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동물보호법을 무색하게 만드는 소싸움대회

사랑방

동물보호법을 무색하게 만드는 소싸움대회

  • 박종무
  • /
  • 2011.09.15 21:10
  • /
  • 6201
  • /
  • 370

9월 12, 13일 양일간 경남 의령에서 민속소싸움대회가 있었다. 이번 제8회 추석맞이 소싸움 대회에서는 64경기가 벌어졌다.


소 싸움의 진행은 매우 단순하다. 두 마리의 소가 경기장으로 들어오면 진행자는 두 소의 이마를 맞붙인다. 머리를 맞댄 소들은 상대 소를 이마로 밀어 붙인다. 이렇게 밀어 붙이는 소싸움은 짧게는 몇 분만에 끝나기도 하지만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 사이 약간의 액션이 있기도 하다. 그런 액션을 밀치기, 머리치기, 들치기, 목치기, 옆치기, 뿔걸이, 뿔치기, 연타라고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머리로 밀다가 약간 자세를 바꾸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루한 시간에 관람객의 지루함을 덜기 위하여 사회자는 여러 싸움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런 저런 추임새를 넣는다.

그렇게 600kg 가량 되는 거대한 몸무게를 실어 상대의 이마를 밀어붙이니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두 소의 이마는 피로 물들어간다. 결국 힘이 빠진 소는 침을 흘리고 오줌을 싸고 또 생똥을 싼다. 마침내 견디지 못한 소는 줄행랑을 놓는다. 하지만 이긴 소나 진 소나 그다지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기진맥진한 소들은 긴 혀를 늘어뜨리고 피로 물들인 이마를 하고서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지방자치제가 진행되면서 각 지방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소싸움도 그러한 기획 중에 하나로 청도, 진주, 의령 등 여러 지방도시에서 실시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7조는 다음과 같이 동물의 학대를 금지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7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2항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2008.2.29>
1. 도구ㆍ약물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다만,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2. 살아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다만, 질병의 치료 및 동물실험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3. 도박ㆍ광고ㆍ오락ㆍ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4.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ㆍ신체ㆍ재산의 피해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상해를 입히는 행위


소싸움은 명백히 도박ㆍ광고ㆍ오락ㆍ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이다. 그런데 그러한 행위를 금지해야 할 법의 하위 시행규칙에 예외조항을 두어 소싸움을 허용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9조 3항 법 제7조제2항제3호의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경우"란 지방자치단체장이 주관하는 민속 소싸움으로써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민속경기를 말한다.<개정 2008.3.3>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ㆍ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생명과 그 안전을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하며 생명의 존중 등 국민의 정서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하위 시행규칙이 상위법의 목적을 명백하게 위반함으로써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소는 선천적으로 유순한 동물이다.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면 서로 싸울 일이 없는 동물들이다. 그런 소들을 인간의 자극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싸움을 시키고 있다. 선천적으로 유순한 동물을 싸움을 시키기 위해 콘크리트로 속을 채운 타이어를 끄는 등 과격한 운동을 시킨다.

경기장에 나온 소 중에는 상대 소와 싸울 의사가 전혀 없어 주위를 맴돌다가 바로 실격처리 되는 소들도 있다. 소는 원래 그렇게 싸움을 좋아하거나 즐기는 동물이 아니다. 단지 짝짓기를 위해서만 상대 숫소와 우위를 다툰다. 그것이 소의 본능이다.  그런데 그러한 본능을 이용하여 사람이 싸움을 붙이는 것이다. 대회에 나온 싸움소들은 싸움에서 이긴다고 짝짓기를 할 것도 아니다. 싸움의 목적이 소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목적에 의한 것이다.

동물보호법은 사람의 호기심이나 이익을 위해서 동물을 도박이나 오락의 도구로 삼는 것을 금지하고 동물의 본능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제정되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소싸움은 동물보호법에 의해서 금지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소싸움은 지역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짐으로써 양성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역활성화를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지역과 인간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생명체들을 이용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경기를 마치고 나온 싸움소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싸움소. 소의 맑은 눈빛을 보라.

 




댓글


유은주 2011-09-16 14:20 | 삭제

몇년전에 우연히 진영에 들렀다가 잠시 보다가 뛰쳐나온적이 있는데 그냥 지친소들 보는것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고얼마나 불쌍한지 이건 스포츠도 아니고 도대체가 뭘 하자는 건지...


이경숙 2011-09-17 10:48 | 삭제

깊이 공감합니다...이 세상에...싸우고 싶어하는 동물이 얼마나 있을까요...싸움소들에게...많이도 미안하네요...좋은 기사 고맙습니다...


이은정 2011-09-17 12:22 | 삭제

언제까지 이런 마음 아픈 일들을 보고, 또 보아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