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시인의 보신탕공화국이라는 시가 너무 좋아서 시집을 샀습니다. 보신탕을 탐닉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절절하게 다가오는 시이지요.
시집 이름은 \'초심(初心)\'입니다..그런데 시집의 이름과 시집 안에 있는 덫이라는 시를 읽으며, 이러한 것들이 왜 우리에게 절절하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되던지요....
읽어보시고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여러분 자신은 초심과 이 덫의 시인의 깨달음에 어떤 관계를 느끼게 되시는지 한번 잠시 잠깐 시간을 내어 생각해보셨음 해서 올립니다..
덫
백 무 산
산노루 비명 소리가 겨울산을 흔들었다.
잔설이 남아 어둠이 너덜너덜 걸린 산길을
손전등 하나에 달빛 더듬어 올랐다
무지막지한 덫에 걸린 노루의 발목뼈는
산산조각 부서졌고 무쇠 덫은 피에 젖어 있었다
노루는 덫에 걸려서도 쫓기고 있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숙명의 덫에
걸리고서도 나는 쫓기고 있다
사냥꾼은 그를 찾아 한 발 두 발 다가온다
나는 맨손으로 덫을 푸느라 온 힘을 다했다
연장도 없는 내 손에도 피가 흘렀다
덫에 집중한 시간이 꽤 흘렀다
그리 날뛰던 노루는 신음도 기척도 없었다
나는 놀라 손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의 두 눈과 내 눈이
두 뼘 가까이서 정면으로 마주쳤다 아,
모로 누운 채 고개만 들고 그동안
나를 꼼짝없이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 눈빛, 달빛 속에 그 눈 빛
내게 목숨을 맡기고
나를 지켜보는 그 무심의 눈빛
깊은 샘의 적막 같은 그 눈빛
적멸의 긴 터널 같은 그 눈빛
내가 오히려 고개를 돌릴 때까지
그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순간, 내가 저를 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생사의 완고하고 무지막지한 덫을
내 몸뚱아리를 파 물고 있는 이 피 묻은 덫을
아, 내가 아니라 그가 아닌가
내 덫을 풀고 있는 것은 그 눈빛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