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28일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1월7일 살처분한 동물의 수가 백만 마리가 넘어 섰다. 말이 백만 마리지 백만 마리라는 숫자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렇게 많은 동물을 살처분하고도 아직도 구제역은 꺼진 불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수의 동물을 살처분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방역에 동원된 공무원이 과로로 인하여 숨을 거두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이 동물을 매립하는 과정 중에 다쳤다고 한다. 또 수백마리의 살아있는 가축을 생매장하는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은 동물들이 생매장되면서 울부짖는 울음소리와 눈빛이 기억 속에 남아서 고통스럽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증상을 보이고 있다. 또 매장한 동물들에서 나온 침출수가 주변 농지나 지하수로 흘러나오는 등 2차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뉴스들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구제역과 관련된 많은 뉴스들이 구제역 발생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경제적인 손실과 인명의 손상 등 인간 위주의 뉴스를 생산하고 있을 뿐 산 채로 생매장당하는 생명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당시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면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하기 전에 소련과 독ㆍ소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면서 이면협약으로 폴란드의 부그강과 나레프강을 따라 이어진 경계선 동쪽은 소련이 차지하고 독일은 서쪽을 차지하기로 한다. 1939년 9월 1일 독일군은 폴란드를 침공하고 소련은 9월 17일 폴란드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고 폴란드 영내로 진격해 들어가, 사전에 약속된 대로 부그강 변에서 진격을 멈추고 독일과 폴란드를 분할 점령하였다. 이 점령시기에 독일군은 점령한 폴란드 서쪽 지역에서 유태인에 대한 인종청소를 하고, 소련의 스탈린은 “폴란드가 독립국으로 일어설 수 없도록 폴란드 엘리트의 씨를 말릴 것”을 명령하여 전시 소집된 폴란드군 예비역 장교들을 카틴 숲에서 잔인하게 살해하고 암매장하는 카틴 숲 학살을 자행하게 된다. 그 역사를 다룬 영화가 <카틴(Katyn)>이다. 이 영화를 보면 폴란드의 장교들이 숲속으로 끌려가 총살당하고 산속에 구덩이를 파고 암매장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Katyn숲에 암매장되었던 폴란드 장교의 시신들 카틴숲 사건 이외에도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대량 학살은 미국 백인의 500만 명에 달하는 아메리카 원주민 대량 학살 사건, 1937년 일본군에 의해서 중국의 난징에서 35만 명 정도 학살한 난징 대학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300만 명에 가까운 유대인 학살, 1975년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정권에 의해서 4년간 약 1700만 명을 학살한 킬링필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대량학살은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일제에 의한 학살과 한국전쟁 당시의 좌익과 우익이 서로를 학살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당시의 역사책을 보면 차마 옮기지 못할 참혹한 광경들이 많다. 총으로 사살 후 집단암매장하는 것은 그래도 인도적인 편이다. 총알을 아끼기 위하여 낫이나 죽창으로 찔러 죽이거나 사람들을 굴비 엮듯이 서로 묶어서 산채로 구덩이나 동굴에 밀어 넣고 매장하거나 건물에 감금하고 불을 지르거나 돌에 묶어 바다에 던져버리는 등 여러 잔혹한 방법을 사용했다. 지금 구제역으로 인하여 살아있는 동물들을 생매장하는 모습들을 보며 인간이 인간을 참혹하게 죽였던 역사적 사건들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간이 인간을 죽인 사건과 인간이 동물을 죽이는 일은 전혀 비교할 수 없는 별개의 것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이 인간을 무참하게 죽인 역사적 사건과 지금 자행되고 있는 인간이 동물을 잔혹하게 죽이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과 동물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동물에 대한 잔혹한 학살은 가능하거나 부득이 하지만 허용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나치도 유대인은 종자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유대인을 학살했다. 일본군도 조센징이나 중국인은 천한 민족이기 때문에 죽여도 된다며 학살했다. 학살자들은 스스로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그러한 학살행위를 했다. 그 학살자들은 다른 민족이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애당초 다른 종자이기 때문에 학살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이 종이 다르기 때문에 학살할 수도 있다고 한다면 인종이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그들의 행위를 비판할 수 있을 것인가? 상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나 자신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을 죽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들은 타민족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면 그들에게 무엇을 근거로 그들의 행위를 비난할 것인가? 혹자는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지배하는 것이 (있지도 않은) 자연의 법칙이라고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종족이기에 (그렇게 바라보는 인간의 눈에는) 인간의 모든 행위들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당시 강자였던 나치나 일본군, 소련군의 살육행위는 무엇을 기준으로 비판할 수 있는가? 강한 것이 지배할 수는 있지만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만은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 사회 내에서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에 대하여 동일한 기준으로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허용되어져야 하는 것인가. 어떤 동일한 성격의 사건에 대하여 판단할 때에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것이다. 그래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어떤 가치를 판단함에 있어서 시시때때로 어떤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허용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기준을 바꾼다. 그것은 아쉽게도 스스로 ‘종차별주의자’임을 드러내는 일이다. 종차별주의자는 종이 다르면 학살해도 된다고 생각하듯이 인종차별주의자는 인종이 다르면 학살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종차별주의자가 인간과 동물은 근원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듯이 민족, 인종차별주의자들은 다른 인종이나 다른 민족을 같은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나치나 일본군이나 소련군이 당시 강자였다는 이유로 약자였던 민족을 학살하면 안 되었다고 비판 하려면 지금 지구상에서 인간이 강자라는 이유만으로 약한 생명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면 안 된다는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최소한 동물보호법에 규정한 대로 도살해야 한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③법 제20조 제1항(법 제28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의 규정에 따라 살처분명령을 받은 자는 당해 가축을 사살·전살(電殺)·타격·약물사용 등의 방법으로 즉시 살처분하여야 한다.
동물보호법 제11조(동물의 도살방법) ①「축산물위생관리법」 또는「가축전염병예방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가스법ㆍ전살법(電殺法)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개정 2008.2.29, 2010.5.25>
동물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이나 동물보호법 어디에도 동물을 산채로 매장해도 된다는 구문은 없다. 모두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법에 정한 대로 도살해야 한다. 그리고 법을 위반한 경우 법에 의해서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가축전염병 예방법이나 동물보호법에는 도살방법을 어겼을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 그러하기에 처벌조항 또한 신설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한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주요 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감금하는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최소한 동물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한 바퀴 돈다든가 몸치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들은 일어섰다 앉았다 하거나 자신의 사지를 펼칠 수 있을 만큼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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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구제역을 이유로 인간의 편의에 따른 동물학살은 멈춰야 한다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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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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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이경숙 2011-01-11 10:53 | 삭제
공감, 또 공감합니다...정말 고맙습니다...
조희경 2011-01-11 00:15 | 삭제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동물보호권 외의 많은 사람들이 정독하여 인식의 전환에 많은 참여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도 입장을 준비하는데, 그동안 해왔던 이야기들이 정부나 사회가 귀기울이지를 않으니 좀 더 많은 자료들을 구하고 찾다보니 시간이 지체되는군요.
미니 2011-01-11 17:49 | 삭제
저도 자꾸만 홀로코스트의 학살이 연상되고 있습니다.ㅠㅠ
박병옥 2011-01-12 14:19 | 삭제
인간도 동물입니다. 인간이 살아 남기 위해서 다은식품(동물성 포함)을 먹어야 합니다. 문제는 축산물의 과도한 무절제한 탐식입니다. 서구 유목민족의 생활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 입니다. 구제역 살처분 방식도 서구 축산선진국의 방식(실패작이지만)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린 잘못된 방식입니다. 생산자 관점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박종무 2011-01-12 18:56 | 삭제
박병옥님 지구상에는 많은 동물들이 있습니다. 그 동물들이 모두 육식을 하지는 않습니다. 또 인간이라는 동물이 꼭 육식을 해야 하는 동물도 아니고요. 항생제와 온갖 약물들 그리고 고통으로 쩌들은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을 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예전 우리가 70년대에 고기를 먹는다는 것과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화옥 2011-01-15 01:50 | 삭제
조금전 ebs지식채널을 보고 지금의 살처분문제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청정국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행해지는 살처분.
제가 인간이라는게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습니다.
그들을 생명으로 보지 못하고 돈으로 보아야하는 인간이 부끄럽고
원망스럽습니다.
[한 송아지가 저를 죽이러 온 내 손등을 핥는다]
이 장면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언젠가 구제역은 분명 다시 또 재발할 것이고 우리 모두 이 문제를
확실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