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길고양이에 대한 정책이 부재하다시피했습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고양이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파헤쳤고, 부족한 먹이 자원을 두고 영역을 다투는 고양이들의 소음에 주민들은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네온사인 가득한 도심의 환한 밤은 고양이의 발정을 더 자주 유발했고, 그 결과 반복되는 출산은 민원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공존을 위한 고민도, 주민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없던 시절 지자체는 민원이 들어오면 고양이를 잡아다 보호소에 데려다놓은 뒤 그 안에서 스스로 죽게 두거나 안락사를 시켰습니다. 야생성 때문에 반려동물로서 살기 적합하지 않았던 길고양이들에게 입양의 기회는 거의 찾아오지 않았기에 길고양이가 보호소에 들어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사람들의 눈 앞에서 치워버리면 된다는 단순한 접근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서울 종로구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길고양이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목적으로 대대적인 살처분을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고양이로 인한 불편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고양이 살처분은 쥐의 출몰을 급증하게 만들었고,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결국 살처분을 중단하고 TNR로 방향을 전환하고나서야 쥐로 인한 피해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살처분은 ‘진공 효과’로 인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개체수 조절에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영국의 생물학자 Roger Tabor는 고양이 퇴치(trap and kill)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보통 실패하고, 설치류 증가와 같은 역효과를 낳는다’며, ‘중성화 수술을 한 고양이가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가 외부에서 다른 개체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면 몇 년에 걸쳐 개체수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러 문제와 부작용 등을 겪은 뒤 국내에서도 인도적이고 효과적인 길고양이 관리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2012년 말, 민원에 의해 길고양이가 보호소에 들어가 죽임 당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동물보호법을 개정했고, 그 후로 지자체 차원에서의 중성화 사업도 확산됐습니다. 동물단체와 시민들은 길고양이로 인한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급여와 중성화를 병행했고, 길고양이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며 인식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먹을 게 없어 사람이 버린 맵고 짠 김치를 나눠먹거나 심지어 돌과 흙까지 주워먹으며 버텨야 했던 길고양이들의 고달픈 삶에 관심과 연민을 갖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인간의 기준에서 귀하지 않은 동물일지라도 세상에 태어난 이상 그들 역시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라는 인식 또한 점점 더 확산되었습니다.
길고양이 돌봄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공존을 위해 노력한 결과 변화는 조금씩 이루어졌습니다. 소음과 출산은 중성화를 통해 개선시켜나갔고, 음식물 쓰레기를 뜯는 문제는 정기적인 급여로 해결했습니다. 불편이 줄면서 길고양이를 배척해야할 골칫덩이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자리잡아 갔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변화는 그저 고양이 하나만이 아니라, 약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긴 시간 많은 이들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낸 소중하고 의미있는 진보가 왜곡된 여론 몰이에 의해 퇴보하는 현 상황에 우려를 느낍니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이 믿고자 하는 정보만을 배포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학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길고양이들이 끔찍하고 잔인한 학대의 표적이 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갔고, 이는 인간에 대한 폭력과도 연결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마치 사실인 듯 확산되고 있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더 나은 사회로 향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한 ‘공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연민의 가치와 소중함을 공유하는 시민분들께 요청드립니다. 우리의 작은 이웃이 도둑고양이라는 오명을 벗고 동네고양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받아들여지기까지 모두가 분투해온 이 시간이 무력해지지 않도록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목소리를 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