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때려 죽이고 굶겨 죽이고. 나 처럼 온순한 동물이 어디 있다고.

사랑방

때려 죽이고 굶겨 죽이고. 나 처럼 온순한 동물이 어디 있다고.

  • 조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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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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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쥐”, “생태교란범 잡고 2만 원 받자” 이것은 환경부가 뉴트리아 포획 수매제 기사에서 사용된 표현들입니다. 주로 낙동강 유역 일대에 살고 있는 뉴트리아 박멸 프로그램이 또 다시 전개된 것입니다.
1970년대 초에 있던 쥐잡기 운동이 생각 나네요. 그래도 그때는 약을 먹여 죽였는데 뉴트리아는 많이 다르네요.

뉴트리아는 1980년대에 모피와 식용의 목적으로 사육하면 농가 수익이 보장된다는 바람을 타고 남아메리카에서 수입되었고, 2004년에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축으로 인정한 동물입니다. 그때 오소리, 타조 등도 가축으로 지정되었는데요,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이 동물들의 가축 지정을 반대하였으나 정부 정책을 뒤집기에는 동물단체들의 역량이 부족했었습니다.

이후, 애초에 소문난 것과는 달리 사업성이 없자 농가에서 사육을 포기하면서 뉴트리아들이 버려졌는데, 생명력이란 것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어서 사람에 의해 먹을 것을 받아먹으며 사육된 동물들이 야생에 적응하는 개체로 성장했습니다. 급기야 정부는 2009년에 생태교란동물로 지정해 뉴트리아 소탕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뉴트리아뿐만이 아니라 생태교란동물로 낙인된 동물은 황소개구리, 베쓰, 붉은귀거북 등이 있지요. 이들을 포획하는 데에는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이미 적응해 살기 시작한다면, 토종 생태에 대한 관점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이지요.

어쨋거나,  동물이 생태적 조건도 맞지 않는 나라에 억지로 끌려와서 저 지경을 당하니, ‘인간이 저질러 놓은 일인데 동물이 무슨 죄가 있다고...’에서부터 ‘우리 생태를 교란시키니 다 죽어야 한다’까지, 참 의견은 분분하지만, 정책 방향은 우리 고유 생태와 농작물 보호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사건들은 이미 앞서 저질러진 일이니 이제 와서 책임 공방으로 성과를 거둘 시점은 지났고, 앞으로 이런 불행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주된 정책 관점입니다. 하지만 정책 관점이 여기에 그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도적인 퇴치방법’ 만큼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떠 안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뉴트리아는 몸 길이가 43Cm~83cm로서 꼬리까지 합치면 약 1m, 몸무게는 8kg~10Kg 정도되는, 체형이 토끼보다 크고,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 정도의 결코 작지 않은 동물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뉴트리아가 사람을 공격한다고 기록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실제 뉴트리아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사례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오히려 사람이 다가가도 먹이만 먹고 있을 정도로 온순하다고 합니다. 물론 살기를 느낄 때에 공격적 자세가 나온다면, 그것은 사람이고 동물이고 당연한 본능이겠지요.

제가 TV 영상을 통해 본 뉴트리아의 성격은, 온순해서 자신에게 자극을 주어도 공격할 줄도 모르는 동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하도 답답하니 비유해보자면, 작거나 민첩하지도 않으며 공격적이지 않은 동물을 때려 잡거나 굶겨 죽이다니요...

뉴트리아 포획 작전에는 국민들에게 수매 보상제를 하는 방식이 포함돼 있습니다. 뉴트리아를 잡아서 반드시 죽인 후에 가져와야 한 마리당 2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키우는 개, 고양이만큼 큰 동물을 국민들이 잡아서 죽이는 과정을요.

도구로 때려죽이거나 굶겨 죽이는 방법이겠지요. 돈 2만원을 받고 동물병원에 가서 안락사를 시키지는 않을 테니까요. 또한 뉴트리아를 산 채로 지역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하네요. 반드시 죽여서 이동해야 하는 것이죠.

실제 저는 수의과대학에 연구용으로 오는 죽은 뉴트리아가 머리가 부서져 온다는 증언을 들은 바도 있습니다.

뉴트리아를 잡는 데에 이런 비인도적인 살상이 뒤따는 것은 결국 예산의 문제와 연관됩니다. 뉴트리아들은 습지에서 살기 때문에 어차피 일반인이 포획하는 것은 쉽지 않고 전문포획군들의 포획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전문포획 후 이산화탄소 또는 약물 등에 의한 안락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최소한의 인간된 양심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쥐잡기운동이 한참이던 1971년 농림부는 쥐잡기 운동에 필요한 예산이 1억9천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43년전의 예산이 1억9천만 원이라는 것은 그 만큼 쥐가 심각한 문제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꽤 큰 돈입니다. 문제가 심각하면 그에 걸맞는 예산이 수립된다는 원칙은 있어야지요.
정부의 방침이 뉴트리아를 박멸하는 데에 있고, 박멸하려는 의지만큼 생태계 보호에 가치를 두었다면, 그에 걸맞는 예산이 수립되는 것은 꼭 필요한 일 아닐까요?

동물자유연대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겼습니다.

 


# 기사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32&aid=0002413437
뉴트리아 “나를 괴물쥐라고 부르는데 정말 억울해요”
: '생포용 포획틀 속에 들어 있는 뉴트리아는 꼼짝도 않고 웅크리고 있었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다른 포획틀 속 뉴트리아는 새끼를 낳다 죽은 채 발견됐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탓이었다.' -경향신문

# 기사2.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1123061507879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낮에도 양지 바른 곳에 나와 자거나 쉬는 놈들을 볼 수 있어요. 조용히 다가가 몽둥이로 내리칠 때까지도 전혀 몰라요." -국민일보




댓글


안혜성 2014-06-26 20:11 | 삭제

저도 뉴트리아 관련기사 볼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순한 동물같은데 마치 괴물처럼 포장해서 잔인하게 학살하는 행위를 합리화시키는 것 같아요. 새끼를 낳다 스트레스로 죽다니...정말 잔인하고 마음이 무겁네요


이경숙 2014-06-27 12:31 | 삭제

지난번에 TV에서 보니
남미 어느 나라에서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공원 호수 주변에
뉴트리아가 살고
시민들도 뉴트리아에게 먹이를 주면서
그리 평화롭게 지내더군요
우리 나라 뉴트리아 사냥꾼들이 포획하여 죽이는 장면을 보니
정말 끔찍합디다 ㅠㅠ


태극뚱맘 2014-06-27 15:55 | 삭제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생태계도 살리고 뉴트리아도 살리는...


이정현 2014-07-01 14:17 | 삭제

에휴..인간들의 잘못인데 왜 엉뚱한 생명에게 해가 가야하는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