 메이는 이후 실험실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서울대 실험실에 맡겨진 3마리의 개 중 한 마리가 폐사했고 그 중 한 마리가 메이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학교측은 자연사라 주장하고 있다.
이병천 교수팀이 사역견을 동물실험에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1년 9월 국정감사에서 은퇴마약탐지견을 공혈견 및 동물실험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 교수는 동물자유연대의 해명요구에 자신이 서울대학교부속동물병원장 직무를 수행한 후 관세청으로부터 실험동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였으나, 동물자유연대는 서울대학교에 진상 규명 요구와 관세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은퇴 탐지견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부속동물병원에 양도된 것을 밝혀낸 바 있다. 당시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측은 관세청으로부터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양도받은 탐지견의 수는 15마리였으며, 6마리는 수의과대학 입양 용도로 9마리는 동물병원에서 공혈견 용도로 양도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비글 구조 네트워크]
하지만 이후 서울대 동물병원이 입양 처리한 6마리의 입양자 명단을 보면 1마리는 신원불명, 1마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내과 소속 수의테크니션, 3마리는 이병천, 황우석 교수의 복제연구와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3명의 교수들, 1마리 입양자는 서울대 수의독성학 교수였다. 이병천 교수는 동물복제 연구에 주력하는 과학자이며, 서울대 동물병원은 2008년 ‘세포치료 및 동물복제 클리닉’을 개원할 정도로 동물복제와 관련된 야심찬 계획을 이어나갔으며, 이 교수 역시 탐지견 복제에 연속적인 성과를 이어나갔다. 이러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은퇴탐지견을 반려의 목적으로 입양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다름 없을 것이다. 거듭된 진실 규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시 서울대와 이병천 교수는 탐지견을 동물실험에 이용하지 않았다는 믿기 어려운 주장만 남긴 채 유야무야 넘어간 전력이 있다.
동물보호법은 탐지견 등의 사역견을 동물실험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24조는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른 장애인 보조견 등 사람이나 국가를 위하여 사역(使役)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금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할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규정으로 △인수공통전염병(人獸共通傳染病) 등 질병의 진단·치료 또는 연구를 하는 경우 △방역(防疫)을 목적으로 실험하는 경우 △해당 동물 또는 동물종(種)의 생태, 습성 등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위하여 실험하는 경우 허용하고 있으나 메이는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성 분석’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동물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역시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지부에서 5년간 탐지견으로서 밀반입되는 농축산물을 찾아내는 역할을 수행하다 은퇴한 메이는 당연히 실험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어떠한 이유로 이 교수팀은 메이를 실험동물로 요구했고, 어떻게 그 요구가 받아들여졌는지 서울대와 검역본부는 밝혀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 비글 구조 네트워크]
인간의 이익을 위해 복제견으로 태어나 인간을 위해 헌신하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고통 속에 죽어간 메이. 그 삶은 해마다 소리 없이 사그러져가는 300만 마리에 달하는 실험동물들의 비극과 고통을 웅변하고 있다. 또 어떠한 원칙도 없이, 혹은 있는 규정과 원칙마저 무시하며 진행되는 동물실험과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실험동물을 빼돌리는 뻔뻔함과 얄팍함은 지금 이 순간도 보이지 않는 어느 곳에서 제2, 제3의 메이가 고통에 헐떡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낸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동물실험윤리위회 설치기관을 지도·감독하고 있는 검역본부에 실험동물로 은퇴사역견을 요구했다는 점과 검역본부에서 아무런 고민 없이 메이 등 탐지견을 실험기관에 넘겼다는 점에서 더욱 경악스럽다. 검역본부는 2017 농림축산검역본부 연보에 “특히, 검역본부는 동물보호법 제28조(윤리위원회의 구성 등에 대한 지도·감독)에 따라 국내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기관들에 대한 지도·감독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운영에 있어 타 기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따라서 검역본부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반복되는 비극을 끊어내기 위해 비통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진실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엄중히 촉구한다.
하나, 서울대는 메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동물단체 등 외부위원이 포함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라.
하나, 서울대는 메이가 어떠한 실험에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사역견을 포함해 부적절하게 실험에 이용된 다른 동물이 있는지 밝혀라.
하나, 이번 사건의 책임자인 이병천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와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즉각 사퇴하라.
하나, 경찰과 검찰은 동물보호법에 의거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를 엄정 처벌하라.
2019년 4월 17일
동물자유연대
잔혹한 동물실험으로 목숨을 잃은 메이의 진상규명 촉구와 남은 실험견들의 구조를 위한 국민청원 바로가기
김정화 2021-08-20 15:30 | 삭제
처벌됐나요... 메이가 너무 안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