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부고] 고통을 묵묵히 견디던 티벳이 별이 되었습니다.

2025년 12월 2일, 고통을 묵묵히 견디던 티벳이 별이 되었습니다. 


올해 6월, 티벳은 길에서 생활하던 중 흉부에 큰 종양을 매달고 있어 구조되었습니다. 


티벳은 심한 병들을 앓고 있었습니다. 종양 제거 수술과 여러 치료는 힘겨웠을 겁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그 과정을 받아주고 몸 상태를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종양이 간과 폐까지 전이됐습니다. 마취와 수술을 할 수 없는 몸 상태여서 입퇴원을 반복했습니다. 폐 종양을 처치하며 티벳의 시간이 좀 더 느리게 흐르기를 바랐습니다. 


몸이 아파도 티벳은 같은 방의 고양이들에게 무심한 듯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자기의 숨숨집까지 들어와도 싫은 기색 없이 조용히 옆을 내주었습니다. 자기 방에 있는 시간보다 다른 방에 있는 때가 더욱 많았습니다. 숨숨집에서도 캣티오에서도 느긋하게 잠을 자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긴 시간 동안 홀로 투병하다 구조된 티벳. 온캣의 고양이들과 활동가와 보낸 지난 반년 간이 외롭지 않던 시간이었기를. 더는 고통 없는 여정에 평온함이 깃들기를 바라며 활동가의 편지를 전합니다. 


훌쩍 떠난 여행길은 괜찮아? 나는 아직 네가 많이 보고싶어. 어찌보면 갑작스러운 이별도 아니고 차츰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고 믿었는데 역시 평생 할 수 없는 준비였나봐.


심드렁한 표정과 투박한 표현 속 다정이 가득했던 널 보면서 우린 웃기도 많이 웃었는데. 맛있는 걸 들고 들어가면 매번 관심없는 듯 하지만 잠깐 자리를 피해주고 돌아오면 금새 비어있는 밥그릇 같은게, 복도산책도 안나올 듯 굴다가 어느 새 다른친구 방에 드러누워있는 노곤함 같은 게. 참 좋았어. 그래서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맛있는 것들이 밥그릇에 남는 날이 많아지고, 제일 좋아하던 해밀이를 만나러 가는 네 발걸음이 점점 절뚝이고 느려지는 때가 잦아지는 게 그렇게 슬펐나봐. 그래도 넌 참 씩씩했고 나는 오래 슬플 틈 없이 그 자리를 응원으로 채우기에 바빴어. 그렇게 알게모르게 넌 우리에게 매번이 다정했던거야. 그래서 그저 조금만 더, 더 아주 짧더라도 조금만 더. 우리가 같이 있을 시간이 있길 매일 바랬어. 그 바램이 너에게 너무 이기적인 벅참이 아니었길, 그 간절함으로 네 시간들과 순간들을 우리가 참 많이 사랑했다는 걸 알아줘. 우리가 함께보낸 반년 남짓한 네 귀한 마지막 시간들이 좋았던 것들로만 가득했다면 좋겠다.


그래도. 티벳이가 좋아하는 친구들 곁에서, 티벳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어서 다행이야. 우리 모두가 너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했고 또 기억했어. 그러니까, 너무 외롭지않게 좋고 예쁜 것들 가득 안고 갔기를 바래. 우리 곁에 선물처럼 와줘서 고마워. 너무 좋고 아끼는 귀한 선물 열어보듯 내가 우리 티벳이 자주 생각하고 자주 열어볼게. 너무 숨차지 않게 천천히 천천히 여행해야해. 도착하면 잘 도착했다고 내 꿈에 인사하러 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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