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하천에서 살고 있는 유기견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나갔습니다. 대형견인 백구는 작년 이맘때쯤부터 하천의 구조물 밑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동네 주민, 근처 학교의 학생 등 몇몇 사람들이 백구의 밥을 챙겨주고 있지만 백구를 탐탁지 않아 하는 동네 사람들이 있고 각종 질병과 위험에 늘 노출된 상황입니다.
한여름의 폭우와 폭염, 하천의 범람, 혹한의 겨울바람과 차디찬 하천의 얼음 바닥. 길 위의 동물에게는 계절마다 날씨가 위험 상황이 되곤 합니다. 작년 여름에는 폭우로 인해 하천의 산책로가 침수되어 백구가 위험에 처할뻔한 상황이 몇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하천의 특성상 심장사상충 감염 위험이 높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구조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구조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과 기다림입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심한 동물의 경우 구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억지로 포획하여 구조하려고 했다가 사람에 대한 경계심만 더 키우게 되고, 구조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백구와 사람과의 거리가 1년 동안 한 걸음씩 좁혀진 것처럼 구조 활동 또한 한 발짝 멀리서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마음속에 선을 긋고 있는 백구가 그 선을 밟아도 괜찮다는 것을, 선을 넘어와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안전한 구조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구조는 무작정 동물을 포획하는 단순한 활동이 아닙니다. 구조 활동은 사전에 구조 전략과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구조하기 전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구조가 이뤄져야 하는지, 현장에서의 예기치 못한 상황 또한 예상하며 준비해야 합니다. 구조 현장에서는 구조 대상의 특성과 동선을 확인하고 행동적 반응과 환경적 요인을 살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 끝에 포획틀 등의 장비 설치 등 활동가 각자의 역할을 분배하며 구조를 진행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제보자와 구조 현장의 주변인,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경계심이 심한 백구의 경우 낯선 활동가의 등장만으로도 예민해졌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너무 많은 관심을 주는 행위는 지양해야 합니다. 이번 구조의 경우도 백구를 직접 챙겨주고 있는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백구에게 포획틀이 밥 먹을 수 있는 곳이자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게끔 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매일 일정 시간대에 포획틀 안에만 밥을 둘 것을 약속하며 일주일 정도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백구를 돌보는 사람들과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포획틀이 적절히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백구를 걱정하고 보살피는 주민이 많은 상황에서 서로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못했고 다른 방법의 구조 시도로 인해 현재 백구는 하천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백구를 구조하지는 못했지만 구조 활동에서 항상 동반되는 기다림의 시간을 공유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사람이 두려운 백구의 불안을 이해하며 다시 한번 기다림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다행히 백구를 돌보는 시민들의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기에 백구의 돌봄과 구조를 위한 노력은 계속 될 것입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길지 않기를 바라며 백구의 구조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시고 협조해주신 제보자와 주민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위기에 처한 동물을 위해서 오늘도 동물자유연대 학대·구조팀은 안과 밖에서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학대·구조팀의 구조 소식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