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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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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가 속은 것같습니다.

오늘 저녁 일입니다.

특별히 길지도, 힘들 것도 없었던 외출인데... 들어올 때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피곤하더라구요. 우선 한 잠 자야겠다 생각하며 들어와서 겨우 옷만 갈아입고 바로 침대에 누웠습니다. 언니 들어왔다고 신나서 팔짝거리는 얄리까지 옆에 끼고 자려는데, 엄마가 방까지 들어와 이러시더군요.

얄리엄마 : 얘, 얄리 산책 좀 시켜줘라. 아까 너 나가고 나서 현관 앞에서 산책줄 보면서 한참을 울고 보챘어. 넌 어떻게 맨날 너만 그렇게 나가다니고, 개는 집안에 가둬만 놓냐?
얄리언니 : 그랬어? 근데... 지금은 나 너무 피곤해. 진짜 기운이 하나도 없어. 내일 시켜주지 뭐.
얄리엄마 : 이쁘다 소릴 하지 말든지. 나가고 싶어서 울고 난리를 치는걸... 하여간 우리 얄리는 착해. 맨날 저만 놀러다니는 언니가 뭐가 좋다고 또 저렇게 옆에 붙어 있나.
얄리언니 : 나 진짜 피곤하다니까. 엄만 얄리랑 나 이간질시키는 게 취미야? 나 잘거야.

혀를 끌끌 차며 나가시는 엄마 뒤를 쫓아 얄리도 거실로 나가더군요. 미안한 마음이 안 든건 아니지만... 정말 너무 피곤했어요. 근데 막상 누우니 잠도 바로 안 오고... 뒤척이며 괴로워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우당탕 소리가 나는 거에요.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얄리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서 뒷다리를 질질 끌면서 빠르게 방으로 들어오는 거에요. 분명 뛰지는 못하고... 뭐라 표현이 안되는 몸짓으로... ㅠ.ㅠ

깜짝 놀라 얼른 얄릴 안았죠. 뒷다리는 둘 다 마비된 것처럼 뻣뻣해져 있고, 왼쪽 앞다리도 쭉 뻗어져만 있는게... 장작더미 안은 것처럼 되더라구요. 표정도 그렇고, 눈빛도... 애가 얼마나 놀라하던지... 몸 뻣뻣한 것보다, 얄리 눈빛에 더 놀랐어요. ㅠ.ㅠ

\'얄리야, 왜 그래?\'를 연발하며 잠깐이지만 오만 가지 생각을 다했죠. 바로 병원으로 뛰어갈까 하다가... 일단 애가 너무 놀랬으니까 진정시키는 게 더 급하겠다 싶어서 토닥이는데.. 정말 겁이 왈칵 나더라구요. 얘가 왜 이러나. 혹시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닌가... 강아지들이 죽을 때 이렇게 죽나? 하면서... 정말 얼마나 겁이 나던지... ㅠ.ㅠ

얄리 안고 엄마한테 가서 \'엄마, 얄리 좀 봐... 얘 왜 이러지?\'하는데... 슬쩍 본 엄마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산책가고 싶어서 그러는구만 뭐\'하시는 거에요. \'다리가 다 마비됐는데 산책은 무슨 산책이야. 좀 경우에 맞는 말을 해\'하고 짜증을 냈죠.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얄리를 안고 서서(얄리 안심하라고 표정 관리에 애쓰면서) \'얄리야, 괜찮아. 놀라지 마. 아무것도 아냐.\'하면서 속으로는 바로 병원으로 뛰어가는 게 나을까? 얘가 정말 왜 이럴까? 하고 고민을 했습니다.

한 5분? 그러고 있는데... 얄리 몸이 서서히 풀리더라구요. 침대에 걸터앉아 계속 다독이는데... 표정이 조금씩 풀리긴 했지만... 그래도 한 5분은 더 제게 폭 안겨만 있는거에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안정이 되나보다, 이제 병원에 데려가야 되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툭하고 제 품을 빠져나가 거실로 나가더라구요.

괜찮나 싶어 따라나가보니...... 얄리가 현관 앞에 가서 산책줄이 든 봉투를 보고 서 있는 거에요... -_-;;;;;;; 어느새 옆에 나와선 엄마는 \'거봐라. 밖에 나가고 싶어 그러는거라니까\' 하고... 방금 전까지 그렇게 힘들어하던 애가 어떻게 나가나 싶어 설마하면서 \'얄리야, 어야갈까?\'하고 물었더니... 뱅글뱅글 돌며 나가겠다는 얄리.......... -_-;;;

그리고 나가 1시간 가까이 산책하다 들어왔습니다. 헤벌쭉 웃으면서 온 동네를 뛰어다니고, 근처 중학교 운동장 가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저녁 운동하는 아줌마들을 번갈아 쫓아다니고...

솔직히... 그런 소동 끝이 아니었다면 얄리가 아무리 보채도 오늘은 산책을 안 나갔을 겁니다. 미안한 마음도 있고, 좋아하는 모습 보니 좋기도 하고, 아픈 게 아니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참 괘씸하고 어이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모자 사기단의 자해 공갈 협박에 넘어간 것같아요....

여러분 보시기엔 어떤가요? 제가 속은 것같죠? -_-;;;;;

 




댓글

이경숙 2004.09.17

얄리는 100단!!!ㅋㄷㅋㄷ....


홍현신 2004.09.16

전 잘 모르겠어요.. 속은건지..


양미화 2004.09.16

ㅋㅋ 모자 사기단 자해 공갈 협박에 넘어간거 맞는거 같은데요.^^


김효정 2004.09.15

얄리, 탈을 벗거랏! 너 인간이지!


김효진 2004.09.15

제가 키웠던 요키도 두어번 뒷다리가 잠깐씩 마비된 적이 있었어요. 10살 때쯤이었나?


박성희 2004.09.15

그러게 산책 좀 자주 시켜주시지 그러셨어요.


조희경 2004.09.15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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