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님 댓글을 보고 제 생각을 또 붙입니다.
네, 이지연님 말씀이 맞습니다. 표현은 적당한 것이 없어서 기업이라 표현하셨겠지만 말씀하시고자 하는 의미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수십마리에서 수백마리를 보호관리할때에는 두가지 경우가 있겠지요.
자신이 어느 정도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자력으로 관리하거나, 경제적 여유없이 이런 저런 이유로 보듬기 시작하여 마침내는 후원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경우입니다.
전자의 경우 현재 자신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점차 긴안목으로 본인 은퇴시 대처에 대해 준비해야겠지요. 이번 사례처럼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을 환경이어도(모두가 빚청산하고 나면 남을게 없을 수도 있겠지만) 개를 상속받지 못한다 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재산을 동물 관리에도 분배할 수 있도록 법적인 장치를 해놓던가, 본인 활동/생전에는 가능하지만 사후 관리는 전혀 할 수 없는 정도의 경제력이라면 갑자기 닥친 사고야 어쩔수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나이와 동물의 수명을 고려하며 조절해야 겠지요.
그리고 후자처럼 후원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는 동물보호소가 비영리 조직화가 되어서 소장이든 대표든 조직의 책임자 공석, 유고 시에 언제든지 대처 가능한 구조 구축이 지향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에 상응하는 후원 능력도 키워야 합니다. 동물운동단체만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호소도 조직화되어야 합니다. 영국의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되는 Bettersea Dogs&Cats Home은 전형적인 유기동물 보호 조직입니다. 그 조직의 재정규모는 동물을 보호 관리하고도 남아(단지 먹여주고 재워주며 치료하는 보호가 아닌 정신치료와 행습 교정까지 하고 있음) 수의사 양성에도 후원을 하여 동물복지 전문수의사를 배출해냅니다. 이것은 다시 유기동물복지로 환원되며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동물과 후원 관계 이야기 나올 때마다 본질을 퇴색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동물 제대로 돌보려면 인력 있어야 하고 인력 운영하려면 재정 있어야 합니다. 재정 탄탄하게 지속하려면 후원 및 재정 관리자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유기체적으로 돌아가며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관리를 총지휘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요, 이것이 조직이며 안정된 조직은 누구 하나가 공석이 되더라도 조직 자체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보호소장님들 당연히 월급 드려야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돈 없이 단 하루를 어떻게 살고 무엇을 먹고 살수 있습니까? 이건 생계와 활동의 지속성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월급을 가져 가고 안 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보호소가 그 존재의 이유에 맞게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가와 재정의 투명성, 내부 협의체가 제대로 작동되며 합의된 의견을 바탕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가, 비영리조직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항들을 준수하는가 이런 점들이 객관적이며 통상적 기준에서 지켜지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느 협의체 역시 어느 한 사람 중심의 의견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복수의 의견들이 잘 조합되도록해야 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소장이 동물을 사유화로 인식하고 협의체 운영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과감히 후원 카페가 형성되어서는 안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동물보호소들이 조직화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인데, 1세대들은 그 당시로서는 그렇게 밖에 안될 환경이었겠지만, 보호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필요성이 제기되어야 하는 이 즈음에 후발보호소들마저 1세대 보호소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반복된다면 유기동물복지의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정말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물론 후발보호소가 1세대를 답습하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은 누구 한 사람의 탓이 아닙니다. 공동체 모두가 책임을 가져야 할 일이며 유기동물에 대해 막연한 연민으로 삶과 죽음 이 자체에만 고정된 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이 대화를 차단하기 때문에 1세대 보호소를 계속 답습케 하는 것입니다.
어떠하든 간에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동물보호소의 동물복지 기준을 엄격하게 지켜나가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가 유기동물 위탁보호소의 동물복지는 문제 제기하며 그곳에 안 보내려 하면서 사설보호소는 그 안에서 동물이 동물을 물어 죽이는 환경이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도록 개선이 안되어도, 그런 운영체를 계속 양산해내는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 제기가 안 된다면 이건 정말 기준도 없는 자신들의 감성에 동물을 끌어들이는 것 말고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무조건적인 비난이 능사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갈등과 과도기가 있어 그것이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과정일지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유기동물복지를 정착시키기 위해 눈물을 삼키면서라도 정착시키도록 노력하기 위한 작업과 그 과정들을 거부하지 않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