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지오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 12년 동안의 내 곁에서 밖에서 짊어지고 들어온 나의 짐들을 나 대신 다 들어주고, 무식하고 방탕하고 무책임했던 나를 사람 흉내라도 낼 수 있게끔 여기까지 이끌어 줬으며 불화와 정적의 기운이 흐르던 우리 가족을 마지막 가는 날까지 감싸주고 뭉칠 수 있게 만들었던 지오가 12월 26 갑작스러운 마비 증상에 서 있지 못하고 비틀 거리다가 밤에 마지막 산책은 비틀 거리지만 걸을 수는 있었고 계단을 힘겹게 오르길레 들고서 집에 왔는데 그러고 나서는 전신마비로 아예 서있지도 못하게 됐다. 밤새 나와 함께 지낸 후 12월 27일 아침 일찍 병원을 다녀오고 나서 4시간만인 오후 1:10분에 안고있는 내 품에서 마지막 숨을 힘겹게 내쉬다가 결국은 슬며시 고개를 나한테 떨구었다. 짐승같이 울부짖어도 가슴속의 억울함과 너무 불쌍한 지오에 대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해소가 되지 않았다. 녀석의 마지막 과정이 지금의 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순식간이어서 어제 온종일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웠다. 곁에서 그래도 이 녀석은 밥값은 하고 갔다. 이럴줄 알았으면 더 잘해줄걸, 니가 묻기는 힘들테니까 아버지가 묻어줄게라며 울먹 거리시던 아버지와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집으로 들어와 몇 주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왜 이러고 누워 있냐며 죽은 지오를 쓰다듬던 동생의 뚝뚝 떨어지던 굵은 눈물과 이 녀석이 너 고생 시키지 않으려고 아프고 나서 우리 집안의 나빴던 것들을 다 가지고 일찍 갔나 보다며 마지막을 같이 지켜보며 흐느끼셨던 어머니의 위로 때문에 오히려 슬픔이 더 컸던 것 같다. 이녀석은 가면서까지 우리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었다.
매번 명절이 되면 지오와 함께 가족이 들렸던 산소에서 뛰어놀던 지오를 떠올리며 그리고 살면서 힘들때 들려 많은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곳을 생각하며 마지막 가는 지오를 위해 월차를 낸 동생 집에 들려 함께 새벽 일찍 광탄의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로 향했으나 흙이 돌 같이 얼어서 그 자리에 묻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여기도 마찬가지이면 화장을 할 요량으로 지오와 함께 나나 아버지가 오르 내리던 뒷산의 양지바른 소나무 숲의 어느 나무 하나를 골라 다행히도 잘 파지던 그 밑에 평소 지오가 좋아했던 인형을 팔에 감싸주고 그 위에 사료 한봉지를 올려 놓고, 밤새 지오에게 쓴 눈물젖은 편지를 불태워서서 뿌려 주고 마지막 손길이 있은 후 차가운 흙을 덮어 주었다. 생각해보면 지오 한테는 거기 보다 여기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에서도 지오가 있는 곳이 보이고 지오도 마음껏 뛰어놀고 자주 찾아 보기도 편하고... 때때로 놀리듯이 신기하게도 지오가 말귀를 알아듣는 모습이 귀여워서 지오야 산소갈까 산소 하고는 했는데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에 산소에 한 번 같이 여행 갔다 온 것 같아서 어떻게 또 이런게 들어 맞는 게 다 날 배려 하는 것 같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계속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내가 다른 지오 용품들은 다 버리거나 어머니 지인분들에게 전해 드리라고 했으나 지오가 마지막날까지 입고 있던 지오의 체취가 배어있는 옷은 차마 버리지 못하겠어서 집에 보관해 뒀는데 동생과 함께 지오를 보내고 집에 들어왔더니 방 한구석에 그 옷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이 갑작스러운 현실이 아직까지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오는 내가 뭘 하든 항상 내 뒤만 졸졸 따라 다니고 내 옆에만 붙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옆에 부르면 꼬리치며 다가와서 무릎 위에 올려 달라고 조를 것 같다.
지오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집에서 기르는 귀엽고 잘 따르는 정든 개로서가 전부가 아니라 나의 유일한 밝은면이었고 나의 동반자였으며, 근래에 와서는 나의 전부였다. 처음 1년간 녀석을 키우며 녀석에게 죄를 지은 일이 많았고 그것을 죄라고 깨닫게 해준 것도 녀석이어서 지난 11년간 속죄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해주려고 노력했고 남다르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 했었으나 막상 녀석이 떠나고 보니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것 같고 어떤 속죄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너무 불쌍하고 너무 그립다. 딱 5분만 다시 살아나면 그 5분 동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개로 만들어 줄수 있는데. 왜 이렇게 갔어 도대체 왜 이렇게... 녀석은 마지막 까지도 무식하고 철없고 이기적인 나한테 많은 교훈과 사랑을 주고 떠났는데 나는 마지막 까지도 여전히 내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지오야 그동안 수고 많았다. 수고 많았어 지오야! 꿈에 한 번만 나타나서 날 용서해주고 행복하다고 얘기해줘. 죽어서도 사랑할께 지오야 수고 했어...
잘가
조희경 2012-12-28 23:27 | 삭제
진심을 다해 위로 드립니다. 지오가 아름다운 별이 되어 심상용님을 비춰주며 계속 함께 할 겁니다..
신소영 2012-12-29 22:25 | 삭제
아 정말 눈물이... 멈추지를 않네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기를. 상용님이 있기에 지오도 행복한 삶이었을겁니다. 빨리 슬픔 떨치고 추억만 남기를 바라요.
박성희 2012-12-29 23:55 | 삭제
지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이경숙 2012-12-29 12:04 | 삭제
읽어내려가는 내내 눈물이 솟고...내 가슴이 바로 심상용님 가슴이 되어버리네요 ...지오...편안할 겁니다...상용님 기운내세요...ㅠㅠ
진주초롱 2012-12-29 17:51 | 삭제
글귀와 눈물이 한 줄 한 줄 같이 흘러 내립니다.....ㅠㅠ
이기훈 2012-12-31 10:54 | 삭제
지오도 하늘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별이 되어 님을 지킬겁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도 오겠죠..
지오야 하늘에서도 행복해라~
신소영 2012-12-31 00:25 | 삭제
이렇게 예쁜 벗을 보내셨으니 마음이 얼마나 허전하실까요.. 바로 윗글에 저는 새끼태어났다고 좋아하기만 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어제 글 올리고 계속 미안한 생각에 다시 와서 지오사진 보며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라고 기도했습니다. 상용님도 곧 마음 가벼워지시길 바라요.
이기순 2013-01-02 16:55 | 삭제
지오야~ 고마웠어. 평안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