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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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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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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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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사’로 마감되는 수의사의 하루 “2월 한달만 해도 700마리가 들어왔어요. 지난해 이맘때는 200마리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1년 새 세배가 넘었지요.” 지난해 가을부터 이곳에서 일해온 임희진(36) 관리부장은 끌끌 혀를 찼다. “애견산업은 확장 일로인데, 경기는 어렵고. 처음엔 귀엽다며 들였다가 나중에 책임지지 못할 때는 그냥 저렇게 버리고 말지요.” 계류장을 돌아 이제 막 페인트칠을 끝낸 병원으로 들어섰다. 임 부장은 하루 전에 들어왔다는 슈츠 두 마리를 품에 안았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버려졌어요. 엄마는 몸이 안 좋고, 새끼는 홍역에 걸렸는지 눈이 붙어 있어요.” 그는 일반 사료가 담긴 그릇 위에 고기 통조림을 올려놓았다. 모자는 고기조각을 열심히 핥기 시작했다. “불쌍해서 특별히 주는 거예요. 얘네들은 아마도 오늘을 못 넘길 것 같으니까요.”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서울시의 각 자치구와 계약을 맺고 거리를 헤매는 동물들을 데려온다. 협회 홈페이지(www.karama.or.kr)를 통해 제 주인을 찾아주는 일도 중요한 사업이다. 협회 직원들은 매일 저녁 새로운 동물들의 사진을 찍어 생김새와 특징을 적은 글과 함께 사이트에 올린다. 직원들은 “버려진 동물들을 발견하면 현장을 떠나지 말고 즉시 제보를 해줘야 주인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당부한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적당한 새 주인이 나타나면 입양을 알선하는 것도 협회의 중요한 사업이다. 지난해 11월엔 버려진 동물들에 대한 텔레비전 방송이 나가자 갑자기 입양을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했다고 한다. 임 부장은 동정심도 순간, 책임감도 순간인 사람들이 원망스럽다. “한꺼번에 수십명이 몰려와 번호표를 나눠줄 정도였지만, 한달도 되기 전에 전화가 뚝 끊기더라고요. 데려가서 끝까지 돌보는 사람들은 얼마 안 돼요. 대부분 다 돌아왔지요.” 구조대원들이 데려온 동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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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에 도착하면 관리자들은 눈으로 보아 건강한 것과 병든 것으로 일단 나눠둔다. 이틀에 한번씩 왕진 오는 수의사는 먼저 이 ‘신입’들에게 회충약을 먹이고 전염병 예방주사를 놓는다. 하루에 도착하는 강아지가 30~40마리나 되어 신입들을 검진하는 데만도 2시간 가량 걸린다. 그 다음 계류장에 있는 동물들을 살펴 병든 것과 협회에 도착한 지 한달 이상 지난 동물들을 골라낸다. 수의사의 하루일과는 치료 불가능한 동물들과 기한이 넘은 동물들을 ‘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동물들은 분실 뒤 한달이 지나면 안락사 처리하도록 돼 있다. 협회에서 일하는 수의사들이 “수의사인지 장의사인지 모르겠다”며 탄식할 정도로 협회에선 안락사가 ‘일상’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협회에서 일하고 있는 수의사 김구용(35·에이스동물병원)씨는 “동물들과 얘기를 못 나누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가끔씩 얘들이 말을 할 줄 알아서 어디가 아픈지 얘기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버려진 동물들을 치료하다보니, 이들이 어떤 사연을 지니고 여기까지 왔는지를 듣는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싶어요.” 그는 주인이 고이 품에 안고 병원에 오는 강아지들과 협회에 트럭을 타고 오는 강아지들의 신세는 천국과 지옥만큼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가끔씩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개들을 만날 때면, 언젠가 내 병원에 왔다간 애완견이 오늘 이곳에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마음이 간사하니까요.” “죽기 전에 많이 안아줄 뿐이에요\" 김씨가 신입 개들에게 예방접종을 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직원 박미(29)씨가 푸들을 안고 들어왔다. 하얀 털은 꼬질꼬질 때가 탔지만 보라색으로 물들인 두 귀가 한때 화려했던 생활을 짐작케 했다. 다른 개들은 처음 보는 사람 손에 내맡겨져 부들부들 떨곤 하는데, 이 개는 마치 환자 노릇은 능숙하다는 듯 의연하게 검사에 임한다. 눈 밑으로는 검은 선이 두줄 그어져 있다. 상처가 난 거냐고 묻자 김씨는 ‘눈물 자국’이라고 대답했다. “개들도 울고 웃어요. 눈물을 흘리는데 닦아줄 사람이 없으니까 저렇게 털에 착색된 거죠.” 푸들의 눈물 자국을 보고 나자, 궂은 날씨에 어느 골목에서 떠도는 개를 만나면 예사롭지 않을 듯했다. 고개 숙인 채 우는 거라면 어찌해야 좋을까.
요즘 협회에 많이 들어오는 애완견 종류는 코커스퍼니엘과 슈츠. 코커스퍼니엘은 성격이 너무 분주하고 수선스러워서 사람들이 처음엔 예쁘다고 덥석 맡았다가도 금세 내려놓는다고 한다. 슈츠는 한때 붐이 불어 사람들이 워낙 많이 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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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그만큼 버려지는 것도 많다. 1년 넘게 협회에서 일하고 있는 박미씨는 “차라리 몰랐더라면 내 강아지만 예뻐하고 살았겠지만, 이처럼 불쌍한 강아지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나니까 일이 힘들어도 참게 된다”고 말한다.
5년 전부터 동물보호소를 드나들며 자원봉사를 했던 그는 2003년 2월 결국 협회에 정식 직원으로 들어오고야 말았다. 낮에는 강아지를 돌보고, 밤에는 만화를 그리는 고된 일상을 그는 잘도 참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강아지를 좋아했어요. 주인 잃고 헤매는 애들을 하나둘씩 주워오다보니 20마리 가까이 기른 적도 있어요. 부모님이 싫어하실까봐 방에 계란판을 붙여 방음장치를 한 뒤 제 방에서 그 애들을 다 길렀지요.” 박씨는 그처럼 사랑하는 개들을 안락사시킬 때마다 너무 괴롭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어요. 버려지는 수는 2배, 3배 늘어나는데 모두 끌어안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죽기 전에 조금 더 많이 안아주고 내 품에서 죽어가는 게 더 낫지 않나 스스로 위로할 뿐이에요.” 그는 죽은 동물들을 모아두는 창고 앞에 향을 피우는 것으로 인간이 그들에게 저지른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동물들의 안락사는 약물주사로 행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애견문화가 발달한 외국에선 동물의 안락사에 소디엄이라는 약물을 쓴다. 주사하면 1초도 안 돼 즉사하는 강력한 약물이다. 그러나 소디엄은 값도 비싸고 우리나라에선 소디엄 수입 규제가 까다로워 아직 협회에선 소디엄을 쓰고 있지 않다. 안락사 뒤에도 영혼이 떠난 육신은 안락하지 않다. 동물병원에서 나오는 동물의 사체는 ‘감염성 폐기물’이지만, 병원이 없는 동물보호소에서 처리된 동물은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일반쓰레기는 임의로 매장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어, 주인들은 시신을 산이나 공원 같은 곳에 묻어선 안 된다.
화장할 돈 없어 비닐봉지에 싸서 버려 결국 ‘깨끗한 죽음’을 위한 적법한 방법은 화장밖에 없는 셈인데, 동물구조관리협회가 동물의 주검을 화장하기엔 비용이 엄청나다. 임희진 관리부장은 “소각 비용이 1kg당 8천원인데, 수백 마리가 죽어나가는 우리 협회에선 모두 소각하려면 18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현재 협회에서는 동물들을 한 마리씩 검은 비닐봉지에 싸서 쓰레기차에 실어보내고 있다. “위법은 아니지만 동물들에게 못할 짓입니다. 제발 키우던 동물에게 책임감을 가져주세요.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키우지 마세요.” 강아지들에게 물리고 할퀴어 손이 상처투성이인 임 부장은 <한겨레21> 독자들에게 꼭 이렇게 전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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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호 2004.03.18
ㅠ.ㅠ
조희경 2004.03.18
동물보호법에서 사체 유기도 불법시켜애 합니다. 위탁비용에 소각료도 포함해야죠
이현숙 2004.03.18
썩는 비닐도 아닐텐데.어쩔 수 없이 쓰레기처럼 버려야한다해도 저 방법은 안되는데...미치겠다
이기순 2004.03.18
절대로 면역이 생기지 않는.... 늘 마음 아픈 이야기........ ㅠ.ㅠ
양미화 2004.03.18
저도 저번에 환경스페셜에서 창고에 산더미 같이 쌓여 있던 개들의 주검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답니다. 비닐봉지사이로 나와 있는 노란 꼬리....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이수정 2004.03.18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볼때마다 너무 우울해요.. 주인한테 버림받는것도 모자라 일반쓰레기로 취급되어 그냥 버려지다니 너무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