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게시판
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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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5.30


내일이 투표날이라지요..
임시공휴일이랍시고, 오늘은 회식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술기운에.. 좀 걸어볼까 택시에서 먼저 내렸는데..
길냥이 두 마리를, 만났네요..
예전에는 무턱대고 팔랑팔랑 쫓아갔었는데..
오늘은.. 다리에 힘이 풀려.. 가만 쪼그려앉아 바라보았답니다..
차 밑에서 눈을 마주치는 냥이의 경계심과 호기심 사이,
한강맨션 냥이들은.. 어찌 되었을까..
밥은 먹고 다니니..
이제는 날도 따닷하니.. 괜히 지하같은데 들어가지 말아라..
앞으로는 언제 부딪쳐도 꺼내줄 수 있게.. 뭐라도 들고 다닐께...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는데..
내 혼잣말 듣고 있던 냥이가 돌아서는 뒷모습이,
어쩐지 너무 냉정하고 서늘해서.. 머쓱하고 민망했다지요...
언제나 마음 뿐임을..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로또나 사볼까...
원룸을 포기하고.. 결국, 다세대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요..
작지만.. 방이 두 개나 있으니까..
방하나는 강아지방..
방하나는 냥이방..
이렇게 꾸며볼까..
그러면, 니가 들어와서 살래..?
냥이가 떠난 자리에 아예 털퍼덕 주저 앉아 혼잣말만.. 혼잣말만..
집에 돌아오니, 동생방은 꼭꼭 닫혀있고..
우리 애니는 혼자 현관문 앞에서 자고 있더라구요..
겅중겅중 뛰는 아가를 틀어안고..
미안하다..
회식 가지 말걸...
내일은 하루종일 부비부비 껴안고 뒹굴고 놀자꾸나..
투표..?
어느 놈하나.. 개고기반대.. 강력한 동물보호법 입법..
그런거 안해서.. 투표하기도 싫다..
나들이나 갈까?
내일은 맑고 화창하고 더울거라는데..
한강가서 바람이나 쐴까?
아, 너 하나 나 하나.. 로또나 살까?
미안하다..
내가 불성실하게 살아서..
내가 미약하고 부족해서...
너 하나 거두는 것도 조바심내고..
네 친구 데려오는 것도 이리.. 초조하기만 하니,
그래도 우리.. 숨맞대고 잠드는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함께 있어 다행이라고.. 행복하다고.. 생각해줄 수 있겠니..
좋은 일은 행복하게..
나쁜 일은 씩씩하게..
그렇게 함께 하겠다는 다짐으로는 좀 부족할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쩐지.. 너무 힘든데..
그래도 지킬 게 있는 사람은 강하다고 하더라..
이제 네가 있으니.. 내가 조금 더 강해질 수 있겠지..?
미안하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근데, 너 보니까..
자꾸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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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 2006.06.01
현관문 앞에서 오기를 기다렸나보네요. 저도 벨을 누르면 사람보다... 럭키랑 우주가 더 먼저 나와서 난리치거든요. 에휴... 놀아주지 못해서... 이리저리 약속이다뭐다 돌아다니는 파라서...미안한게 많네요. 오늘 럭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준비하는 저를 본체만체 우울모드이던데... 야가 출근하는 아침에는 대체로 이래요. 우주는 뭣 모르고 쫓아다니며 꼬리 흔들구요.
김초롱 2006.05.31
그러니까요.. 연장들 쓸 일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킬것이 있으면 강해진다는 말, 요즘들어 마음에 많이 와닿습니다.
조지희 2006.05.31
연장들고 다니겠다는 말에는 웃음이 나면서도..마음한구석이 찡하게 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