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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불러주지 못한 이름 희망이 그리고 소망이..


한 번도 불러주지 못한 이름 희망이 그리고 소망이.. 한 번도 불러주지 못한 이름 희망이 그리고 소망이..

안녕하세요..언젠가부터 쥐꼬리만큼 후원만 드리고..제 맘이 버거워 애써 현실을 외면하느라 잘 들어오지 않다가..막상 제가 힘든 일이 생기고 나니 달리 속 털어 놓을 곳이 없어 오랜만에 찾은 불청객입니다.속도 털고 조언도 얻고자 하니 경험 많은 분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난 토요일..제가 일하는 곳 외부 창고에서 같이 일하는 친구가 태어난지 얼마 안 된 고양이 두 마리를 찾았습니다.워낙 사람 발길이 적은 곳이라 방치된지 오래인지 한 녀석은 이미 떠나고 다른 한 녀석만 겨우 숨이 붙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얘기가 돌고 돌아 제가 알게 되고 어머니께 여쭈어 평소에 저희 집 똥강아지들이 다니던 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먼저 발톱을 깎아 주시고 3주 밖엔 안 된 어린 녀석이라 혈관 주사는 놓을 수 없다시며 이유식같은 걸 먹이셨습니다만 잘 먹지는 못 하는 것 같았습니다.아주 조금씩 넣어주는데도 코로 커품이 되어 보글보글 나오고..한참을 보고 있다가 먹고 있기는 한 건지 여쭤보니 조금씩 먹고는 있다고 하시더군요..중간중간 배변도 시키시려고 했지만 거의 나오는 게 없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병원에 왔고 조금씩이나마 먹고있다 하시니..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하며 다시 일을 하러 갔다 밤 늦게 퇴근을 했습니다.집에 와서 어머니께 고양이도 한 마리 키우게 될 것 같다고 이름은 희망이라고 지었다고 말씀드리고..오년 전 겨울에 박스에 버려져 있던 녀석을 어머니께서 데려 온 막둥이에게 드디어 막내를 벗어나는구나..하고 농담도 했으니 아마도 전 희망이가 살게 될 거라는 마음이 더 컸나봅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일요일..출근 전에 전화를 드려보니 선생님 말씀이 별로 좋지 않으셨습니다.마치 보낼 준비를 하시라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출근을 해서도 일이 영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가서 얼굴을 좀 볼까..네 이름이 희망이니까 기운내서 얼른 일어나라고 말을 해줄까..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도 일에 매인 몸이다보니 그런 행동들은 이별을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살 수 있을거야..하고 스스로를 정당화시키며 참았습니다.그리고 그날 밤까지도 희망이는 살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결국 녀석이 떠났습니다.병원에서 전화를 받고 그냥 한참을 멍하다가 처음 희망이를 발견한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같이 병원에 갔습니다.그때만 해도 덤덤하거나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하지만 막상 이틀 전 처럼 미동조차도 하지 않는 녀석을 품에 안았을 때..

그 짧은 삶을 추위와 배고픔으로만 보내다 결국 그렇게 떠나버린 녀석이 너무 불쌍해서 제 설움에..머지 않아 노총각 소리를 들을 머스마가 녀석을 받아들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제가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지금까지 삼십 년이란 세월 동안 저희 집에는 항상 동물들이 있었고 또 그만큼 좋은 기억도 아픈 기억도 있기에..겨우 이틀 전에 알게 되어 정 붙일 시간도 없던 길냥이의 죽음이 그렇게 아플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살아날 거라 믿었기 때문인지..희망이가 똥강아지 세 녀석이랑 부대끼고 잘 살까..그것도 나름 참 재밌겠구나..캣그래스도 사고 캣타워도 사야 할까?..혼자 생각하며 만들었던 녀석의 자리가 갑자기 텅 비어버렸기 때문인지..혹시 병원으로 데려오지 말고 집으로 가서 돌보았다면 살았을까..하는 죄책감 때문인지..그렇게 한참을 울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떠난 녀석은 보내야 하니..녀석들을 처음 찾았던 곳에 가서 이틀 전에 묻었던 제 형제를 다시 꺼내어 자리를 옮겨 함께 묻어줬습니다.그렇게 비가 오는 차가운 날에..어찌나 미안하던지요..혹시나 다시 파헤쳐질까 걱정되어 좋은 자리도 못 잡고 건물을 허물기 전엔 개발 허가가 나올 리 없는 건물 바로 가까이 뒤뜰에 묻으면서도 참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혹시나 길고양이라서 선생님이 최선을 다 하시지 않은 걸까 의심도 되고..돈은 걱정 마시고 살려만 주세요 말씀을 드렸더라면 살았을까 싶기도 하고..집으로 데려와서 따뜻하게 해주고 살살 부벼서 열도 내고 신진대사를 최대한 살리면서 영양제를 조금씩이라도 먹이고 코가 막히면 선생님처럼 녀석을 통재로 들고 털어줄 게 아니라 살살 코를 입으로 빨아줬다면 기운을 차릴 수도 있었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그때는 미처 생각 못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이런 방법도 있을 것 같기에 여쭤봅니다.제가 듣기 나쁜 말씀이라도 좋습니다.희망이를 살릴 더 좋은 방법을 제가 미처 찾지 못했던 거라면 제발 알려주세요..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희망이가 떠난 날 밤에...처음 희망이를 찾아낸 친구가 찍어 둔 사진을 받아 어머니께 보여드렸더니 그런 걸 이제와서 왜 보여주냐시며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니..다음 날 출근 하는 길에 희망이보다 먼저 떠난 녀석을 소망이라고 부르자고 하시더군요,,그렇게 출근을 해서도 종일 머리 속에서 생각이 떠나지를 않아 중간에 잠시 둘을 묻어 둔 곳에 가서 미안하다 중얼거리며 울다가 왔습니다.몸 따로 마음 따로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방금 집에 돌아왔지만..희망이가 떠난 지 이제 겨우 이틀 째 밤인데 시간이 너무나 깁니다..

누구나 한 번 살다 간다지만 스무 날 남짓한 그 짧은 삶마저 추위와 배고픔으로 가득했을 힘 없고 어린 생명..기특하게도 희망이는 잘 버텨주어서 제 품까지 왔던 것을 제가 어리석어 허무하게 보내고 말았다는 게 미안하고 불쌍해서 견디기가 힘듭니다..

이제 그녀석들 앞에서 희망아 소망아..이제 더는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은 곳에서 편하게 잘 쉬라고 백 번 천 번을 말해 본들..어찌 이게 이미 떠난 녀석들을 위한 말이 될 수 있을까요..그저 제 자신을 위로하려고 떠드는 신소리일 뿐..

제발 경험 많으신 분들께서 제가 잘못 행동한 부분을 말씀해주세요.다시 언젠가 힘 없고 나약한 친구들의 생명이 부득이하게 제 손에 달리게 되었을 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가르쳐주세요.힘듭니다.정말 이 죄책감이 너무나 버겁습니다.

부디 가르쳐주세요..다시는 희망이 같은 일이 없도록..부탁 드립니다..

단 한 장 뿐인 희망이 사진입니다..너무 아픈 모습이라 볼 때 마다 가슴 아프지만 간직하려 합니다.새기고 또 새겨서 같은 잘못도 두 번 다시 하지 말고 짧은 인연이었지만 제 품에서 잠시 숨 쉬던 생명 영원히 기억하렵니다.

그리고 정말 아무 쓸모 없는 말이겠지만 그래도 부디..희망이,소망이 함께 다시는 춥지 않고 배고프지 않은 곳에서 행복하길 바랍니다..편히 쉬다가 다시 태어나서 꼭 제게 왔으면 좋겠습니다.이 미안함 마음 몇 배로 다 갚을 수 있게..제발..제발..




댓글

장은주 2012.11.10

...정말 가슴아프네요..하지만 힘내세요 재은님덕분에 고양이들이 따뜻한 추억을 조금이나마 안고 갔을 것 같애요 너무자책하지 마시구요,, 하늘이 재은님에게 또다른 선물을 줄지도 모르잔아요 !!^^ 고양이들은 행복하게 잘 있을거에요


밍구 2012.11.08

에고..가슴이 너무 아픕니다..무지개 다리 건너기 전 재은님께서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셨네요..하늘나라에서는 부디 행복하게 지내렴..


이경숙 2012.11.07

ㅠㅠ...희망이 소망이...편안하길...맘이 아프네요...ㅠㅠ


강연정 2012.11.07

남들이 보기에 그게 최선이었다 해도 내 자신이 보았을 때에는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만 보이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희망이, 소망이가 짧디짧은 인생을 살다 아련하게 가버렸지만,,아마 머지않아 다른 건강한 모습으로 재은님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누군가를 살리는 것도 참 대단하고 고귀한 일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는 것도 소중한 일이라 생각해요..추운 곳에서 아무도 모른 채로 생명 꺼지지 않게 해주셔서,,희망이,소망이 두 녀석, 끝까지 외롭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정진아 2012.11.07

희망이 마지막 가는 길을 외롭고 춥지 않게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송아 2012.11.07

소중한 생명을 그냥 지나지치 않은 그 마음에 감동과 함께... 떠나보내며 얼마나 아팠을지.. 글을 읽으며 저도 눈물이 납니다. 희망이, 소망이에게 세상에 태어나 따뜻한 보살핌을 잠시나마 받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지개 다리 너머에서 고마워하고 있을거에요. 재은님, 힘내세요.


윤정임 2012.11.07

저에게 같은 상황이 생겼어도 재은님과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조금만 더 현명하게 했었으면...이랬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하며 자책하고 괴로워했을거예요. 이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일 거예요..아기가 많이 어려서 그 시간을 버텨준 것 만으로도 대견합니다. 어미에게 보살핌을 받지 못한 어린아기들은 발견이 되어도 보통은 하루이틀을 넘기기가 힘들어요. 재은님의 마음씀에 많이 버텨주고 춥지 않게 간 것이니 절대 오랜시간 마음을 다쳐 힘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같은 상황이 발생하여도 외면하지 마시고 작은생명을 위해 지금처럼 활동해주세요.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재은님께서는 꼬물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소망이와 희망이의 명복을 빕니다.


김용현 2012.11.07

마음이 아프네요. 자신을 위해서 마음써주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갔을 겁니다. 어린 고양이는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은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셨네요.


최지혜 2012.11.07

ㅠㅠ 넘 슬프네요..아마도 이것이 길냥이들에게 처해진 운명?같은 것이 아닐까,,생각해봅니다.. 어쩜 희망이는 재은님에게 발견되어 사람의 따뜻한 품을 한번이라도 거처 간것이 행복이라면 행복일까요? 길냥이들은 정말 외롭고,힘들게 살아갑니다. 그런데다가 아직까지 고양이는 요물이라며 안좋은 인식까지..ㅠㅠ 날씨가 추워지니 길냥이들은 더욱더 살아가기 힘들겠지요? 저도 불쌍한 동물들땜,,갈수록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아 넘 힘든데, 재은님이 글올리신것 보니 많이 아파하시는게 느껴지네요. 힘내세요!!희망이는 지금쯤 춥지않은 곳에서 행복하게 있을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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