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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요키 하나 주웠습니다.

보통 퇴근길이라면 그리로 가지도 않았을텐데 간만에 회사사람들과 밖에서 저녁먹고 들어오는데.. 길에 누워 있더군요.

지금 제 차 트렁크속에 신문지를 이불삼아 상자를 집 삼아 누워있습니다. ㅡ.ㅡ;;

삽은 항상 싣고 다닙니다만;; 밤 12시가 넘은시간에 혼자 어디가서 삽질하기도 사실 그렇고;; 내일 데리고(?) 출근했다가 동물병원에 소각이라도 맡기려니 그 새 형질의 변화(?)가 ㅡ.ㅡ;; 일어나지 않을까 그것도 신경쓰이네요.

아주 말라있었는데 만약 살아서 나를 만났다면 밥이라도 실컷 먹을 수 있었겠죠. 그렇지만 그 역시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주었을테고. 휴..

집에 와서 오밤중에 애들 털을 빗겨주면서, 누구는 털 빗고 있고 누구는 입에 피 묻히고 트렁크에 누워있고.. 팔자가 뭔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나저나 저는 왜 이렇게 돌이 되어 갈까요.

무표정으로 천천히 비닐장갑끼고 익숙한 솜씨로 뒷처리를 하고 ㅡ.ㅡ;;;;

이젠 눈물도 안납니다.

트렁크에 재운다고 저를 원망하진 않겠죠.

꿈에는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 할말이 있다면 할 수 없겠지만.

 




댓글

박경화 2006.06.01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 따뜻하게 거두어 주는 이 있으니...


관리자 2006.06.01

가는 길 심심치 않게,,,맛난 간식,,,같이 넣어주세요...


이경숙 2006.05.31

ㅠ.ㅠ.......초롱님 감사! 가여운 아가....다음생에는 아무 몸도 받지 말거라...삶은.......苦海이니........


김초롱 2006.05.31

에구.. 괜히 여러명 우울하게 해드린 것 같네요..^^;; 길에서 쥐포ㅡ.ㅡ 되는 것보단 낫지. 전 그냥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두 넘 말라있었던게 안쓰럽네요.. 조그만 녀석 명복을 빌어주세요.


조지희 2006.05.31

은미님 글이나 초롱님 글 읽고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대낮인데 적막한 한밤처럼 쓸쓸하네요..


류소영 2006.05.31

대단하세요...


윤현숙 2006.05.31

초롱님, 겉으로 비추는 눈물보다 마음속으로 흘리는 눈물이 보입니다. 그렇게 거리에서 썩어 비짜루로 치워지는 것보다 초롱님의 손길로 옮겨지는걸 아가도 좋아했을거예요.


이은미 2006.05.30

어머니처럼.. 가까웠던 외할머니는.. 떠나시는 날.. 제 앞에 나타나셨드랬죠.. 어머니는 꿈이었다 하시고.. 혹은, 상실감에 의한 환각이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도 있으셨지만.. 생각해보면.. 저 역시 생의 마지막을 맞는다면.. 가장 사랑했고.. 가장 그리운 사람을 한번쯤 보고 싶을 것 같았어요.. 그 아가가.. 자신을 버린 주인이나, 혹은 마지막 눈망울에 맺힌 가해자를 찾아갈지.. 아니면.. 자신을 거두어준 님께 그 모습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행여, 보이시면.. 미안하다고.. 한 말씀만.. 눈물도 안나고.. 돌처럼 딱딱해진 것 같은 심장.. 이 어찌 아무렇지도 않아서일까요.. 그 말씀이.. 더 사무쳐서.. 내내.. 잠이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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