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늙은 개와 함께 살며....

사랑방

늙은 개와 함께 살며....

  •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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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1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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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늙은 개들이 다 우리 쿠키 같은 것은 아니라 생각해요..... 어떤 회원님의 반려동물은 깨끗하게 목욕하고 드라이어로 털 말린 후 자기 방석으로 가서 눕더니 그렇게 조용해 평온하게 하늘 나라로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사무실에 나이 많은 개들이 있지만 아직은 노령으로 인해 죽은 개보다 노환으로 앓다가 죽은 사례들이 더 많은지라, 노령의 개들의 일상이 어떤지 잘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것이 아닌지라 제가 모르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요.

이 사진은 제가 1997년쯤부터 함께 살아온 쿠키입니다. 제 닉네임을 '쿠키'로 사용할 만큼 제게는 좀 더 각별한 정이 있는 녀석인가 봅니다.
시추 암수 한쌍 쿠키와 비키가 1살이 좀 덜된 듯한 나이에 '어디로 가야 하나.....'하는 처지에 있을 때에 제가 업어온 아이들입니다.

비키는 앙징맞고 샘도 많고 어찌나 요염스러운지 이 아이들의 먼저번 보호자가 유난히 비키를 예뻐했던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쿠키는 늘 한발 뒤에 서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녀석이 성질이 온순해서는 아닌데... 워낙에 비키가 깍쟁이인데다가 요염쟁이라 늘 한발 뒤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런 모습이 더 짠하여 쿠키에게는 먹을것 하나라도 더 주게 되는 그런 녀석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찌나 호통이 심한지 저는 이 녀석에게 늘 야단맞고 살아야 했고, 한번쯤 안아볼려면 온갖 간청을 하며 안아야만 했습니다.

산책을 나가도 늘 잘났고 눈은 휘둥그레하며 사방을 훑어보는 녀석이었죠. 목욕을 한번 시킬라면 제 온힘을 써야 목욕이 가능한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늘 듬직한 제 애인같은 녀석이기도 했습니다.

기특한 것은... 저와 15년째 함께 살면서도 비키는 배변을 제대로 못해 애를 먹였는데 우리 쿠키는 배변 만큼은 정말 깔끔하게 해주시는 분이었어요.
그런데..그랫던 쿠키가 이제는 털도 듬성듬성빠지고 산책 나가면 현관 앞을 향하며 집에 들어오길 원하고, 차 타는 것을 무척 좋아하더니 이젠 차도 못타서 병원 조차도 가기 어렵게 되었고 하루종일 저렇게 잠만 자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2008년 즈음부터는 소변도 제대로 못가리는 때가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 작년부터는 간혹씩 자기가 누워있는 방석에 싸놓기도 하고, 소변을 바로 치워주지 않으면 그냥 철퍼덕 넘어지거나 밟고 그 자리를 맴돌기도 하는데...자기 몸도 자기 마음대로 안되는지 어떤 때는 벽에 붙어있거나 가구 사이에 끼어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참을 서 있다가 돌려나오곤 합니다..

 몸은 그래도 성질은 어찌 그리  여전하신지..발바닥 닦아주는 것 조차도 온몸의 기를 쓰며 저항을 합니다. 그래서 소변을 싸주시면 쫒아가서 얼른 치워줘야 몸이 오줌에 쩔지 않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네요..

이젠 이 녀석의 이런 삶에 제 감각도 길들여져 있는지, 이젠 밤에 잠자다가도 이 녀석의 소변 냄새를 느끼며 잠을 깨, 후다닥 일어나 닦아주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나 자신을 보며..그런 이 녀석을 보며... 시간이 많지않음을 느끼기도 하지만,,어쩌면 이 녀석이 이렇게 골골하면서 장수(?)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는 뭔가의 감정이 살짝 스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 나이 먹은 개 내다버린다는 사람들.. 거품 물고 비난했었는데...아,,그럴게 아니고 반려동물의 노후를 준비하는 마음 가짐으로써 이 녀석들이 젊은 시절에 우리에게 주었던 아낌없었던 즐거움과 행복을 감사해하며, 노령견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을 공유하며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도록 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홍현진 2010-02-16 13:24 | 삭제

그렇찮아도.. 저두 입양후기에 노령할매 소식 올리고 왔는데,, 동병상련이시네요..ㅠ


홍현진 2010-02-16 13:45 | 삭제

이쁜이야.. 아프긴해도.. 덤으로 키우지 않았나 싶을만큼 원채 속썩이지 않는애니까요..ㅠ 병원갈때도,
병원가서도 순하고 얌전하구요..
울 어무이가 이쁜이 보면서 말씀 하셨죠..
우리 이쁜이는 밥주고.. 물주고... 이뻐해주기만 하믄 되는데.. 하고..
나이들고 아프면서도 참 속썩이지 않는 아이예요..
하긴 뭐 애들이 속썩이나요.. 우리가 맘을 썩이는거지..ㅠ
맘처럼 안되지만 마음을 조금씩 비우면서 흘러가는대로 받아들이는 연습해야할것 같아요.
저는 작년에 너무 큰일을 연달아 치뤘더니.. 지금은 많이 비워진것 같아요.
이제는 너무 오버하지 않고.. 그러니 이쁜이는 더 잘뎌주고 있는것 같구요..


쿠키 2010-02-16 15:02 | 삭제

저도... 사무실에서 아이들 죽음을 많이 지켜보며..언젠가 이 녀석들과 복실이가 가더라도 마음이 덤덤할 것 같다는 생각은 하는데..요즘은 자신이 없습니다.


똘이 2010-02-16 16:41 | 삭제

아무리 준비를 한다 한들.... ㅜㅜ
그래도 무방비상태로 어느날 닥치는 것에 비할수는 없겠지요...
가끔은 애들 나이 계산하는게 겁나요..
신랑이랑 애들나이 이야기 하다가 뒤돌아서서 둘다 작게 한숨을 쉬지요..


이기순 2010-02-16 17:34 | 삭제

16살 우리 얄리님...
말 안해도 다들 아시죠? ㅠㅠ


쿠키 2010-02-16 17:44 | 삭제

얄리도 있다...
근데..아이참.. 내 포인트는 바로 이거여~
늙어도 곱게 있다가 가면 뭐 그런대로 힘은 안들겟지만
울 쿠키님 처럼 차도 못타, 안고 가는 것도 못해, 오줌은 아무데나 싸서 철푸덕해~ 거기에 성질은 아직도 지롤이라 목욕 한번 하면 혀까지 새파랗게 질려 넘어갈 듯해서 목욕도 못시켜, 게다가 지금 사시는 집 거실 바닥이 합성소재가 아니라 나무가 오줌에 쩔어서 다 들고 일어나~ 방석이나 이불은 몇일 간격으로 세탁기 돌아가, 어흑..아침 마다 출근 전에 쿠키님 시중드는게 이게 보통 일이 아닌지라 (어떤 땐 떵까지 뒤집어 쓰셔여ㅠ.ㅠ) 연로하신 분들 못 모시겠다고 하는 사람들 비난만 할게 아니라 지혜롭게 견생노후를 보내는 법을 준비케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머 그런 커~ 얘기가 하고 싶었다 뭐..그커~ ㅠ.ㅠ


민수홍 2010-02-16 18:41 | 삭제

동네를 산책할 때면 종종, 1995년 10월 19일생의 저희집 숀을 보며 동네 계집아이들이 꺄아꺄아- 귀염 떨며 달려옵니다. "강아지다- 강아지다- 몇살이에요? 만져봐도 돼요? 물어요?"
저는 (살짝 살기를 풍기며) 답하죠. "너보다 오빠야, 이제 15살이거든. 자기보다 어린 사람 보면 업신여기니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렴(꺼지렴)."
...
언제 가든, 여기서 끝까지 즐겁고 신나길, 한결같이, 간절히, 기도하곤 합니다.
산책을 마치고 숀을 안아올려 집으로 오를 때면 숀은 저를 보며 찹찹 핥아줘요.
그럴 땐 정말 행복해요.


허미선 2010-02-17 10:45 | 삭제

제가 두마리(17살,11살)를 키우는데 17살 아이도 잘움직이고 대소변도 잘가리고 눈도 좋았고 털도 많았었는데 15~16살 넘어가면서 모든것이 많이 안좋아졌답니다.
털도 거의 없고,눈도 잘 보이지 않고,잘 듣지도 못하고,대소변도 못가리고,다리가 굳어서 거의 움직이질 못해요ㅠㅠ
자다가도 자주 일어나서 소리지르고..하루종일 잠만 잔답니다.
사료를 먹을때도 눈이 잘보이지 않아 제손,엄마손을 문적이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눈에 아무거나 보이면 무조건 물고 봐요.먹는건줄 알고ㅠㅠ
먹성이 좋아 음식냄새는 기가막히게 맡아요.
그래서 몰래 뭘 먹질 못한답니다.ㅎㅎ
동물병원에 갔다가 19살 말티즈 아이를 봤는데 뇌에 문제가 있어 수술이나 치료를 하려해도 너무 노령이라 병원에서도 그냥 보내는거 같더라구요.
그 아일 보면서 저희 아이가 지금보다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항상 걱정하며 산답니다.
더군다나 작년 10월경에 피부종양 수술을 했는데 악성이라더군요ㅠㅠ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건강하게 살다가 갔으면 좋겠어요.


쿠키 2010-02-17 09:47 | 삭제

아.. 제일 중요한 얘기를안했네요.
든든한 쿠키일수밖에 없는 것..
이 녀석은 제가 방에 있으면 문턱에 걸쳐 앉아서 아무도 제 주위를 오지 못하게 하는 녀석이었어요 ^^ 가족들이 제 방 근처만 얼씬대도 난리가 났었죠.
제게 큰 소리 치며 야단을 쳐도 누군가가 제 옆에는 오지도 못하게...
그런 녀석이 자기 건드리는 것 외엔 지금은 그런 기백은 다 없어지고 저렇게 잠만 자네요


강쥐맘 2010-02-17 12:21 | 삭제

저희집 애들두 시츄 9살 요키 11살 근데 항상 건강하고 나랑은 함께 할 거란 생각엔 그런 생각조차 하기가 싫어져요 맘 아파서 상상만 해도 눈물이 와르르~~ 그래두 함께 하는 시간동안 늘 즐겁고 행복하게 울 애들이 있어 감사하고 또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영원히 돌볼거예요


이경숙 2010-02-17 12:23 | 삭제

아고고....저도...울아그들...다들 나이가 많아서...남일겉지 않네예...ㅠㅠ


강쥐맘 2010-02-17 12:27 | 삭제

친구네 개는 20년 다 되어가고 또 다른 친구네는 15년 다 되어가고 어찌나 건강한지 나처럼 애들한테 유별나지두 않구 그래서 항상 울 애들도 나이들어도 건강한다고 생각하면서 항상 더 잘해야지 하고 맘 먹었는데.. 근데 위에 털 빠진 쿠키 사진 보니 웬지 내 맘이 더 아플까봐 겁도 나고 쿠키보니 안 쓰럽고 맘이 찡해 와요. 계속 눈에 아른거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