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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우리로.....(펌)

김가을.........살아가는, 살아야 하는 이유 사당 역에서 문이 열리자 전차 안으로 커다란 가방을 든 남루한 중년의 남자가 들어섰다 사람들은 눈을 감고 있거나 책을 보고 있거나 발끝을 바라볼 뿐 누구도 그 남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나 역시 흘끔 바라보다 쫄딱 망했습니다 또는 이 물건으로 말씀 드리자면… 이런 육성이 흘러나오겠거니 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 너무도 조용하고 점잖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눈을 뜨고 보니 흩어져 있던 사람들 시선 역시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그 남자가 가방에서 꺼낸 물건은 대나무인지 왕골인지 모를 밀짚모자였다 그는 모자를 세 번을 접어보이며 휴대하기가 편합니다, 이천원 입니다, 딱 두 마디만 했다 그 목소리는 모기처럼 윙윙거렸지만 어떤 향기처럼 전차 안을 가득 메우며 승객들 손등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순간 노약자 석에 앉아 계신 할머니 한 분이 에구, 저런 인건비도 안 나오겄네 저리 싸게 팔믄 머시 남는다냐 젊은 양반 여그 하나 주쇼이, 할머니를 선두로 너나 할 것 없이 모자는 순식간에 모두의 손에 쥐어졌고 이천원, 이천원들은 훨훨 날아서 그 남자의 손 안으로 들어갔다 그 남자가 다음 칸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가고 있는데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만 보고 있던 스님 한 분이 어이, 나도 하나 주쇼, 했다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 남자 그냥 가버리자 다리 하나가 없는 절름발이 청년이 문간에 기대고 있다가 한 발로 껑충껑충 뛰어가 그 남자 어깨를 툭 치며 손가락으로 스님을 가리켰다 다행히 이천원과 모자는 제 주인을 찾아 갔고 이어 아름다운 마음씨의 청년은 유일한 생계 수단인 쪽지 한 장씩을 사람들 무릎에 얹어 놓았다 살고 싶다라는 절실한 문구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는 구걸하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동정이나 베품이 아닌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 다시 사람들은 천원씩을 너덜너덜한 그 쪽지와 교환했다 전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 행색은 그리 여유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절름발이 청년이나 가난한 사람들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얼굴 가득 피어났다 순간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렸다 요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천원 이천원이 금쪽 같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는가 허나 이천원과 모자 사이의 귀한 마음들이 숨쉬고 있기에, 내가 천원에 힘들면 너 역시 천원에 힘들 거라는 선한 마음 때문에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우리는 이렇게 부대끼며 살아간다 내가 아닌 우리로.



댓글

이옥경 2004.08.20

나누면 배가되는 아름다운 모습...n.n


김종필 2004.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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