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인류문명의 시작을 부러진 넓적다리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고고학 발굴현장에서 발견된 1만5천년전 인간의 대퇴골. 그 뼈는 부러졌다가 붙은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회복까지 최소 6주이상이 걸리는 넓적다리뼈의 골절, 자연상태였다면 살아남지 못했겠지만 그 뼈의 주인공은 다리가 치유된 이후까지 생존했다고 합니다. 부상당한 이를 버려두지 않고 보살핀 ‘다른 사람’의 존재가 그의 생존을 가능케 했으며,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돌보고 돕는 것에서 인류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게 마가렛 미드의 주장입니다.
42년전 오늘,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는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했습니다. 역사적인 ‘세계동물권선언’을 발표한 것입니다. 유네스코는 이 선언을 통해 “인간은 동물의 한 종으로서 다른 동물을 몰살시키거나 비인도적으로 착취할 권리를 사칭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유네스코의 선언이 인류문명의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1만5천년전의 인류가 ‘나’에서 ‘우리’로 나아갔듯, 이제 인류는 ‘인간’에서 ‘생명’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녹록치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동물도 인간처럼 하나의 생명이며, 고통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생각, 그 최소한의 상식조차 꺼내어 말하기 힘들던 척박한 사회풍토에서 동물자유연대는 최선을 다해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한국 최초로 선진적 동물복지형 보호소를 설립, 버림받고 학대당한 수천의 동물들을 구조하고 돌보았으며, 년간 수백건 이상의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 상담과 법적대응 등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또한 동물보호법 개정, 돌고래 제돌이 자연방사 등 반려동물에서 야생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 동물의 고통스러운 삶이 있는 곳 그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노라 자부하지만 때론 현실의 단단한 벽앞에서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물자유연대가 20년을 버티며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인류는 진보하고 있다는, ‘나’에서 ‘우리’로, ‘인간’에서 ‘생명’으로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과 회원님들과 시민여러분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유네스코의 세계동물권선언이 발표된지 42주년을 맞는 오늘,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을 존중하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존중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던 선언문의 한 구절을 가슴 깊이 되새겨 봅니다. 전례없는 기후위기와 전지구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우리 인류에게 이 땅 지구와 그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케 합니다. 동물이 살아야 지구가 살고, 지구가 살아야 동물도 살 수 있습니다. 동물이 살아남지 못한 세상에서, 동물이 고통받는 땅에서 인간의 삶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점은 이제 상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활동이 결국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더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희망으로, 언제나 동물의 편에서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