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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8.05
안락사를 실시하신 수의사님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위에 분이 신고하신 유기견의 진료를 맡았고 안락사를 실시한 수의사 입니다.
오늘 오후 쯤 도시에서 동물병원을 하는 친구가 위의 글을 보고 하동에 무슨일 있냐고 전화가 와서 저도 글을 읽고 많이 놀라고 당황 스러웠습니다.
우선 저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위에 분의 말씀처럼 저는 한우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도시의 동물병원처럼 잘 된 인테리어에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지만, 그저 예방접종이나 하고 송아지나 받으러 다니는
수의사가 아니라 나름대로 제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그날 상황으로 돌아가서, 그날 하동군의 담당자에게 연락을 받고 유기견 보호
센터를 방문하여 진료를 하였습니다. 위의 분이 말씀하신 등부위의 검게 변한 상처
는 불에 탄것이 아니라 알 수없는 외상으로 인해 발생된 상처가 오래되어 심하게 부
패되고 괴사되어 피부의 색깔이 변한것이며, 그 안쪽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더기가 있었습니다. 1차적으로 외부소독을 하고 구더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외
부에서 보이는 상처보다 더 안쪽으로 구더기가 이미 근육을 훼손시킨 것을 발견하
였고, 안쪽의 구더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더 넓게 피부를 절개해야 하는 상황이었
습니다. 더구나 일부는 갈비뼈 주변의 근육을 파고 들어가 뼈가 노출된 상태였고 이
미 내부 장기에 침투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피부아래의 구더기와 괴사된 조직을 제
거하기 위해 오른쪽 피부 전체를 절개해야만 했고, 대부분의 근육도 이미 괴사되어
회복이 불능한 상태였습니다. 손상된 피부와 근육이 너무 광범위해서 봉합이 불가
능 했고 피부와 근육의 재생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액과 약물로 얼마간의 생명을 연장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고 오히려 살아있는 동안
극심한 고통만 안겨 줄 듯 하여 안타깝지만 안락사를 결정하였습니다. 안락사의 과
정도 마취제를 투여한 상태에서 약물을 투여해 고통 없이 보내 주었습니다.
윗분의 글과 밑에 달린 댓글들을 읽어 보면서 ‘ 더 시설이 좋은 곳에서 수술하였다면
살수 있었을까?, 내가 더 실력이 좋은 수의사였다면 살릴 수 있었을까?’ 하고 계속
제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냥 조용히 관망하고 있다가 며칠 있으면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 잠자고 있는 딸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윗분의 말씀처럼 '아빠가 정말 전문적이
지도 않은, 대충 소 주사나 주고 송아지나 받으러 다니는 부끄러운 아빠일까?‘ 하는
의문도 생기고 제가 답변을 드리는 것이 좋을 듯 싶어 글을 남깁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솔직히 저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
고 몇 번을 그만 둘까도 생각했지만,
적어도 저는 “너희들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아빠다‘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저도 바라겠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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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님도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거에요.....그게 최선의 선택이었겠지요.
저라도 그렇게 했었을듯 합니다.
그 강아지는 좋은곳으로 떠났고 다시 고통받을일이 없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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