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티에보 교수님 인터뷰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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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보 교수님 인터뷰하셨네요~^

  • 이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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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1.1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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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목민심서 번역 佛 한학자 티에보

\"한국서 20년 넘게 공부한 학자의 사명감\"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이기(理氣)론이요? 너무 어렵지 않습니까. 이기론 같은 건 잠시 잊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퇴계와 율곡을 전공한 프랑스 한학자에게 이기론을 물었더니 \"이기론은 잊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 유학의 상징과도 같은 이와 기를 잊으라는 그는 25년 전 프랑스에서 건너왔다고 했다.

최근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번역해 프랑스 현지에서 출간한 필립 티에보(Philippe Thiebault.62) 한양대 교수를 28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일반인은 물론 대학생들도 한국철학을 어렵고 재미없는 것으로만 생각합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이기론 같은 어려운 개념을 먼저 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기론을 잊으라고 한 까닭은 먼저 철학에 재미를 느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티에보 교수는 한국 철학이 \'모래 밑을 흐르는 물과 같다\'고 했다. 중국 철학이 폭포처럼 확연히 드러난다면 한국 철학은 파고 들수록 뜻이 점점 확장되기 때문이다.

\"저는 매 학기 학생들과 함께 퇴계와 율곡의 시를 공부합니다. 그 분들의 시는 철학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시 속에 철학의 핵심 원리가 담겨있어요. 딱딱한 경전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학생들도 재미있어하고 감동하기도 합니다. \'시 속에 이렇게 굉장한 뜻이 담겨있는지 몰랐습니다\'하면서요. 어때요, 이기론은 필요 없지 않습니까?\"

티에보 교수는 1982년 한국에 첫 발을 디뎠다. 뒤늦게 동양사상에 관심을 갖게 된 그를 매혹시킨 사상은 원래 퇴계와 율곡이 아닌 힌두와 간디의 철학이었다.

\"처음에는 한문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고 싶다\'는 것과 실제로 되는 것은 다르니까요\"

\'거쳐 가는 곳\'으로 생각했던 한국에서 티에보 교수는 동양철학과 한국철학을 공부했고 12년 만인 1994년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2005년 건국대에서 동양경전과 한국철학을 가르쳤으며 2006년부터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겸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그는 벌써 25년째 한국생활을 하지만 아직도 한국어에 자신이 없다고 했다. \"공부에 집중하느라 말을 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귀띔이다.

티에보 교수는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다.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목민심서를 번역하는 3년 동안 번역만 생각했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번역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쇠기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적이 있습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신경외과에 갔더니 뇌가 일시적으로 뒤틀렸다고 하더군요\"

티에보 교수가 처음 프랑스어로 번역한 책은 소설가 한무숙(1918-1993)이 다산 정약용의 일생의 주제로 쓴 \'만남\'이었다.

\"제게는 어려운 일일 것 같아서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다산의 생애를 너무도 감동적으로 그린 책이어서 꼭 번역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번역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티에보 교수는 \"수백 번을 그만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완전히 집중해서 다른 일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중간에 그만 두게 될 것 같았습니다. 빨리빨리하면 좋은 책이 나올 수 없어요. 요즘 서점에 가보면 수많은 책이 있지만 내용은 약합니다. 빨리하기보다 기다리고 연구하고, 조심스럽게 써야 합니다\"

티에보 교수가 3년을 온전히 쏟아 부은 \'목민심서\'가 출간된 뒤 프랑스 일간지 라 크로아(La Croix. 판매부수 15만 부 정도의 가톨릭계열 일간지로 지식인 사이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그를 \'한국 사상의 전도자\'로 소개했다.

또 목민심서를 출간한 출판사는 내년 3월께 한국철학을 주제로 강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프랑스 지식인은 일본이나 중국 사상은 꽤 알고 있지만 한국사상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봐도 됩니다. 20년 넘게 한국에 살았고 또 한국에서 공부한 사람으로서 한국 사상을 알리는 일에 사명감을 갖게 됐어요\"

티에보 교수의 두 딸과 아내는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 기러기 아빠인 셈. 프랑스 낭시 대학에 다니는 두 딸은 아버지와 눈동자 색깔이 다르다. 둘은 1986년 홀트아동복지재단을 통해 입양한 아이들이다.

\"원래는 한 명만 입양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입양하려던 아이가 혼자가 아니었어요. 차마 자매를 떼어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두 딸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 준 게 저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연합뉴스|기사입력 2007-11-28 0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