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구치소에서 배달 된 한통의 편지..

사랑방

구치소에서 배달 된 한통의 편지..

  • 반려동물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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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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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8월12일 수요일. 동물자유연대 사무실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편지의 발신처가 서울 성동구치소였습니다. 편지는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한 아주머니에게 온 것이었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갑작스럽게 수감이 되어 수감 된 당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계속 흘러 집에 남아 있는 말티즈 3마리를 구치소에서 나갈 때까지 보호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편지에는 주소와 약도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편지의 주소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편지에 적혀 있는 주소는 집이 아닌 도로 한가운데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잘못 된 주소였던 것입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구치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확인을 위해서는 면회를 와야만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주머니가 편지에 그려 준 약도를 바탕으로 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약도가 가리키는 집을 찾았고 문을 세차게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척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의 개가 있다면 작은 짖음이나 기척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집 안에서는 고요함만이 감돌았습니다.
 
다음 날, 이 편지가 거짓이 아니라면 몇일일지도 모르는 시간 동안 집안에 갇힌 개들의 생사는 동물자유연대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성동구치소에 아주머니의 면회를 갔습니다. 얼마 후 편지의 주인공인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고 개들이 벌써 2주가 가까운 시간동안 집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전 날 찾아간 집의 위치를 얘기하니 아주머니의 집이 맞았습니다. 이사온지 얼마 안되어 전입신고도 못했고 주소를 외우지 못해 잘 못 적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다고 하니 모두 죽은 것 같다고... 집이 좁고 창문이 없다고.. 화장실 문이 열려있는데 화장실 대야에 있는 물을 먹었다면 살아 있을수도 있다고.. 10년 넘게 키운 아가들이니 제발 살려달라고 통곡을 하였습니다.
 
 


 
급히 아주머니의 집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집을 계약한 부동산을 찾아가 관계자의 입회 하에 강제로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여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10분 넘게 기계가 돌아가고 큰 소리가 났지만 집 안에서는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이 열리기 직전 "왈"..아주 작은 짖음이 들렸습니다.
 
얼마 후... 문이 열렸습니다. 싱크대 앞에 말티즈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고 두 마리는 욕실 안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개들이 있는 공간은 작은 욕실을 제외하면 2평이 채 안되었고 창문이 없어 집 안의 열기는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다행이 쓰러 진 녀석을 제외한 두 마리는 욕실의 물을 먹으며 버티고 있었습니다.
 
 


 
 
싱크대 앞에 쓰러져 가늘게 숨이 붙어 있는 녀석을 제일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응급처치를 하였습니다. 저혈당 쇼크가 온 상태였습니다.  
 
 

 
 
언제쯤 쇼크가 온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몸에 묻은 대소변으로 보아 쇼크 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몇 일이 흐른듯 했습니다. 집중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으로 응급조치를 한 뒤 24시간 치료를 하는 협력병원으로 다시 이송하였습니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던 8월 초순 동안 바람도 들어오지 않는 좁은 공간에 갇혀 밥도 먹지 못하고 욕실의 물을 먹으며 버틴 세 녀석.. 모두 다 무사했으면 좋았으련만 의식이 없는 이 녀석을 보니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이 녀석은 입원한 이후 아직까지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좀 더 경과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아주머니는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채로 구치소측에 여러차례 개들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들의 소유권을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기관이 임의를  결정할 수 없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도 법에 저촉되는 일이라며 계속 묵살되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동물자유연대에 편지를 한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의 잘못이 죄없는 동물에게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침해하는 소유권이 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동물을 사유재산으로 보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적어도 이런 경우 동물학대가 아니더라도 긴급 피난권은 적용되어야 합니다.
 
2002년 독일은 동물의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하였습니다. 이것은 동물복지에 대한 의식이 높아서 저절로 된 것이 아닙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물의 권리와 보호를 놓고 찬반이 치열하게 논쟁하여 생긴 결과였습니다. 
 
우리도 치열하게 싸우고 또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구할 수 있는 생명을 눈 앞에 두고 외면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싸우고 함께 해 주세요. 많은 마음과 동참이 모여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 아주머니께는 구치소 면회를 통해 동물들의 상태를 알렸고 몇일 후 나갈 때까지 아가들을 잘 부탁한다는 편지가 배달되었습니다.
 

 


 



댓글


행복이 아빠 엄마 2015-08-21 21:15 | 삭제

우리나라에 동물자유연대가 있음에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다시한번 생각이 드네요...
작은 생명도 존엄하게 여기는 우리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재은 2015-10-04 00:14 | 삭제

야 이나라 공무원들 진짜 대단하다.세금 낼 돈으로 애들 밥 챙겨주는 게 천 배 만 배 낫지.아우 욕 나와.


남현식 2015-09-01 10:01 | 삭제

화가 나네요. 주인이 여러 차례 요구를 했는데도 묵살됐다니..어이가 없네.


깽이마리 2015-08-24 15:59 | 삭제

올해 정말 더웠는데... 에휴... ㅠ.ㅠ 부디 기적이 일어나길 빌어봅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하다못해 국선변호사를 통해서라도 반려동물들의 긴급피난권은 생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원법을 반대하는 새누리당의원들도 그렇고... 착잡합니다. 언제쯤 이 사회가 생명에 대해서 좀 더 성숙해질지 말이에요.


윤지영 2015-08-24 09:18 | 삭제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합니다~


박미경 2015-08-24 11:03 | 삭제

정말 마음이 착잡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
동물자유연대와 회원들 모두 참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티비 방영된 초롱이 처럼 이 작은 생명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길 .....


노블헤어(유현아) 2015-08-28 13:49 | 삭제

올여름...너무 더워서 사람에게나 동물들..모두에게 너무 힘든 여름이였죠,,
저희도 노리랑 부리가 번갈아가며 더위를 먹었고
심지어 노리는 탈수까지 와서 죽을 고비를 넘겼었드랬죠,,
아침저녁으로는 붙어있는 우리아가들도 그런일을 당했는데
이 아이는 그 작은 공간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ㅠㅜ
그래두 아이들을 생각하는 아주머니의 마음덕분에 그나마 발견할수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쓰러진 아이에게는 기적이 일어나길,,간절히 바래봅니다!!
동자연 활동가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최윤정 2015-08-24 10:10 | 삭제

너무 마음이 아파요...아가가 부디 잘 회복되어서 보호받을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최지혜 2015-08-23 13:56 | 삭제

오늘 동물농장을 보고 너무나도 슬펐는데,,,
누워있는 아이를 보니, 그 아이생각도 나고 너무나도 슬프네요..
아가가 꼭 깨어나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민수홍 2015-08-23 08:20 | 삭제

함께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경숙 2015-08-22 14:40 | 삭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ㅠㅠ
쓰러진 아가가 얼른 의식이 돌아오면 좋겠네요
동물자유연대...고맙습니다!!!


임나혜숙 2015-08-24 10:22 | 삭제

저런....
꼭 일어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