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꿈은 오직 햇빛과 몸과 공기만으로 `광합성`을 하는 것이다.
동물이 동물을 먹이로 한다는 사실은 그에게 `원죄`와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인간이 동물을 살해하는 일 또한 인간이 인간을 살해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가 생선이나 고기를 먹지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고기를 먹을 때면 거의 언제나 죽은 짐승들에 대한 죄의식을 피할 수가 없다.
반면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행복은 초록빛 식물들이다.
식물들은 그에게 삶의 즐거움과 평화를 가져다준다.
어릴 적 시골 텃밭에서 섞아낸 잔잔한 푸른 열무 싹들은 그에게 혀의 맛 이상의 것으로,
삶과 기쁨의 입자처럼 그의 노리에 박혀있다.
그의 천국은 나무들의 천국이며 거기서 그 자신도 널따란 초록 잎새들을 피워내는 꿈을 꿀 때가 더러 있다.
-이성복 산문집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했는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