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대기업인 한화호텔엔드리조트(이하 한화)가 서울 63씨월드와 여수, 제주에 이어 네 번째로 일산에 아쿠아플라넷이라는 이름의 수족관을 개장했다. 한화는 일산 아쿠아플라넷이 총 830억원을 투자해 총 22종, 2만 5000마리 동물을 전시하는 시설이며, 수족관이면서 원숭이, 재규어, 앵무새 등의 육상동물을 전시했다며 “융합의 시대에 육해공의 모든 생물을 만나볼 수 있는 신개념의 아쿠아리움”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수족관’이라는 실내 공간에 육상 야생동물인 재규어를 전시하는 이 ‘융합형’ 동물 전시 형태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 일산 아쿠아플라넷은 재규어를 야외 방사장도 없이 건물 3층에 위치한 마치 유리관 같은 밀폐된 사육장에 전시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전시할 때는 그 크기를 막론하고 동물이 바깥공기와 자연채광에 노출될 수 있는 야외 방사장과 동물이 비바람을 피하거나 관람객의 시선을 피해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아쿠아플라넷의 재규어 사육장은 전면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고 360도 전 방향에서 관람객에게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몸을 숨길 수 있는 내실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재규어는 밀폐된 유리관 안에서 사람의 눈길을 피해 몸을 숨길 공간도 없는 실험실의 쥐나 다름없는 신세인 것이다.
재규어는 삼림, 습지, 초원 등 다양한 환경의 서식지에서 하루 85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영역을 이동하며 사냥하는 동물이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7분의 1일에 해당하는 크기다. 더구나 재규어는 큰고양잇과에서는 유일하게 강에서 수영하며 해양생물을 사냥하는 습성이 있는 동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쿠아리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아쿠아플라넷의 재규어 전시장에는 몸에 물을 묻힐 수 있는 인공 연못 하나도 없다. 830억이라는 비용을 투자할 때 동물의 복지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다.
바다코끼리, 물범, 펭귄 등 서식지 환경이 우리나라와는 전혀 틀린 해양동물을 좁은 공간에 전시하는 수족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비인도성은 둘째 치고라도, 건물 내에 전시하는 것이 극도로 부적합한 종을 단지 손님끌기 용으로 데려와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시설조차 마련하지 않고 광고의 대상으로 써먹는 한화 아쿠아플라넷의 비윤리적 경영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동물자유연대는 한화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재규어, 원숭이 등 모든 육상 야생동물이 바깥공기를 숨쉴 수 있도록 야외 방사장을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 환경부는 야생동물이 실내에서 ‘밀폐사육’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야외, 실내 방사장과 은신처의 의무 설치 규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4년 4월 10일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