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100 여 마리의 개 경과

사랑방

100 여 마리의 개 경과

  •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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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1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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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사업장에서 키워지다 양육자의 지병으로  거취가 불안해진 100여 마리의 개 이야기입니다.

저는 금번 사건을 접하면서 반려견으로써 보호자의 돌봄으로 부터 벗어난 동물을- 그리고 아무도 책임있게 나서지 않는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접하며 말할 수없는 착작함에 몇날 며칠을 보내었습니다. 물론 늘 겪는 일이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사건이 크면 느껴지는 파장도 크겠지요.

이 사건을 대하는 동물보호가들의 각각 다른 입장(어떤 때는 이중적 태도)  또는 조언하는 것은 고맙게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이 고민하고 상의하여도 단 1마리의 개도 데려가겠노라 나서지 못하면서... 그렇다면 이 개들이 어떻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하여서는- 너무나도 뻔히 눈에 그려지는데-  두눈 꾹 감고 '그냥 키우라고 해'라고 한다면 이 일은 그렇게 없었던 일로 되는 걸까요?

못 데려가는 건 그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도 못데려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개들이 참혹한 방식으로 종료되는 것 그것만큼은 피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 개인이 못하는 것 단체가 도울 수 있는 것, 그것이 최소한의 역할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개들을 그렇게 갈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아주 쉽고 단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 개들의 상속자와 직원은 이 개들을 살리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여 자기들이 연락할 수 있는 곳은 다 하였다고 하더군요. 사설보호소, 동물단체.... 하나 같이 다 '우리도 한계 상황이라 받기 곤란하다' 또는 '안락사시켜라' 이 두가지 입장뿐이었다고 합니다. 이건 너무 자명한 반응입니다. 10마리도 아니고 100여 마리의 개들을 위해 준비하고 존재하는 보호소나 단체는없습니다.
관할 시에도 이야기를 했더니 현재 유기동물이 아닌 이미 시간이 지나 사유 소유가 된 동물을 정부에서 처리할 수는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상속자가 어리숙한 사람도 아니고 이미 알 것 다 알아본 상태이고 나름대로 이 개를 살려보려고 동분서주한 입장에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오로지 자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다 보니, 이 상속자는 서운한 마음도 크고 어찌 보면 악에 바칠 만큼 바친 사람처럼 느껴지더군요.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의 개인데  어찌 저리  뻔뻔스러울까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이해 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겠지요. 자신이 벌린 일도 아니고 시아버지로 부터 대물림을 받아, 손쉽게 해결하자면 개장수한테 넘기면 본인으로써는 깨끗하게 해결될 일을 그래도 한놈이라도 살리고자 여기저기 요청을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단 한마리도 데려가겠다는 곳은 없으니 도대체 그 보호소, 그 단체들의 존재는 무엇인가..싶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또한 우리도 어긋장나게 생각해보면, 도대체 그 사람이 우리가 활동하는데에 무슨 도움을 주었다고 이제와서 이런 일은 당연히 자신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욱하는 생각도 어찌 안들겠습니까?
다만 사람이 서로 그래봤자 동물이 더 잔인한 지경으로 몰리는 것, 최소한 그런 식으로만 처리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만 몇 녀석에게라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며 참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무실에 앉아 전화 받으면 별 가관들이 다 있습니다.
자신들이 좋아 자신들 하고 싶은대로 키우다가 키우기 싫으면 동물단체에 전화해서 가져가라며, 안가져가면 길에 버린다는 협박이나 해대거나 또는 말 같지도 않게 자신의 개를 안받아준다고 항의하며 '그러니까 유기동물이 생기죠!!'하는 이런 땡깡도 생땡깡이 어디있는지 그 꼴까지 당하며 사는 것 까지는 숙명이려니 하겠지만, 대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이 애들은 살려야 한다고 이렇게 저렇게 훈수 두며, 최상의 머리 위에 계시려는 어르신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개판은 왜 그리 어르신이 많으신지 제 나이 지천명이 되어도 어르신들 앞에서 허리 휘어야 하게 생겼으니..애들 말맞다나  이건 또 뭥미?

튀는 못, 정 한번 더 맞는다고.. 남들 처럼 못받는다..또는 안락사 시켜라 하고 말로 끝내면 될 것을..그래도 혹시나  나중에라도 누군가가 "할 수 있었는데" 라는 말을 할까 싶어, 그 한가닥 기대마저 묻어버리지 않으려 일부러 공개했습니다.
또 100여 마리의 동물을 안락사 한다는 것이 개인이 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것마저도 누군가가 도와야 하는 상황이 된 지금... 말로만 안락사하라 하는 것 조차도 무책임한 것이 되는 것이기에 무엇이 되었든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겪은 이런 저런 경험은,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의 유기동물(주인이 돌보지 않는 동물 통칭) 문제는 향후 어떻게 논의된 방향을 잡아갈 수 있을지..이제 조금씩 자리잡아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했었는데 그게 아직도 멀었구나 싶어 아득하더이다.

유기동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그 이전에 캠페인이든 제도 정착이든 그건 그 영역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유기 동물의 문제에 대한 관리 방안도 동시에 마련 되어야 합니다.
No Kill Shelter로 정착된 사회는 아무 과정없이 그냥 생겨난 사회가 아닙니다.
그들 역시 수없는 과정을 거치며 유기동물의 복지 차원에서 방향을 잡아가며 또 다른 방면에서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키워나가는 것이 동시에 진행되며 사회가 그렇게 정착되는 것이지요. 뭐가 어떻든 각각의 신념이 있고 그것은 때론 서로 긴장 관계나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루며 보다 성숙함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호 작용도 어떤 대화의 기본은 작동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 싶습니다.

사설보호소 1세대분들의 연세도 이제 펄펄하게 다니실 때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개들 보호자도 그렇고, 몇해전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오산의 고 양정원선생님 사례도 그렇고(그때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생전에 그곳 동물과 관계 맺던 보호소에서 수용을 했지만, 이런 행운(?)은 늘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인간사 하루 앞을 어찌 가늠하겠습니까?
그때에 자식들이 동물들을 상속 받겠다고 할런지요...땅 한평 없는 보호소, 카페 매니저가 보호소장이 되겠다고 나서겠는지요.. 아니면 후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돈 몇푼 쥐어주며 다른 헌신자나 나타나길 눈 껌벅이며 기다릴 것인지요,,그것도 아니면 본인 재산 다 털어 보호기반 마련해 줄것인지요...또 그것도 아니면 사회생활 막바지에 몰려 인생 접어 은둔 생활해줄 사람 나타나주길 기다릴런지요?

한생명이라도 살려보려고 노력하는 개인의 값진 노력들과 별개로 전체적 틀을 잡아 방향성을 만들어 가는 일은 분리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요?

앞으로 우리는 이런 사례를 어떻게 대처할 지.. 300마리... 600마리...1000마리...3000마리..
동물 복지의 기준도 없고 오로지 목숨 붙어 사는 것만으로 나 자신을 위안하며 사설보호소에 개들 들이미는 분들...  이해를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차후 발생할 이런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논의하여 기준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전혀 할 수 없는 이 환경..그것이  착잡합니다.

논란이 된 이 100여 마리의 개들은 상속자가 여기저기 알아보며 20여 마리를 입양 보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더 알아본 다음에 더이상 방법이 없을 때에 관할 시에 인계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답답하군요...
우리도 입양 활동을 하다보니 경험치만으로도 그려지는 상황을 볼 때 입양이란게 그렇게 다급하게 쉽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입양간 그 개들이 몇마리나 제대로 목숨 붙어 살지... 상속자도 시청에 인계하는 것 보다는 한 마리라도 살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리 하는 것인데... 지금은 그런 우려의 설명을 한들 서로가 답답한 상황인 것 뿐이지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개들을 어디 농장에서 데려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기에...급히 부랴부랴 경기도와 관할 시에 협조 요청해  개인 소유의 동물은 유기동물 처리할 수 없다는 방침을 번복시켜,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면 개장수에게 넘기게 할 것이 아니라 시에서 인계 받도록 한 것, 여기까지가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이었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 두서없이 글을 써내리며 풀어놓은들 답답함이 가실런지...

많이 아프군요....


 




댓글


민수홍 2010-04-15 08:40 | 삭제

애 정말 많이 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깽이마리 2010-04-15 23:43 | 삭제

많이 고민하시고... 노력하신 것이 느껴지네요...
근데... 안락사보다... 다 살려야지 하면서 손길 하나 없이 말만 하는 분들은 좀 그렇네요. 그리고 개인이 그 많은 수를 안락사 한다는 것도... 그렇죠... 불가능하죠... 결국 한꺼번에 업자에게 넘기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이겠죠...
그래도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순 없지만...(세상에... 어떤 최고의 방법이 있겠어요... 이런 상황은...) 최선을 다해서 같이 이야기하고 방안을 모색해 주셔서 지켜본 입장에서도 감사합니다.


이경숙 2010-04-16 11:33 | 삭제

가슴 답답한 현실입니다...ㅠㅠ


장지은 2010-04-16 17:35 | 삭제

안타깝고 안스럽고 답답하고..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현실이네요..


이지연 2010-04-16 19:18 | 삭제

사설보호소도 이젠 기업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사비로 운영되는 게 아니고 후원금으로 운영된다면 이윤없는 기업이 되어서 소장 개인의 소유가 아닌 기업의 소유가 되어야 만일 대표가 사퇴하는 일이 있어도 흔들림이 없겠죠. 물론 그러자면 대표와 직원의 월급을 급여 할 수 있을 남큼 후원금이 있어야 하겠지만요. 아직 그런 여건이 안되는 우리나라 사설보호소 특성상 앞으로 이런일이 또 생기지 말란 법은 없는데 소장님들께서 미래의 일들을 미리 준비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찌 됐든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는 동물들이 너무 많이 태어나요. 번식장에서든 가정집에서든 사람들이 책임지질 않을 생명들이 너무 많이 태어납니다. 유기동물의 범람은 그게 원인이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