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에서 반출된 고양이들이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보호 시설에서 지내게 된지 한달 반 가량 지났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고양이 보호∙관리를 맡은 ‘유기동물 없는 제주 네트워크’(유동네,@udongne.jeju) 활동가들이 최선을 다해 고양이들을 돌보며 입양과 임시보호를 추진하고, 고양이들이 시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고양이가 케이지 밖으로 나와 지내며, 돌봄 활동가들의 관리 아래 야외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마라도 고양이 반출 직후 보호 시설을 방문하고, 유동네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필요 물품을 확인해 모금을 진행했습니다. 고양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많은 분들께서 모금에 참여해주신 덕분에 예상보다 더 많은 금액을 모을 수 있었고, 전액 모두 마라도 고양이 물품 구입에 사용했습니다.
비좁은 크롬케이지에서 꺼내주기 위해 시급했던 대형 케이지와 화장실 등을 가장 먼저 구입했고, 고양이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스크래쳐, 화장실, 장난감, 간식 등의 물품도 차례로 지원했습니다. 시민 분들이 보내주신 사랑과 돌봄활동가들의 헌신을 통해 마라도 고양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천천히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정작 고양이 보호를 책임져야 할 제주가 또 한번 고양이 반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최근 제주 지역 언론을 통해 보호 시설이 열악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고양이들을 다른 곳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마라도 고양이 반출이 언급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동물자유연대를 비롯한 단체들은 길고양이 입양의 어려움을 알리며 반출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문제를 수차례 제기했습니다. 지난 3월 시설 방문 당시에도 해당 시설이 장기적으로 고양이를 보호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개선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다 입양보낼 수 있다”라고 큰소리치던 문화재청은 그 후 마라도 고양이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제주도는 시설 개선 등 대책 마련에 나서는 대신 사안을 회피하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왔습니다. 결국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쫓아냈듯 이번에는 보호시설에서 고양이들을 치워버리려는 시도를 되풀이 중입니다.
반출은 한 순간이었지만 고양이들이 겪는 괴로움은 그 순간부터 계속 이어졌습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의 졸속 행정 결과 벌어진 문제는 단체와 시민들의 헌신으로 채워왔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마라도 고양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담당 기관의 태만은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입니다.
동물자유연대를 포함한 연대 단체들은 마라도 고양이들이 또 한번 위협에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후속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라도 반출 고양이 모금에 함께 힘을 보태주신 시민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이후에도 이어질 마라도 고양이들을 위한 활동에 꾸준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