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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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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0.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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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에 매달려 경련까지…학대견 몰래 데려오는 수 밖에…”동물보호법 개정 시급
[쿠키뉴스 2006-10-27 07:42]

[쿠키 사회] “지난 해 여름 학대 신고를 받고 간 현장은 참혹했어요. 까만색, 흰색 개 두 마리가 쇠사슬에 묶여 선 자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더라고요. 주인은 버려진 개 여러 마리를 주워 기른다고 했어요. 경찰이 동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은 ‘개가 말을 안 듣지 않아 묶어 놓았다’ 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더라고요. 그렇게 며칠을 매달려 있었는지 개들은 온몸이 저린듯 가벼운 경련 증세를 보이더라고요. 주인에게 벌금을 물릴 수는 있지만 학대 견들을 격리 시킬 수 없습니다. 더 기다렸다가는 개들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개들을 몰래 데려와 보호소에 맡겼습니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절도죄에 해당하는데….”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동물 학대 현실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현재 수없이 많은 동물 학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어 ‘선의의 절도’가 행해진다는 것이다. 벌금을 문 뒤 학대를 멈추지 않겠다는 협박 때문에 벌금보다 많은 돈을 주고 학대견을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 동물학대 못 막는 동물 보호법

도를 넘어선 동물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학대 받는 동물에 대한 법적 제도는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 동물보호법으로 동물학대자에게 내릴 수 있는 처벌은 최고 20만원의 벌금형 뿐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이거나, 잔인하게 죽이거나,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여서는 안 된다”, “동물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등 동물 학대에 대해 간략히 규정하고 있다.

동물 보호 단체들은 학대받은 동물을 가해자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으로 학대받은 동물을 강제로 데려올 수 없다. 때문에 동물들은 가해자의 집에 남아 지속적인 학대를 받고 살아가야 한다.

지난달 농림부가 국회에 상정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도 상습적인 학대자로부터 일시 격리시킬 수 있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학대받는 여성과 어린이에게 쉼터가 필요하듯 학대받는 동물들에게도 피난권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가혹행위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학대 동물을 주인으로부터 격리시키는 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동물 학대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도 없는 실정”이라며 “때리는 등 고의적 학대뿐만 아니라 사료를 제대로 주지 않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해 동사하는 등의 방임적 행동도 학대의 유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학대 신고, 동영상 등 증거 확보 필수

지난 8월 개를 발로 마구 차고 채찍질하며 때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해당 경찰서는 동영상에서 개를 학대한 A씨를 검거했고, 법원은 개 주인 A씨에게 벌금 대신 구류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터넷에 유포된, 개를 학대하는 A씨의 영상이 보통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정도로 심했다”고 구류 선고 이유를 밝혔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학대 현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폰 카메라에 담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를 무자비하게 때리는 모습이 CCTV에 녹화돼 범인을 붙잡은 사건도 있었다. 지난 7월 이웃집 개가 시끄럽게 짖어댄다며 심하게 학대한 남자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개의 행동이 평소와 다른 점을 수상히 여긴 주인은 CCTV를 자체적으로 설치해 이웃주민의 학대 사실을 스스로 밝혀냈다.

동물 학대를 신고하려면 학대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동물 학대 사례가 많이 제보되고 있지만 학대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 학대 신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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