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사무국 길고양이 TNR 네 번째_삼색고양이 호피, 자유를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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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길고양이 TNR 네 번째_삼색고양이 호피, 자유를 되찾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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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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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3월 12일, 중성화 수술을 하기 위해 한 활동가가 집 근처에서 밥을 챙겨주고 있는 삼색 암고양이 호피를 포획했습니다. 병원으로 가기 전 호피는 다른 고양이들이 포획틀 안에서 매우 조용히 있었던 것에 비해 꺼내달라는 듯이 다양한 음색으로 울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호피를 데리러 가는 날, 수술을 담당했던 집도의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수술을 하려고 개복을 했는데 적출해야 할 난소가 보이지 않아 찾던 중 난관수술이 되어있는 걸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호피는 집고양이로 지낸 적이 있고 그 당시 난소만 제거하는 불임수술까지 받은 채 거리에 유기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만약 길고양이로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에 의해 수술을 받았다면 귀 컷팅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고, 보호자가 요구하지 않는 한 정관수술도 아닌 난관수술만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수술 후 호피는 바로 사무국으로 왔지만 이미 한 번 불임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없었던 집도의는 난소와 자궁을 찾기 위해 내부 장기를 많이 건드렸고 두 번이나 개복을 한 호피의 몸은 일반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받은 암고양이와는 다른 긴 회복기가 필요해 길고양이를 많이 돌본 활동가의 집에서 케어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힘든 수술을 겪고 심리적으로도 계속 긴장 상태였던 호피는 케이지에서 나오자마자 방석으로 된 집으로 몸을 숨겼고, 보일러를 틀어 방안을 따뜻하게 해주자 곧 구석진 장소에서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사진 속 호피의 얼굴표정이 처음 포획되었을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지요? 호피는 어떤 종류의 캔과 사료를 주어도 먹지를 않았습니다. 이틀 정도까지는 수술 후유증으로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주사기로 약과 물을 먹여본 결과 싫어는 했지만 뱉어내지 않고 잘 삼키는 것으로 보아 호피가 스트레스로 단식을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황태와 생닭을 삶은 국물을 주사기에 넣고 강제급여를 했고 이렇게 해서라도 입맛이 돌아 스스로 먹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혹시 몸에 이상이 있어서 먹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또 다른 걱정이 들어 호피에게 트라우마가 된 병원행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이도 닷새째 물과 약, 육수만 받아먹었던 호피의 상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회복도 더디고 황달이 생길 수가 있는데 혈액검사 결과 약간의 염증반응과 탈수는 있었지만 모든 것이 정상수치에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수의사가 내민 회복식 캔에 반응을 보이며 스스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피하수액만 처치하고 캔을 구입해 돌아왔더니 많이 피곤했는지 캣닢가루를 뿌려 둔 담요 위에서 그야말로 떡실신..

그러나 그날 밤, 아주 조금 캔을 핥아먹고는 또다시 아침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음 날 또 얼르고 달래며 먹여보긴 했지만 이제는 단식투쟁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호피는 좁은 방에 갇혀 있는 게 싫은 것 같았습니다. 창문을 열고 올려주었더니 깊게 공기를 들이키고 '아웅' 하며 탄식에 가까운 소리를 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절개부위 상처를 보고 마지막으로 점프가 가능한지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그래, 보내줄게. 호피야, 정말 미안하다. 사람은 너에게 좋지 않은 기억만 주는구나.'

보통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후 이렇게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는 체온을 확인하고 절개부위나 커팅한 귀에 문제만 없으면 빨리 제영역으로 돌려보내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오히려 더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호피는 두 번의 수술로 절개부위도 크고 내부 장기가 자리를 잡는 시간도 다른 고양이에 비해 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복기를 두고 잘 케어를 한 다음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 오전, 호피를 살 던 곳에 풀어주었습니다. 

이동장 문을 열어주자 망설임 없이 나와 자신의 영역을 살피며 코로 냄새를 확인하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살피는 모습을 보여 활동가들의 걱정을 씻어 주었습니다.

호피가 드디어 자유!를 찾은 것입니다.  

마치 우리에게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발라당을 하고 밥을 챙겨주는 활동가가 이름을 부르니 카메라 앞까지 다가와 아는 척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아무 동의도 구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 두 번이나 손을 대어 아프고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물은 또 사람을 용서합니다.

암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은 개복을 통해 난소와 자궁을 적출하는 큰 수술입니다. 개체 수 조절 및 고양이들의 발정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을 위해 진행하는 TNR이지만 수술 전이나 후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니 꼭 숙지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또 호피의 경우, 난관수술이 되어 임신은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수고양이의 정관수술과 마찬가지로 발정 호르몬을 잡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고양이에게 더 괴로울 수 있습니다. 요즘 미디어를 통해 정관수술이 더 간단하여 지금까지 해 온 중성화 수술보다 효과적이라는 얘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수술은 조금 더 간단할 지 모르나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미흡하고 고양이를 발정 스트레스에서 해방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잘 판단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밥을 잘 먹고 있는지 확인 겸 도촬하던 중에 어설픈 촬영기사의 모습이 호피에게 딱 걸렸습니다. ^^;

 

호피와 같은 길고양이들이 올바른 TNR을 통해 건강히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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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홍소영 2014-03-20 15:17 | 삭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시 수의사에게 부탁하여 수술 전 수술자국 유무를 봐달라고 얘기하는 것도 호피 같이 귀 표식이 없는 아이들이 두 번 수술을 받게 되는 불상사를 줄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호피야! 앞으로 건강히, 자유롭게 잘 살아~ 응원할게!!


강류경 2014-03-20 16:48 | 삭제

호피가 폴짝폴짝 담벼락을 뛰어올라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호피야 건강하게 잘 지냉!


채희경 2014-03-20 18:11 | 삭제

호피가 병원으로 갈 때 했던 말이 수술이 필요 없다는 말이었나 해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말 너무 미안합니다. 호피가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최지혜 2014-03-21 11:13 | 삭제

호피가 힘든일을 많이 겪었네요..ㅠㅠ
사람이 이런일을 겪었다면 언론에 나고, 난리가 났겠지요??
동물이라고 그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수술,고통,통증,스트레스..
앞으로 아이들이 고통을 줄일수 있도록
더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것 같아요...
"색깔이 너무 이쁜 호피야~~ 앞으로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


석미주 2014-03-21 23:31 | 삭제

호피의 자유를 만끽하는 발라당..ㅋㅋ
아주 다정한 아이네요..인사까지 해주고 사라지는거 보면..
고생 많이 했어 호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