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그림이를 처음 만난 순간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악취가 나는 비닐하우스 번식장 안, 플라스틱 바구니 속에 새끼 한 마리와 꼬질꼬질한 그림이가 있었습니다. 그림이는 새끼와 함께 케이지에 실려 온센터로 향했습니다. 새끼들과 모견은 모두 온센터로 향하는 차에 실려 이동했는데, 우연히도 그림이의 케이지가 제 옆자리에 실려 있었습니다. 먼 길을 이동해야 하는 구조 동물들이 걱정되어 케이지 틈새로 계속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는데, 그림이의 눈이 이상했습니다. 한쪽 눈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각막이 찢긴 듯 보였습니다. 그림이는 눈이 아파서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눈을 똑바로 뜨지도 못해서 게슴츠레 한 표정이 너무나 슬퍼 보였습니다. 이런 가여운 모습의 그림이가 제 마음속에 깊숙하게 박혀 버렸습니다. 치매로 갖은 고생을 다 하고 떠나보낸 반려견과 함께했던 나라면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이 친구를 잘 돌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살리기엔 이미 늦어버린 오른쪽 눈의 적출 수술을 하고 다시 온센터에 돌아왔을 때는 고통이 사라진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람을 빤히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다가와 작은 몸을 살며시 기댔습니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뜬장 안 작은 플라스틱 박스에 등을 돌리고 웅크리던 그림이도 사람의 온기 가득한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 사랑이 고픈 친구였습니다.
작고 귀여운 그림이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았습니다. 나보다 더 좋은 환경과 나보다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가족이 나타난다면 마음에서 놓아주려 했습니다. 하지만 구조 이후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진행된 곤지암번식장 구조견 입양홍보에도 그림이의 입양신청자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한쪽 눈이 없어서인지, (지금은 슬개골수술을 해서 곧게 펴졌지만) 굽어버린 다리때문인지, 쭈글쭈글한 피부에 이빨도 거의 없어 혀가 삐죽 나오고 추정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여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눈엔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예쁜 동물인데 신청자가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그림이는 집에 오자마자 바로 적응했습니다 :) 쉬도 패드에 예쁘게 싸고 밥도 너무 잘 먹고 누워 있으면 쪼르르 달려와 옆에 같이 누워 제 몸에 머리를 기댑니다. 제가 집안에서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작은 발로 도도도도 도도도도 쫓아다니느라 바쁘고요. 자다가 문득 눈을 뜨면 제 곁에 누워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제가 마주 보면 쓰다듬어 달라고 손짓합니다. 이제, 그림이도 아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을요.
저는 그림이 덕분에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 그림이도 제 마음과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제일 좋은 음식을 먹이고 세상 편안한 곳에서 쉴 수 있게 하고 가장 큰 사랑을 줄 생각입니다.
완벽한 반려동물 그림이가 제 품에 올 수 있도록 구조해주신 구조팀, 그동안 돌봐주신 동물관리팀, 시민들에게 사연을 알리고 호소해 준 온사업2팀, 입양절차를 진행해 준 온사업1팀 그리고 동물자유연대 모두 고맙습니다.
그림이의 입양 후 삶이 궁금하신 분들은 그리밍 인스타그램에 놀러오세요 :) @draw_grimm
최윤정 2021-07-13 09:16 | 삭제
감동적이예요~읽는동안 미안해서 눈물이 떨어지네요ㅠㅠ 그림이 너무 이쁩니다~ 그림아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