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산불 재난 속 사망한 닭 여명이를 애도하며

온 이야기

산불 재난 속 사망한 닭 여명이를 애도하며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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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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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아. 너에게는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름이려나. 아침이 다가오는 새벽, 여명을 알리는 일은 너의 본능에 깊이 새겨진 일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네가 갇혀있던 곳에서의 새벽과 아침은 자연의 리듬에서 단절된, 그저 공허한 울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네가 뻔하고 당연하게 누려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생각해 본다. 흙 위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먼지 목욕을 즐기고, 주변을 탐색하며 곡식과 벌레를 찾아다니는 일. 풀밭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높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 안전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일.




본래 네가 마땅히 가져야 할, 이 모든 본능적인 행복을 너는 누리지 못했다. 무너진 판넬로 만들어진 좁은 곳이 네가 있던 곳이었다. 불길에 닭장이 무너져내리고, 너는 필사적으로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낮은 비행을 했을 것이다. 너는 화마가 덮치고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에야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사실에 끝없이 아득한 기분이 든다.

나는 네가 다채로운 세상을 본다는 것을 안다. 아니 사실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닭의 눈은 인간보다 훨씬 넓은 색역을 볼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좁은 닭장에 갇혀 있다 겨우 빠져나온 바깥세상이 불길과 연기로 가득했다는 게 얼마나 잔인한 아이러니인지. 네가 마침내 경험한 자유의 순간을 재난 속에서 맞이해야 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무너진 닭장 뒤편에는 푸른 나무와 산, 넓은 밭이 펼쳐져 있었다. 네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을 풍경. 네가 네 몸 그대로, 너의 본성을 억압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면 이 세상이 너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여명아, 너에게 꼭 얘기해 주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덕분에 화상 입은 고양이 온샘이를 살릴 수 있었다. 내가 너를 그곳에서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다른 방향으로 향할 예정이었고, 너를 차에 태워 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그 되돌아가던 길에 절뚝이며 걸어가던 온샘이를 만났다. 그러니까 네가 온샘이를 살렸다.



너를 차에 태우고 오래전 식탁에 오르는 동물을 생각하며 만들었던 노래를 틀고서 달렸다. 그런데 병원으로 향하던 중 네가 푸드덕거리며 날개짓을 했고, 곧장 너의 숨이 멈췄다. 다 타버린 날개로 온힘을 짜내어 허공을 더듬는 듯했던 마지막 날갯짓이었다.

마지막 날갯짓을 보며 나는 다른 세상을 상상했다. 너는 눈에 다양한 색채와 음영을 담고, 몸에는 따뜻한 햇빛을, 발가락 사이에는 부드러운 흙을 품는다. 여명이 네가 한번 더 이 세상을 살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인간의 세계와 멀리서 너는 너인 채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수많은 '여명이'의 삶에 작은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기를 소망한다.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어가는 방식에 존엄이 깃들기를 바란다. 언젠가 모든 여명이들이 자연의 리듬 속에서, 그들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꿈꾼다.

여명아, 어디선가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고, 여명의 빛을 만끽하고 있기를 바라. 너를 기억할게. 안녕.


동물에게 재난의 고통은 더욱 가혹합니다. 대피할 수 없는 몸을 가진 이들, 피해조차 호소할 수 없이 몸이 묶인 존재들은 도망칠 선택권조차 없고, 재난 속에서 또 다른 재난을 맞닥뜨립니다.

축산화에 가둬진 농장동물들은 생명이라는 인식보다 '식용', '재산'으로만 인지됩니다. 재난이 닥쳤을 때, 이들의 죽음은 오로지 재산 피해의 숫자로만 집계될 뿐입니다. "폭염으로 돼지 500여 마리 폐사", "육계 농장 화재로 닭 2만5천 마리 소실" 등의 표현 속에서 각 생명체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은 완전히 지워집니다. 몸에 가격표가 붙여지는 존재, 즉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되는 생명들의 비극이 여기에 있습니다.



대피할 수 없이 우리와 케이지에 가둬진 동물들은 재난 발생 시 인간의 도움 없이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비극적인 점은 이들이 재난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 도살장으로 향해야 할 운명을 진 채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생존권이 본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재난은 그저 또 다른 형태의 죽음일 뿐입니다.

야생동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은 산불과 같은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에 노출됩니다. 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이 자원이 고갈되면서 이들의 생존은 심각하게 위협받습니다. 변화하는 기후와 늘어나는 자연재해는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한 많은 종들에게 더욱 가혹한 현실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재난 상황에서 모든 생명체의 고통에 주목해야 합니다. 또한 재난 보도와 피해 산정 시 동물의 피해도 단순한 재산 손실이 아닌 생명의 손실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동물이 배제되지 않는 안전지대가 마련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약자, 나아가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또한, 평상시에도 동물들의 복지와 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을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재난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거울과 같습니다. 그 거울 속에 비친 동물들의 처지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모든 생명체를 향한 윤리적 책임의 실천이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인간만이 아닌 모든 생명체의 안전과 복지를 고려하는 사회를 위해 동물자유연대는 앞으로도 인식과 제도 모두가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루빨리 산불 피해로 고통받는 이들이 재난 이전의 일상과 삶으로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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