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가슴이아픕니다.
이런 참상의 아픔이 저에게 새로운 결심을 하게합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2/29/2010122901940.html
[만물상] 떼죽음 소의 눈망울
안국선은 1908년 소설 '금수회의록'에서 동물 입을 빌려 인간사회를 풍자했다. 주인공 '나'가 꿈속에서 여덟 동물이 연 회의를 참관한 기록이다. "까마귀처럼 효도할 줄도 모르고, 개구리처럼 분수 지킬 줄도 모르고, 여우보담도 간사하고 호랑이보담도 포악하고 벌과 같이 정직하지 못하고…"라는 식이다. 안국선은 모든 생명이 신의 뜻에 따라 각자 존재 이유를 갖고 창조됐다고 본 기독교 신자였기에 동물의 시선으로 사람을 야단쳤다.
▶미국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은 "나 자신을 소의 입장에 놓는다는 것은, 소가죽을 쓴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소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폐아로 태어난 그는 장애를 극복하면서 동물행동학을 공부했다. 자폐인이기에 다른 사람보다 더 깊이 동물을 이해했다. 전화벨이 울리면 소의 심장 박동이 분당 50번에서 70번으로 늘어나는데 자폐아도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랜딘은 '인도적 도축'을 주장한다. 도살하기에 앞서 동물에게 전기 충격을 주거나 약물을 주사해 무감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소 뒷다리에 족쇄를 채워 거꾸로 들어올리거나 코를 집게로 들어올리는 도살 방식을 없애자고 했다. 그는 "동물이 죽는 곳은 신성한 장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동물 입장에서 공포와 슬픔을 느끼는 것은 선승(禪僧)이 우주와 합일하는 상태와 같다고 했다.
▶김도연 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선 시골 총각이 소가 꾸는 꿈속에 갇힌다. 그는 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마음의 눈'을 뜬다. 김기택은 시 '소'에서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경북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소와 돼지 52만300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방역요원들은 신경안정제와 안락사 약물이 든 주사기로 소와 돼지를 죽인 뒤 비닐봉지에 싸 파묻는다. 사흘째 주사를 놓은 어느 여성 방역요원은 "아무래도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며 울면서 토했다. 어느 부부는 기르던 소 100여 마리가 죽는 것을 지켜보며 "보상금을 받는다 해도 다시 송아지를 기를 염치가 없다"고 했다. 말없이 죽어가는 소의 눈망울에서 '소리 없는 비명'이 날카롭게 튀어나와 사람들 가슴을 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