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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

벌벌이 사건 학대 진위를 알아보기 위해 벌벌이 두번째 보호자 집을 방문했다.

첫번째 보호자가 마음을 바꾸어 학대자 처벌을 원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작고 앙증맞게 리본 단장을 한 말티즈를 안고 있는 할머니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참으로 낯설은 사람들이 하나 둘 궁금해하며 모인다.

여학생의 옆집은 현관문이 열려있고 안이 들여다보이는 방충문 사이로 개 2마리가 낯선 이를 반기겠다고 나온다.

평상시 이 모두가 반가움으로 맞을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리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모녀가 사는 집은 초소형 임대아파트였다. 현관에서 복도 같은 정도의 비좁은 부엌을 지나 아주 작은 방 하나로 이어졌다.  집에 들어서자 입구에서부터 방에 이르기까지  물건이 잔득 쌓여있어서 더 비좁아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집안엔 한 여름에 바닥에 패드를 여러 겹 깔아놓았고 집안 여기저기에 약들이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녀 둘 다 내겐 참 익숙하지 않은 태도들을 보였다. 말씨... 표정..

여학생과 여학생의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들었다. 일부러 같은 말 반복하며 물었다. 그런 중에 말의 앞 뒤가 안 맞거나 실수로 뭔가를 흘리기도 할 수있으리라 하는 것을 노렸다.

그러나 둘다 일관된 설명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녀의 설명을 다 신뢰할 수는 없었다. 어쨋거나  벌벌이가 이런 상황이 된데에는 여학생의 남자친구가 어떠한 상황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개에게 가혹 행위를 한것은 분명하다. 그 모녀의 설명대로 단지 계단에서 굴러 넘어져 개가 골절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여학생이 남자 친구의 행방에 대해 전혀 모른다로 일관한다. 개가 그렇게 된 후에 화가나서 헤어졌고 헤어짐과 동시에 전화번호도 삭제했다는 것이다.

긴 대화 끝에 그 남자친구의 행방을 모른다면 벌벌이를 학대한 것에 대한 책임은 여학생에게 물을 수 있다. 학생이 그러고 남자친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 아닌가, 경찰에 가서 상세한 조사를 하도록 하겠다...라고 추궁하고 싶은 충동이 입에 맴도는 것을 억제했다. 반협박과 회유를 통해 진실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니 차마 그러지 못했다.

친구의 아이들이 결혼할 때가 되었다. 다소 뒤늦게 낳은 딸이 올해 고3인 친구도 있다.

그야말로 딸년 같은 미성년의 아이에게 차마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묻을 수는 없는 일....

뭔가 자극적인 액션을 취하면 지켜보는 이에게도 카타르시스가 제공되고 원론적인 열성적 평가도 받겠지만.... 어린 사람을 이 사회에서 바르게 인도하는 지혜로운 묘안은 진정 없는 것인지...'나'라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신 한 몸도 스스로 건사하지 못해 정부로부터 생활보조금 받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개 끌어 안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왜 이리 답답한지 모르겠다...

병원비만 해결되었어도 벌벌이가 그렇게 깊은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 것을...

돌아오는 길에 첫번째 보호자에게 이제 제발 더이상 개 키우지 말라 했는데 동문서답한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었는지 개가 사람 정서에 좋단다.

동물단체 활동하기 이전엔 나와 일 이외엔 세상 돌아볼 줄 몰랐다. 이곳에 들어와 활동하며 약자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있고 없음이 개를 키우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하니 동물보호가 보수 우익과 진보 좌파 사이에 어정쩡하게 있는 이유가 다 이러함 때문인가....

보통의 동네에선 옆 집 일에 나서지 않는다..그런데 오늘...아파트를 나서서 돌아오는 길에도 기웃기웃 모여들던 사람들이 자꾸 뇌리를 스치는 것이 답답함을 더 못 가시게 하는 듯 하다.... 그곳에 개들이 있다....

 




댓글

조희경 2010.07.19

학교..우리 언니도 이번에 발령받은 곳이 그 나이되도록 교직하면서 가장 최악이라고... 그래서 명퇴 고려하고 있어요.. ^^;; 학교가 참..남들이 보기엔 안정된 직장같지만 교사하기 참 힘든 것 같아요.


조희경 2010.07.19

토요일에 봤는데 많이 좋아졌더군요. 적당하게 활발하고 사람 잘 따르고요.. 좋은 입양처 없으면 병원에 근무하느 언니가 데려갈거래요~ 자격없는 사람에게 못키우게 하는 것은 단체가 활동하면서 제지해나갈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분류해놓고 못 키우게 할 수는 없으니 그게 답답한거죠. 그 구분을 법적으로 명시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건 차별이거든요.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반려동물 양육 세금을 부과하는 겁니다. 세금내고 떳덧이 키우고 1차적으로는 아무나 쉽게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제도가 있어도 완벽한 대안은 못되겠지만 없는 것 보다는 1차적으로 걸러지는 역할은 하죠. 그런데..세금 내라고 하면 애견인들이 들고 일어날거에요. ㅠ.ㅠ 아마 동물단체 회원들 중에서도 현실적으로 자기 발등에 떨어지면 반대할 것 같으네요. 등록제도 말이 많잖아요. 제 생각은 세금 부과하고 애견인들이 정당한 권리도 보장받고,,.그렇게 가는게 좋지 않을까요?


박경화 2010.07.19

뭐라고 해도... 책임지지 못한다면... 생명을 돌보는 걸 못 하게 해야한다고 생각됩니다. 전... 이건 동물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적용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돌봄을 받지 못하는 그 아이들이 결국 다시 또 사회에서 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는 거... 분명 가난하지만 마음은 따뜻해서 아이들을 잘 건사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이런 분들도 기본적인 생계는 어느 정도 된다는거죠. 그 정도 밑이라면... 아이든 동물이든... 생명의 존엄성이 지켜지기 위해서 가이드 라인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직장 생활하면서 씁쓸한 경우 많이 봐요. 최근 저희 선배언니는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아이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항상 일 생기면 도망쳐서 선생님께 전화하라고 얘기하고 결국 새벽에 일터져서 택시타고 인천에서 부천까지가서(집과 학교는 다른 시니깐요..) 경찰을 통해서 새벽 2시에 기관에 보내졌어요... 선배언니가 이번에 옮기면서 안 좋은... 것두 많이 안 좋은 학구에 갔는데... 매일매일이 전쟁에 씁쓸함에 좌절만 는다니깐요. 그냥 다들 이년 빨리 채우고 다른 학교가! 라고 얘기해 줄 수 밖에 없어요. 나랏님도 구제 못하니깐요...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책임도 못지고 남에게 손 벌릴거면 동물을 키우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도리어 생명경시만 커질뿐이겠죠... 발발이는 좀 나아졌나요? 녀석의 모습이 자꾸 많이 어른거리더라구요.


윤정임 2010.07.19

저번주에도 그리고 오늘도 복지관에서 상담전화를 받았습니다. 복지관에서 관리하는 기초생활수급자인데(주로 혼자사는 분들이죠) 너무 많은 동물들을 키워 이웃들과의 불화로 강제퇴거명령이 떨어졌고 또는 병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이 동물들을 어찌해야 하냐는 내용입니다.. 한번은 복지관측에서 관내 외로운 독거노인들을 위해 동물을 분양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작년엔 10평남짓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13마리 고양이와 1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는 기초수급자에게 강제퇴거명령이 떨어졌는데 끝까지 나가기를 거부하고 고양이들을 저희가 인수해 주겠다고 설득도 했지만 끝까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았던 주민을 관리사무소측에서 소송을 진행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아주머니 사실은 정신 상태가 온전하다고 말할수는 없었습니다. 자기 자식에겐 욕지꺼리를 해대면서 고양이들은 불쌍해서 절대로 보내지 않겠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전화로 내가 기초생활수급자인데 하면서 상담을 요청한 한 아주머니는 키우는 개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병원비가 감당이 안된다.. 저번에도 여기서 도와줬었는데 이번에도 도와달라... 내가 형편은 어렵지만 동물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이다합니다. 사실 알게모르게 편견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경숙 2010.07.19

읽는 내내...저도...가슴이 아리네요....


길지연 2010.07.18

우리 동네에도 정신 지체아가 개를 키우는데 엄청 학대핸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가보니 개는 어디로 가고 딸과 아비만 있는데 딸이 지체아니니 그 수급을 받아 아비라는 인간이 날마다 술만 퍼 먹고....


조희경 2010.07.18

기초생활수급자이신 분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은 아닙니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서로 의지하는 존재를 잘 돌보며 사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이런 생각 중에도 우리 애들은 좀 더 형편이 나은 집으로 입양보내고 싶고..이 이중성....ㅠ.ㅠ 그런데 어제 본 광경은 뭔가 평범한 정신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인생에서 더이상의 희망을 갖기 힘든, 제도에 의해 삶을 유지해나가는 그런 모습을 보며 내 한몸도 스스로 책임지기 힘든데 자꾸 개 끌어안으려 하는 그 모습을 보며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자격 제한도 생각나고 그러다보니 사회의 약자에 대한 차별의 정의를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여러 상념에 젖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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