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복돌이와 아저씨의 즐거운 봉사

사랑방

복돌이와 아저씨의 즐거운 봉사

  • 이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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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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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돕는 행복 진짜 끝내줍니다”
무뚝뚝한 아버지들 받는 기쁨에서 이젠 주는 기쁨으로 인생 보람

 [‘주간동아’가 만난 따뜻한 세상(16)|번동2단지 종합사회복지관 ‘녹색아버지봉사단’]


금요일 오후 2시, 박○○(59) 씨는 번동2단지 종합사회복지관으로 향한다. 녹색아버지봉사단의 ‘영양죽 배달 봉사’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흰 강아지 복돌이와 함께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회원들이 모두 모이면 푸드뱅크라고 하는 창고로 간다. 큰 냉장고가 있는 이 창고에는 하루 전 후원업체에서 보내준 냉동 영양죽과 국이 보관돼 있다. 박씨는 오늘 음식을 제공해야 할 사람들의 명단을 받아 수를 확인하고 파란 가방에 죽과 국을 담는다.

“여덟 집이 맞나?” “어디 보자~.” 오늘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두 사람의 배달 몫을 셋이 나누느라 회원들은 죽과 국의 개수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해본다. 냉동 팩을 꺼냈다 담는 손길에 애정이 담겨 있다. 묵직한 가방을 들고 모두 각자 맡은 구역으로 출발한다.

음식 배달에 말벗 봉사까지 제공

“아유, 더운데 수고가 많으세요. 정말 감사하게 잘 먹고 있어요.”(이○○ 할머니)

박씨는 늘 밝고 쾌활한 이○○ 할머니와 요새 건강은 어떤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영양죽 배달 봉사는 6월까지 대학생들이 맡아 했다. 학점을 따기 위해 온 탓에 30분 안에 끝내버렸던 대학생들과 달리, 녹색아버지봉사단이 맡은 뒤론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동네 이웃을 찾아가는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기 때문이다. 영양죽 배달에서 나아가 외로운 노인들에게 말벗 봉사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찾아간 집에서도 음식만 드리고 나오지 않고 잠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이가 없어 음식을 씹기 힘든 김○○ 할머니는 죽이 입맛에도 맞고 소화가 잘되신다고. 그리고 이내 아드님 사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며 몸이 아프다는 이야기도 털어놓는다.

“그래도 약에 의존하면 좋지 않아요. 될 수 있으면 진통제는 자제하시고요, 독서나 뜨개질 같은 활동을 하시면 좋을 텐데요. 아프다는 생각이 좀 덜 들도록.” 박씨는 8년 전 간경화를 앓았으나 자연요법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많은 이웃에게 나눠주고 싶다.

한동안 담소를 나눈 뒤 박씨는 일어난다.
문 밖에서 점잖게 앉아 박씨를 기다리는 복돌이를 보고 할머니가 웃는다. 박씨는 할머니에게 잠깐 복돌이의 실력을 보여준다. “앉아” “악수” “이리 와”. 주인의 말을 잘 알아듣는 복돌이를 보고 할머니는 잠시나마 아픔을 잊고 웃음을 찾는다. [중략]

아직도 봉사란 특별히 착한 사람들이 남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혹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겼을 때 하는 것이라고. ‘나 하나도 거두지 못하는데 누굴 돕는가?’라는 생각 때문에 막상 자원봉사를 시작하지 못한다. 나 자신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와 바쁜 현대인의 삶에 ‘봉사’는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필수’ 활동이 돼가고 있다.

이제 막 결성된 녹색아버지봉사단 회원은 모두 5명. 더 많은 아버지들이 술 한잔, 내기장기 한판 대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보람을 얻어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봉사활동을 마친 뒤 보람을 안고 돌아가는 박씨와 복돌이의 뒷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댓글


홍현진 2008-08-20 15:44 | 삭제

^^


이지영 2008-08-20 16:04 | 삭제

우리 희망이도 성격만 좋으면 주말엔 저런 거라도 해볼텐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