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멧돼지 죽이기, '코믹' 버리고 경건하게 가자(오마이뉴스)

사랑방

멧돼지 죽이기, '코믹' 버리고 경건하게 가자(오마이뉴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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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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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일요일밤에 홈페이지 메인 개편된 일밤은 김영희 PD의 지휘 하에 '단비', '우리아버지', '헌터스'의 세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 MBC 일요일일요일밤에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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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죽이기, '코믹' 버리고 경건하게 가자
[주장] MBC <일밤> '헌터스' 폐지한다고 문제 해결될까

멧돼지 죽이기, '코믹' 버리고 경건하게 가자

[주장] MBC <일밤> '헌터스' 폐지한다고 문제 해결될까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는 MBC 예능 프로그램의 오랜 간판이다. 최근 '일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과거 '양심 냉장고'를 기획했던 '쌀집아저씨' 김영희 PD가 구원투수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김영희 PD가 기획한 일밤 구성은 총 세 가지로, '단비', '우리 아버지', '헌터스'다. 이 중 '단비'는 잠비아 물부족 마을에 우물파기, '우리 아버지'는 이 시대 흔들리는 아버지의 위상 재확립으로 평가가 좋다. 전자는 매우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것을 주면서 얻어지는 근본적 휴머니즘을, 후자는 권위주의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정서적 공감을 통해 다시 한 번 아버지 위치를 돌아보게 하는 감성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문제는 세번째 코너인 '헌터스'다.

 

고민에 빠진 '헌터스'

 

  
▲ 헌터스 방영 장면 헌터스의 게스트들이 멧돼지 축출을 위해 산을 오르고 있다.
ⓒ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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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스'는 최근 문제가 되는 멧돼지 습격으로부터 농민들을 구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코너다. 그러나 방영 전부터 동물보호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멧돼지 피해를 막기 위해 국내에서 채택한 방법은 수렵 허가다. 어떤 당위와 수식을 붙여도 멧돼지라는 생명체가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헌터스' 역시 그 제목에서부터 멧돼지 '사냥' 의도가 짙게 드러난다.

 

지난 주 방영분까지 '헌터스'는 프로그램 기획 당시 목표와 동물보호단체의 항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주 방영분에서 멧돼지로 인한 농가 피해와 피해입은 농민들 분노를 보여주며 멧돼지 사냥의 정당성을 설명하려 노력했지만, 실제 멧돼지 포획에도 실패하고 멧돼지를 '뒷산으로 쫓아낸다'는 어정쩡한 미봉책으로 동물보호단체의 시선에 갇힌 듯한 태도를 취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멧돼지 쫓아내기가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등 제작진의 고민 깊이를 짐작케 했다.

 

그가 미처 말하지 않았던, 혹은 말할 수 없었던 부분은 결국 우리가 멧돼지를 '죽여' 개체수를 줄이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주말 저녁 예능 프로그램에서 멧돼지 목숨을 끊어야만 문제가 해결된다는 사실을 직접 언급하기를 주저했다. 프로그램에서는 포효하는 사나운 멧돼지 영상과 산 새와 함께 강을 산책하는 멧돼지의 평화로운 모습이 동시에 나타났다.

 

누구의 잘못인가

 

  
▲ 헌터스 방영 장면 농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멧돼지를 축출한다는 헌터스의 기획의도는 필연적으로 농민VS멧돼지라는 대립구도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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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멧돼지 개체수가 비정상으로 는 것은 인간에 의해 그들의 천적이 사라지고, 또한 인간에 의해 그들이 살아갈 터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맹수로부터 공격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했던 것과 도시를 만들고 공장을 세운 데서 기인한다. 멧돼지 천적인 맹수들은 동물원에 갇혀 관리감독을 받고 있고, 안전성을 인정받거나 희소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그 밖 동물들은 아직 공장이 없는 곳 혹은 도시 변두리에서 근근이 삶을 이어간다. 결국 멧돼지는 천적 없는 상태에서 번식을 계속했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먹이가 있는 인가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인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대다수가 도시화, 산업화 원죄는 덜하면서 덜하면서 오히려 그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약자일 확률이 높은 고연령 농민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농민들이 직접 멧돼지의 터전을 좁게 만드는 공장 지대를 세운 적은 없다. 그 혜택은 주로 멧돼지의 피해에서 조금은 안전하게 떨어진 도시문명 거주자들에게 돌아간다.

 

결국 문제의 책임자는 이 문제에서 쏙 빠져버리고 남아있는 두 약자계층이 고통 속에 생존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양상이 계속된다. 아무런 죄도 없는 멧돼지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것에 대한 항의는 정당하다. 또한, 도시화 때문에 쫓겨온 멧돼지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당하는 농민들 울분 역시 정당하다. 이 두 세력은 사회에서 소수자 취급을 당한다는 게 공통점이지만, 생존권 위기라는 현실에서 서로 연대할 수도 없다.

 

프로그램 폐지만이 문제 해결책인가

 

'헌터스'의 돼지 살육을 반대하더라도 농민 피해를 방치해둘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프로그램을 폐지한다 하더라도 브라운관 밖에서는 여전히 돼지의 총살이 꾸준히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는 것 역시 '멧돼지 뒷산으로 쫓아내기'만큼이나 얄팍한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

 

  
▲ 헌터스 방영 장면 고민에 빠진 헌터스는 현재 프로그램에서 게스트에게 멧돼지 구경만 시켜주고 있는 상황이다.
ⓒ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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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헌터스'가 접근방식을 바꾸어 현재 인간중심문명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멧돼지의 희생을 경건하고 진지하게 보여주는 것이 낫다. 온갖 사정이 이리저리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 속에서도 '헌터스'가 곱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멧돼지 사냥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활력'과 '스릴'이 넘치는데다 '코믹'한 상황극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현재 '헌터스'에는 제작진이 미리 계산한 호쾌함은 없고 어정쩡한 불편함만 넘친다. 절대악의 처단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그 대상이 되는 멧돼지가 너무 무고하고 인간에 비해 철저한 약자임을 시청자들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멧돼지의 사나운 포효 장면을 몇 개 넣는다고 시청자들이 멧돼지를 일방적인 주적으로 느낀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시대 흐름에 뒤처진 발상이다. 생명 말살이 주말 저녁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성장한 인권감수성을 통해 감지된 사실이다.

 

  
▲ 헌터스 방영 장면 헌터스의 진행자들이 멧돼지로 추측되는 형체가 포획장치에 다가서는 장면을 보고 있다.
ⓒ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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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고찰 없이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폐지는 단지 불편한 진실에서 눈을 감아버리고, 죄책감을 묻어둔 채 시청자들을 평소 방관 상태로 돌려 놓을 뿐일 것이다. 그러므로 '헌터스'는 죽어가는 멧돼지와 힘겨운 농민의 고통 속에서 사회구조의 모순을 추적하고, 인간에 비해 약자의 위치인 한 생명이 소멸되어갈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엄숙하고 경건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유발한 가해자는 문명생활을 향유하는 우리 도시민 다수였다는 사실을 낱낱이 고발해 묻혀져 있던 죄책감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양심과 교양을 재확인 시켜준 김영희PD다운 프로그램 제작의 올바른 방향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대한 혁신적 고찰 없이 사냥의 스릴과 코믹함이라는 흥행요소에 대한 욕심을 끝끝내 떨쳐내지 못한다면, 최소한 생명경시풍조 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보인다. 고통받는 농민의 눈물에 기대어 멧돼지 사냥의 흥겨움을 합리화하려는 비겁한 시도는 버리는 것이 옳다. '헌터스'가 방영되지 않더라도 다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TV 밖에서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농민들의 고통 해소를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 '헌터스'가 이와 같은 작업을 조명한다는 명분에는 무게감도 당위성도 그다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재'조명이라면 모를까.

덧붙이는 글 | 다시 강조하자면,'헌터스' 폐지가 멧돼지 사살 중지로 이어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흥행 욕심을 버려라, 경건하게 




댓글


길지연 2009-12-18 15:14 | 삭제

*가리 나쁜 인간들이에요, 저런 인간들이 생각없이 던진 주제가 테레비 시청률을 좌지우지 하는 사회라니!!!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