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 전 12월 21일은 우리 봄(보테)이가 저에게 와서 견생 2회차를 시작한 지 만 5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입양하기 전에 심장 사상충 치료를 받고 왔고 아가를 많이 나아 아랫니 앞니가 모두 빠져 있는 상태에 비쩍 마른 아이가 와서 보스턴테리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너무 착하고 순하고 문제라면 분리불안이 좀 있다는 것 외에는 정말 너무 저에게 와서 오히려 저의 봄이 되어준 아이였죠.
앞서 보스턴테리어 아이를 뇌종양으로 잃었던 슬픔에 빠져 있다가 봄이를 만나게 되어 하루하루 위로받으며 사랑해 주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12월 초. 저와 봄이에게 청천병력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직장 때문에 유치원에 보냈는데, 유치원 선생님께서 변이 검다고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어요.
그 전에 이미 변이 검다는 생각을 했는데 문제가 있는것이라 판단을 못한 제 불찰입니다.
밥을 덥석 먹는 아이가 아니라 식욕이 없는 것은 걱정을 안했는데, 유치원 선생님 말씀을 들은 그 주 하루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주말에 황급히 병원을 찾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드렸더니 건강검진을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건강검진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가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차트 설명을 듣던 중, 선생님께서 이상한 점이 있는데 병원의 기기 문제 일 수 있으니 피검사를 다시 해보시겠다고 했어요. 문제로 나타난 수치는 혈소판 수치였는데, 정상 범위가 300-500 정도인데 봄이가 3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적혈구 수치도 매우 떨어져서 빈혈이 심할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어요.
조카가 어릴 적에 혈소판 감소증을 앓은 적이 있어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주말이라 일단 혈소판 감소증의 주 원인일 수 있는 바베시아 진드기 pcr을 하기 위해 피를 뽑고, 혹시나 필요할 수도 있을 수혈을 위해 혈액형 검사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처방해 주신 약이 너무 많아서 하루 2번 먹여야 하는데, 봄이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하루 한 번을 먹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말 동안 처방 받은 약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보기 위해 월요일에 다시 병원에 피검사를 하러 갔습니다.
혈소판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고 적혈구만 약간 올라온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화요일 약이 잘 듣는지 컨디션이 좋더라고요.
하루를 잘 보냈는데, 그날 밤 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갑자기 봄이가 짙은 갈색의 토를 계속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토한 것을 막 먹길래 안그래도 된다고 치우면서 '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만 했는데,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총 4번에 흑색 토를 했습니다. 인터넷을 막 찾아보고 24시간 병원에 데리고 뛰어갔죠.
그런데 그 병원에서도 제가 다니는 병원과 같은 처방만 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PCR 검사가 수요일 결과가 나오는 지라, 저는 구토를 멈추게만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다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면서 또 피를 토하기 시작했어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봄이를 데리고 병원 오픈하기도 전에 달렸갔습니다.
선생님께 이야기를 드리고 혈장 수혈을 한 후에 다시 상담을 했는데, 큰 병원으로 가야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집에 가서 다시 토를 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차트를 다 넘겨 놓을 테니 바로 가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혈장 수혈을 마치고 와서 다시 갈색 토를 하기 시작해 병원에 연락을 드리고 바로 큰 병원 중환자실로 갔습니다.
너무 위급한 상황이라 바로 입원을 시키고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마침 바베시아 진드기 pcr 검사도 음성으로 나와 봄이의 증상은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이라고 진단되었습니다.
문제는 위장관 출혈이 있는데, 혈소판 감소증 때문에 지혈이 안되서 계속 출혈이 생기고, 혈소판 감소증의 가장 중요한 약이 스테로이드인데, 스테로이드를 쓰게 되면 위장관 출혈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었죠.
이미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가 살아서 나오지 못했던 아이를 경험한지라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두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 예고도 없이 찾아 온 것만 같았거든요...
최근 신약이 나왔으니 경과가 느리다는 선생님의 안내를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분리불안이 심한데도 아이를 두고 나와야 했고, 영문도 모르고 피가 모자라 기운도 없는 아이를 병원에 두고 오는 것이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입원 이튿날, 병원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봄이를 보니, 뭔가 저보다 강한, 생명력이 강한 느낌이었어요.
그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위로가 되더라고요.
선생님과 상담했지만, 전혀 차도는 없었고, 항암제며 최대한 신약이란 신약을 다 쓰겠다고 동의를 구하시는 선생님의 바지가랑이라도 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약속된 입원 나흘 차에, 선생님이 퇴원을 하고 집에서 보라고 하시는데, 개인적으로 차도가 전혀 없어 보이는 아이를 가라고 하시니 선생님이 포기하시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어요.
그런데 퇴원 이틀 후, 다시 검진 갔을 때, 조금씩 혈소판이 오르기 시작하더라고요.
0-3 정도이던 혈소판이 159가 나온 거예요. 정말 그 자리에서 울어 버렸네요.
차도가 있어서 약을 스테로이드로 조금씩 바꾸니, 식욕이 올라 지금은 잘 먹으며 잘 버티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12월 7일 정도 부터 있던 일이에요.
중환자실에서 다시 살아 나오지 못할 것 같았던 봄이는 지금 여전히 독한 약으로 혈소판 및 면역을 위한 약과 위장관 출혈을 막는 약을 먹고 있지만, 밥도 잘 먹고 생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이렇게 다시 살아서 저와 다시 살게 되어 얼마나 대견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생일에는 예쁜 케익에 파티도 해주었어요.
아마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우리 봄이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준게 아닌가 싶어요.
다시 한번 우리 봄이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저보다 적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남은 견생 더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돌보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데이아빠 2022-12-30 20:34 | 삭제
아이쿠 정말 고생많으셨네요
새해에는 더 건강한 봄이가 되길 빌어요
몽이언니 2023-01-03 13:30 | 삭제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ㅠㅠ
봄이가 가족분들의 마음을 느껴서 잘 이겨냐주었나봐요
봄이도 너무 대견하고 그런 봄이 옆에 가족분들이 있어주셔서 다행이에요!
봄아 2023년에는 아프지말고 열심히 뛰뛰하면서 맛있는것도 많이 먹고, 가족들이랑 행복한 시간으로 추억쌓아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