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팬클럽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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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9.18
오늘에서야 조금 정신이 들어 남겨주신 글을 보았습니다.
관심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엑스레이와 촉진 등의 검사로는 목부위에 큰 골수암(?) 같은 것이 척추를 누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점점 커져 지금처럼 다리를 못쓰는 상황이 되었을 것 같다고 추정하는데 오래되고 부위가 큰데다 워낙 수술이 어려운 부위여서 건강하게 집에서 자란 아이들도 쉽지 않다고 하시더라구요..
입원한 날에도 사료도 먹지 못하고 물만 먹으면서 배뇨가 되지 않았는데 강제배뇨하니 혈뇨가 나오는 상황이라 내과적인 질환도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았구요..
심장사상충 감염에 기타 내과질환에 뼈에 생긴 암까지
도대체 이 아이는 이 고통을 혼자 어떻게 감당하고 있었던 걸까요..
안락사 후에 처음으로 제대로 만져 본 아이의 머리는 어디서 언제 맞았는지 모르는 것처럼 한쪽 머리뼈가 부어서 굳어 있었습니다. 그 작은 머리에 한쪽만 오래된 큰 혹이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치료와 케어가 어렵고 아이의 고통이 적지 않아 안락사라는 결정을 하고 스스로 위로를 하지만 마지막 본 아이의 눈은 분명 저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10살이 넘었다고 합니다..
태어날때는 주인이 있었고 새끼때는 모란시장에서 팔릴 뻔 하기도 했고 다시 주인에게 버림받고 10여년.
어제 저녁 마지막 밤 숨을 거두고 처음으로 목욕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작고 여린 아이의 몸은 많이 말라있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발바리 아이를 키우는데 우리 아이의 반도 안되는 몸무게 였습니다.
그래도 너무도 예쁘고 고운 털을 한 번도 예쁘게 관리받아 보지 못하고 뒤엉켜 있던 발톱도 깨끗하게 잘라주었습니다.
살아서 못해본 호강을 죽어서 딱 한 번 그렇게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새에 받아보고 오늘 화장터로 보내졌습니다.
저는 항상 방관자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왜 작은 관심 하나가 필요한지 이제야 너무도 실감합니다.
고통속에 울어도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고 식당 주차장 구석에서 몸부림 치던 모습이 떠올라 잠이 오지 않고 안락사가 다행이라고 위안삼아 봅니다.
현실은 그렇다지만 죽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현실은 얼마나 비참한 걸까요..
저는 앞으로도 이곳에 계신 분들만큼 큰 일을 하지도 혹은 앞장서서 해내지도 못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방관하지는 않겠습니다.
사람이 아니라서 혹은 비싸고 귀한 개가 아니라서 이렇게 밖에 살지 못하고 가는 생명들에 외면하지는 않겠습니다.
안락사를 하던 날 아이는 아주 좋은 병원에서 가장 흔하고 볼품없는 유기견이었습니다. 그런데 숨을 몰아쉬어도 저를 알아보고 눈으로 말하던 가장 예쁜 아이였습니다. 사는 동안 기억나고 사는 동안 슬픔을 안고 살려고 합니다.
그래야 언젠가 같은 아이를 만나도 지나치지 않을테니까요..
안락사를 하고 나온 밤에 아이가 지내던 주차장에 있더 밥그릇과 아이의 흔적을 치웠습니다. 아이를 알던 분들께도 인사드렸습니다.
어느날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세상과 작별했다고 사는 동안 간혹 기억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연락 주셔서 감사하고 잊지 않고 다시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감사합니다. 복순이라는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제게 평생 배우지 못했을 귀중한 교훈을 남겨주었으니까요
아직은 제 감정이 추스려 지지 않아 장황한 글만 남깁니다. 곧 정신도 차리고 이러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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