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게시판

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글쓰기
타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

[부일시론] 타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

/ 임순례 영화감독 영산대 영화영상학부 교수

 

최근에 가장 끔찍한 감정을 느낀 일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사진 한 장을 보았을 때였다.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었을까? 사내아이들 서너 명이 모여앉아 고양이를 목매달아 놓고 학대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다. 한 녀석이 막대기로 새끼를 밴 고양이를 때리고 있었고,다른 녀석들은 고양이가 맞고 있는 모습을 히히덕거리며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장난기가 극치에 달하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서 최대한의 이해심을 발휘해 보았지만 그래도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란,아직 훼손되지 않은 순수함으로 동물과 가장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계층이 아니던가? 어릴 적에 접하는 동화 속에서는 개와 고양이는 물론,개구리나 새 혹은 물고기조차도 우리 인간과 같은 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니던가?

고양이 학대 사진을 보면서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이라크 포로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며 아무 생각없이 낄낄대던 미군병사들의 모습이 겹쳐서 지나갔다.

최근에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주변 동물에 대한 가혹행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고층 아파트에서 주먹만 한 애완견을 집어던져 즉사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키우는 애완동물에 대한 잔인한 폭력행위로 분풀이를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등이 까맣게 그을려 털이 몽땅 타버린 채로 거리를 배회하는 애완견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한때는 누군가의 사랑을 잠깐이라도 받았을 이 강아지는 무관심한 \'인간들의 도시\' 뒷골목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배회하다 참변을 당했을 것이다. 아마도 인근에 사는 아이들이 그 애완견에게 장난삼아 불을 붙인 것 같다는 얘기들이었다. 어린이들의 이 같은 생명경시 풍조는 우리 사회의 무감각한 폭력적 단면의 답습일 뿐이다.

두어 주일 전쯤에 이마 한가운데에 대못이 박혀 돌아다니는 집없는 고양이에 대한 TV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어찌어찌 해서 빼낸 못을 확인해 보니 나사못이었고,아마도 길고양이를 싫어한 누군가가 전동공구를 이용해 의도적인 겨냥사격을 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인근 주민들 증언에 의하면 이런 고양이가 적어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고도 했다.

주간 방송인 그 프로그램에서는 그 다음주에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 매일같이 등교하는 고양이에 관한 방송을 내보냈다.

몇 년째 매일 같은 시간에 학교에 나타나는 \'그레\'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를 만나는 아이들은 한결같이 다정한 인사를 건넸고 교실에는 그레를 위한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출석점검 때 그레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는 등 그레와 아이들은 동격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복도 한가운데서 잠자는 그레를 깨우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조심하며 지나다녔고,그레는 교무실이건 교장실이건 아무런 통제없이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었다.

그레는 이 학교가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각종 교재나 학교 홈페이지에 주인공 캐릭터로 등장한다. 아이들은 친근한 그레의 이미지를 통해 지역사회와 학교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학교 홈피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그레로 인해 친근감을 배가할 수 있다. 다른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전학을 온 한 여자아이도 이 고양이를 통해 새 학교의 아이들과 더 빨리 친하게 될 수 있었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이 방송을 보면서 마치 고양이가 주인공인 동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의 우리 사회 세태를 보면,동물들이 새로운 사회적 약자계급으로 등장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회가 각박해지면 가장 우선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이 이 사회적 약자계층이다.

감성적으로 메말라진 사람들은 그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둔감해지며,그 둔감함의 강도는 점점 더 세어지게 된다. 타자에 대해,특히 사회적 약자층의 권리에 둔감해지면 결국 그 부정적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 전체에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의사표현 수단이 없고 의식주 모두를 인간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동물이야말로 인간의 애정과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계층임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댓글

윤정임 2005.08.10

예전... 동자련에서 일하기 전부터 아이들의 생각없는 생명경시풍조를 참 통탄해 왔더랬는데...그게 계기가 된건지....보잘것 없는 이 사람....지금하고있는 어린이동물보호 교육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군요.... 교육을 나가면서 원래가 거친언어 순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길에서 동물한테 희안한 짓거리를 해대는 애들을 만나게 되면 \" 야~~~!!!!!!!!! 너 죽을래...?\" 눈을 부라리며 댑따 소리부터 지르게 되니.........거 참... 언능언능 교육의 효과가 애들한테 번져 소리 좀 안지르게 되는 날이 빨리 왔음 좋겠어요....ㅠㅠ


신순영 2005.08.10

언제나 오려나 이런날이.........


안혜성 2005.08.10

먹고살만하면 나아질줄 알았는데...의식은 변하지 않는군요


황인정 2005.08.10

휴우........그래도 조금씩 변화겠지요..


박경화 2005.08.09

ㅠㅠ 언제쯤... 이눔의 나라는...


후원 입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