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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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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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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2.22
12월 20일 한겨레신문 시평입니다.
지금과 같은 육축의 사육조건하에서는 계속해서 전염병, 생매장, 환경오염이 반복될 것인데, 걱정입니다.
축산업자 입장에서는 그러한 식으로 농장을 운영해서 과연 전망이 있을까요? 물론 축산물 수입개방 등으로도 많이 어렵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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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말고 소를 바꾼다?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복제한 연구자는 아마 이러한 소를 대량으로 복제하고 널리 퍼뜨려서 광우병을 막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의 연구 결과가 만일 검증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것이라면 연구자로서의 그에게 찬사가 돌아가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가 과학기술적인 조작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처음으로 인류의 난제 중 하나인 광우병 해결의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근본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볼 때에는 프리온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소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광우병은 소한테 소를 먹인 카니발리즘의 결과로 추정되고 있다. 소한테 소를 먹여야 했던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하루라도 빨리 몸집을 불려서 팔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광우병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돈이 더 들더라도 소의 사료를 소라는 종에 맞게 만들어서 먹이고, 소에게 최소한의 생활공간을 주고, 조금 천천히 키우는 것이다. 소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조건을 바꾸어서 소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궁극적으로 광우병을 막는 결과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 여러 이득이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자는 이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갔다. 그는 소를 개조하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이러한 개조 방식은 현대 기술에서 널리 성행하는 것이다. 오염물질을 발생의 근원에서가 아니라 그것이 마지막으로 쏟아져나오는 파이프 끝에서만 제거하는 환경기술자의 수선 방식을 그 연구자도 그대로 채용한 것이다. 이것은 고장난 기계를 끊임없이 수선하고 땜질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 연구자에게 소는 복잡한 부품을 지닌 기계와 다를 바 없다. 그는 그 부품 중 몇 개를 작동정지시킴으로써 광우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작업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 과학기술자들의 시각에서만 보면 대단한 성과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언론과 대통령의 반응이다. 이 소식 앞에서, 그렇다면 이제 드러내놓고 소에게 소를 먹여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사육된 소의 고기가 사람에게 정말 좋겠는가, 광우병은 아니지만 다른 괴상한 병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등의 의문은 누구에게나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보도만 크게 했지 이러한 의문을 조금도 다루지 않았다. 의례적인 것이었겠지만 대통령의 반응도 찬사 일색이었다.
광우병에 걸리지 않게 조작된 소는 그것이 만약 사육되고 소비된다면 유전자 조작 식품이 된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알려져 있다. 유전자가 조작된 것은 아니지만 복제소도 고기가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복제에다 유전자 조작까지 한 소의 고기는 더 심각한 결과를 일으킬지 모른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감탄으로 일관하는 언론과 정부의 태도는 어떤 면에서는 무책임한 것이다. 한가지 덧붙이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장기 제공용 돼지도 세계 최초가 아니고 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사회적, 윤리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언론에서는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더 바람직한 것은 이와 동시에 과학기술의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이다.
이필렬·방송대 교수·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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