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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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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화를 냈다.
- 박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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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9.10
저희 남편이 단무지한테 화가 많이 났습니다.
오늘도 추석전이라 이것저것 할일도 많고 쓰레기 정리도 하고
재활용 정리 다 해놓으니 단무지가 그거 다 물어뜯고
그 위에 누워있더군요.....
아무소리안하고 목장갑 끼고 다시 나간 우리 남편...
쓸고 접고 테이프로 붙이고 해서 다시 챙겨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녀석이 어디 은밀한 장소가 필요한 모양인데..
하면서 안쓰던 개집을 물로 닦아내고 마른수건으로 닦아서
단무지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쓰레기 모아놓는 집 옆구석탱이에
집을 가져다 놨습니다.
좀 전에 해물탕재료를 사러 나갔던 남편 들어오면서
\'저 개노무 새끼.. 확 내다 버릴까 부다..\'
전 울 남편 입에서 저런 대사 떨어지는건 첨 봤습니다.
놀라서 왜? 라고 했더니
또 쓰레기를 다 흩어놓고 그 위에 누워있더랍니다.
그리곤 식탁위에 재료를 내려놓고
다시 장갑을 끼고 나가 쓰레기 정리를 하고 들어오니
얼굴 표정이 말이 아닙니다.
해물탕 먹는 내내 .. 내가 \'고생했으니 많이 먹어\' 라고 하니
그냥 묵묵히 먹다가... 또 내가 \'화 풀어라 단무지도 뭔가 못마땅한게 있나부지\'
했더니 그것땜에 그러는거 아니라고
저녀석이 길바닥서 도대체 몇년을 저렇게 쓰레기통 뒤져서
끼니 해결하고 또 춥고 비오고 하면 쓰레기 깔고 자고...
생각만 해도 측은하답니다.... 둘다 밥먹다.. 수저놨습니다.
첨엔 자꾸 일저지르니깐 화가 났는데 자꾸 생각해 보니
측은한 생각에 기분이 영 아니랍니다. 단무지가 짠지랑 오이지를
싫어합니다. 오이지는 이제 너무 커서 몸자체가 무기이고
짠지는 무척 사납습니다. 단무지는 어떻게든 현관에 들어올려고
하는데 첨엔 들여놨습니다만 매일 현관에서 나가려고 하질 않습니다.
심지어 먹지도 싸지도 않고 몰아내도 피해만 다니니깐
저로선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그 후론 쓰레기 모아놓은 곳에
자꾸 들어가서 남편이 철망과 나무를 사서 문을 달아놓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철망을 뚫고 지나가느라고 등에 상처가 나서
병원신세 몇번 지구요. 얼마전까지 엘리자베스칼라하고 다녔지요
그래서 그 문을 닫질 못합니다. 이젠 화가 나는게 아니라
어떻게 설득을 시켜야 할지가 가장 큰 문제인것 같은데.....
단무지는 이제 사람말을 절대 듣지 않아요 ;;;;
혹시 이런 종류의 녀석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시는 분 계시면
조언 좀 해주십시요. 마냥 불쌍하다고 방치할 순 없으니깐요
그래도 단무지는 우리집 식구니깐 걱정들 마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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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경 2003.09.11
요즘들어 박연진님글보니 참 반갑고 그래요..글내용과 상관없이요..
이기순 2003.09.11
녀석, 언제쯤 마음놓고 편안해질지... 박연진님이랑 남편분께 많이 고맙습니다.
홍현진 2003.09.11
단무지를 좀 힘들더라도 현관안쪽에 줄을 메어놓고 시간맞춰 데리고 나가고, 해보는게 어떨까 싶네요. 우리집 포비도 통제불능(몸에손대기도 힘듦)이던 아이였는데, 중성화 수술 하고 며칠 실내에 메어놓고, 시간맞춰 데리고 나가고 밥주고, 놀아주고 이런식으로 했더니, 지금은 제 말은 좀 들어요. 옥상에서 큰넘들하고도 지가 큰소리치며 잘 사는거 같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있는 모양이예요. 비오는날은 집안으로 들어와서 자려고 하는데, 고집이 이만저만 아녜요.
김효정 2003.09.11
숟가락 놓으신 대목에서 목이 콱 메는군요... -_-;; 탱도 열악한 곳에서 자견시절 보내면서 똥 먹는 버릇이 있었어요. 처치할 수 없으니 먹어치우는 수 밖에... 속상해도 야단치면서 고쳤어요. 사람 먹는 음식으로 주시는 양을 좀 늘려보시면 쓰레기는 거들떠 보지 않을지도... 그런데 습관적으로 그러는가 그노무자슥이... !_! 그런데 남편분 훌륭하신 분이시네요...
안혜성 2003.09.11
맘이 아프네요 단무지녀석.
이현숙 2003.09.10
그런 단무지가 측은하고 힘들지만 그 모습을 이해해주고 안쓰러워하시는 두분의 마음이 참 애잔하고 든든합니다...단무지가 험하게 사느라 들였던 고단한 습성을 다 버리고 이젠 맘편히 지내주면 참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