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6호선 신당역에 위치한 곤충, 파충류 생태체험장에 전시된 동물들이 일년 내내 사람에 의해 체험 대상이 되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직접 신당역 생태체험장에 가 보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쉬지 않고 연중 무휴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이 매일매일 사람에 의해 만져지고 관찰된다는 뜻입니다.
신당역 곤충파충류 생태체험장은 방학을 제외한 기간 동안에는 평일엔 단체만 관람이 가능하며 개인은 주말 및 공휴일에 한해서 관람할 수 있는데 보통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단체 관람객이 많으나 대학생 등의 단체 관람도 종종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가서 체험해본 생태체험장은 생각한 것 보다 더 놀라웠습니다. 그 곳에서는 각종 곤충들과 뱀,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 뿐만 아니라 햄스터, 기니피그, 스컹크, 페럿에 심지어 개와 고양이까지 전시, 체험의 대상이 되고 있었는데 ‘체험’을 강조한 공간인 만큼 거의 모든 동물을 만져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페럿은 한 귀퉁이에 자기들끼리 모여서 잠만 자다가 아이들이 관람하러 오면 담당 직원의 손에 마구잡이로 들려졌습니다
관람하러 오는 모든 아이들은 한명씩 거북이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며 모든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난 뒤 다른 동물에게 이동하면 거북이는 그 자리 그대로 계속 방치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거북이와 사진 한컷을 찍는다고 해서 그 거북이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가치있는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을까요?
이는 교육이 아닌, 그저 평소에 보기 힘든 거북이와 사진 한번 찍어보는 이벤트성 행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사진을 찍고 나서 그 자리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거북이에게 단 한 차례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다른 동물을 구경하러 떠나버렸습니다. 이는 아이들에게 거북이가 생명이 아닌, 나와 사진 한 장 같이 찍은 장식품으로만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밖으로 꺼내어진 스컹크가 계속해서 돌아다니자 직원이 스컹크를 높은 곳에 올려놓아 내려오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 스컹크는 계속해서 내려오고 싶은 듯 왔다갔다하며 어쩔줄 몰라 했으나 결국 자신의 힘으로는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였습니다.
신당역 생태체험장 내부에는 고양이 두 마리도 길러지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고양이가 얼마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는지, 높은 곳을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좁은 공간에 모래통과 물그릇, 사료 그릇만 놓여져 있을 뿐 고양이의 습성을 배려한 어떤 시설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먹고 싸는 일만 해결해준다고 해서 동물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강아지에 비하면 고양이의 경우는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개 한마리와 어린 강아지 두 마리는 울타리가 둘러진 좁은 공간에 가두어져 있었습니다. 울타리 안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물그릇이나 사료그릇, 배변을 위한 패드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서울도시철도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 있는 강아지는 곤충파충류생태체험장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키우는 동물이라고 하였지만 울타리를 쳐놓고 만지지말라는 표지판까지 붙어있어 누가 봐도 전시 동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관계자는 강아지의 경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좁은 공간에 울타리를 이용해 가둬져 있었습니다. 즉 서울도시철도 관계자는 수시로 생태체험장을 체크한다고 하였으나 어떤 동물이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전시동물이 아니라는 말과는 달리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만지지 말라는 표지판이 무색하게도 원하는 아이들은 직접 강아지를 만져보고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울타리 바깥쪽에 빈 그릇과 물통이 있기에 혹시나 목이 마를까 싶어 그릇에 물을 채워 놓아주었더니 급하게 달려들어 물그릇을 세 번이나 비워냈습니다.
사료는 정기적인 시간에 맞춰 준다고 하더라도 물은 계속해서 울타리 안에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물과 사료 모두 정해진 시간에만 급여되는 듯 보였습니다.
다른 전시관을 안내하는 표지판 아래에는 죽은 햄스터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죽은 나비를 이용해 포토존을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이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시나요?
죽은 나비로 만들어 놓은 나비 포토존은 동물을 존중해야 할 대상이 아닌, 사람이 일방적으로 만져보고 이용해볼 수 있는 존재로 여기는 신당역 생태체험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동물을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존중하지 않고 그저 필요에 의해 이용하고 있는 이곳이 서울도시철도에서 자랑스럽게 광고하는 것처럼 진정으로 교육적 효과가 있는 장소라고 느껴지시나요?
단지 먹여주고 목숨을 유지시켜 주는 것만으로 동물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받으며 흡족하게 살아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습성을 억압받으며 하루에도 몇번씩 인간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목숨을 연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신당역 생태체험장에 대한 문제점을 느끼고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였으며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에서 보호가 가능한 개와 고양이는 우리 단체로 양도하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서울도시철도 관계자는 동물자유연대와의 통화에서 자신들은 생태체험장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으며 한차례의 방문만으로 생태체험장의 상황에 대해 판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관계자의 이러한 태도야말로 신당역 생태체험장의 허술한 운영, 관리 방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언제 어느때 찾아가더라도 모든 동물들이 그에 맞는 적절한 관리를 받고 있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동물자유연대가 찾아간 그 날만 동물들의 관리가 부족했다고 이야기하는 관계자의 말은 전혀 신뢰성이 없으며, 뿐만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생태체험장에서는 단 하루의 관리 소홀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관계자의 변명처럼 하필이면 동물자유연대가 찾아간 그 날에만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할지라도 생명을 가진 동물들이 한 순간이라도 인간의 부적절한 관리로 인해 고통을 느꼈다면 서울도시철도와 신당역 생태체험장 측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해야 합니다.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이러한 비인도적 생태체험장을 기획한 서울도시철도에 항의해주세요! -> 클릭
설령 지금 당장 생태체험장을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각자의 동물들이 필요한 것을 제공받으며 살 수 있도록 적절한 관리를 요구해주세요.
또한 동물을 일방적으로 이용하며 운영하고 있는 신당역 생태체험장에도 항의글을 남겨주세요! -> 클릭
우리가 귀찮다며 외면하는 지금 이 시간에도 신당역 생태체험장 안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평생 햇빛도 없는 인공조명 아래에서 죽음보다 못한, 슬프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행동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꼭 참여 부탁드립니다.
고현미 2012-05-03 10:25 | 삭제
헉~진짜..뭐하는짓인지..
교육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들 정말 황당합니다
돌고래도 잡아다 체험관만들고...그냥 가만히들 계세요 좀!!
김진영 2012-05-03 11:15 | 삭제
5,6,7,8 도시철도 참 황당해요.ㅠㅠ 진짜 항의조직해서 항의하러 가야할듯.ㅠㅠ
이경숙 2012-05-03 09:57 | 삭제
참으로 황당 그 자체입니다 저 모든 것들이 무슨 체험학습이 될 수 있는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ㅠㅠ 모두모두 항의하러 갑시다~
정진아 2012-05-03 13:23 | 삭제
실제로 가보니 교육적인 효과는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의 심각성이 알려지지 않았고 서울도시철도측에서도 전혀 문제를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개선을 위해 계속해서 활동할 것입니다. 외면하지 마시고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려요.
이현영 2012-05-03 20:37 | 삭제
부산에도 이런거 있습니다..금정구 스포원파크 부근에 주&주라는 동물체험장이 있어요
길지연 2012-05-04 21:01 | 삭제
동물보호법에 이런거 금지 켯으면 좋겠어요. 전시, 판매, 사설 동물원등 쨍 하는 국회의원 안나오는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