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흰둥이 생각-손택수

사랑방

흰둥이 생각-손택수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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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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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 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날 아침 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 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달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히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댓글


윤정임 2009-07-01 22:51 | 삭제

눈물이 납니다... 이미 많이 들어오던 얘기지만
매번 너무나 슬픕니다...
그저 옛날옛적 못먹고살던 시절의 얘기이면 좋겠건만
여전히 진행형인...
아빠 사무실 뒤켠 마당딸린집에 늘 발바리아가가 묶여 있었어요..
1년에 두번씩 바뀝니다... 늘 암컷 한마리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다 팔지요..
사무실 나들이를 한 철이,달이는 그 마당을 맘껏 뛰놀지만 발바리아가는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입니다.... 그러고 몇달 후 가보면 그녀석의 암컷 새끼만이
있을 뿐입니다.. 아빠가 한번씩 풀어주고 간식 하나 던져주면 얼마나 신나하는지...
주인놈 꼴배기 싫다 하시지만 답이 없이 여전히 진행형인 비극...


정재경 2009-07-02 04:39 | 삭제

울 인간들은 이렇게 잔인한데도, 개들은 묵묵히 인간들의 인간을 받아들이는 모습을보면..정말 우린 이들을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개들처럼 충직한 동물이 또 있을까요? 것도 이렇게 이기적인 인간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줄 동물이 이세상에 또 존재할까요...인간들의 몰지각한 행동들에,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현실의 비극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선..오늘도..오늘도..화이팅 외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