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80% 운 좋은 놈

사랑방

80% 운 좋은 놈

  • 조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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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0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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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날 집회 문제로 동보연과 동사실협과 모여서 회의하고 오던 길에, 이 녀석이 도로 안쪽에 죽어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평소 안경을 안쓰는지라 도로변에 있는게 개인지..고양이인지..푸대자루인지.. 보자기 인지... 차가 휙~ 지나가며 바로 옆에서 봐야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게 됩니다. 간혹 헝겁조각이나 비닐봉투 등을 만나도 개, 고양이인가 싶어 바짝 긴장하며 쳐다보고 지나가죠.

암튼... 휙 지나가는 순간, 개가 맞더군요.

어찌 그리 예쁘게 누워있던지.. 에구... 즉사했구나..싶었어요.

전 사실 도로에서 사체 못치우는 겁쟁이입니다. 이미 죽은 거 어쩔수 없다..하면서도 그 녀석 누워있는 모습이 어찌나 얌전하던지요...

예전에 우리 깜순이가 차에 치인 적이 있었는데 , 애가 죽은 줄 알고 우리 아버님께서 얘를 들고 집에까지 오셨는데 집에 다가오자 푸드득~~하고 정신을 차린 적이 있었습니다. 개도 기절하거든요.

문득 그 생각이 자꾸머리에서 맴돌더군요. 길에 죽은 애들을 간혹 보지만 이애는 유난히 기절한 깜순이 생각이 나서 차를 유턴시켜서 되돌아는 중에 성동구청 청소차가 지나가더군요.

아.. 누가 신고했구나.. 싶으며.. 저 차가 이 놈 실어갔으려니..하고 저만치 더 내려가서 한번 더 유턴해서 돌아와 보니...

아..글쎄 이놈이 도로에서 어그적~어그적~ 거리며 걷고 있는거에요.

순간 머리속에서. 아니?? 이넘이 도로에서 낮잠을 잤나???? 싶더라구요.

하지만 그럴리 있겠어요? 청소차가 이넘을 치우려 하니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나 봅니다.. 누군가가 신고하고 청소차가 왔을 정도면 거기에 한참을 누워있었을텐데, 제2, 제3의 압사사고가 없었다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이 놈을 도로 밖으로 몰아내고 되돌아오려 하니 왠지 찜찜하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데려올 수도 없고..한참을 고민하며 도로에서 관찰을 했지요. 혹시 골절은 없나... 외상은 없는데...

이 녀석이 분명 차 사고 난것은 맞는데..외관상 멀쩡해보여도 내상이 있을 수도 있고 아직 쇼크상태에서 풀어지지 않아 정신이 없는듯 도로에 다시 들어가고..하기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일단 데려왔습니다.

가까운 오렌지동물병원에 맞겨놓고 골절이나 내상을 확인 한 후 쇼크가 풀어지면.... 그 동네에 데려다 줄까 생각하고 있어요...

거기가 단독주택들이 꾀 있는 동네라. 이런 개들은 풀어놓고 키우는 경우가 거의 다이니.... 사진에 보기보다 덩치도 크고, 들어보니 어찌나 무겁던지.. 살도 실하게 붙어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마실 나왔다가 사고를 당한 듯해요..

이런저런 심적 갈등을 안할래면 사무실에서 품어주는게 최고지만... ㅠ.ㅠ 현실이...

도로에서 혹시 죽은 듯이 있는 애들도 그냥 지나치지 맙시다.

자나깨나 개조심, 기절한 개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