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누군가의 기억 한편에 초코가 존재해 괜찮은 날입니다.

온 이야기

누군가의 기억 한편에 초코가 존재해 괜찮은 날입니다.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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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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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추석입니다. 가을이 되었지만, 여전히 덥고, 뜬금없이 비가 내립니다. 추석 즈음에는 꽤 선선했던 것 같은데, 이전의 날씨가 얼마나 좋았는지 이제 가물가물합니다. 막 한 두 살이 된 동물들은 쾌청한 가을의 기억을 많이 쌓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좀 착잡하기도 합니다.



<초코와 울라>

보호소의 명절은 조금 외로운 구석이 있습니다. 활동가가 동물 곁에 있긴 하지만, 어쩐지 미안함이 마음을 할큅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오랜 시간 우리와 명절을 보낸 초코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초코는 2012년, 구미의 개농장에서 구조되었습니다. 초코에게는 떼어놓을 수 없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초코의 친구 울라, 서로를 오래 의지했고 매일을 함께 보냈습니다. 2022년 울라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초코는 남겨졌습니다. 그리고 초코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러운 늙음을 겪어내고 있습니다.








초코는 온센터 친구들 중 3번째로 덩치가 큰 친구입니다. 커다란 덩치만큼 크게 귀엽습니다. 초코를 표현하는 한 단어를 생각하자면 단연코 귀여움입니다. 위아래로 펄럭이는 귀, 손바닥을 가득 채울 만큼 널따란 발. 선명히 빛나는 초코색 눈동자는 야무지게 말을 겁니다. 자신만의 언어로 사랑을 보내고 또 갈구합니다. 초코의 방이 대형견사에서 사무실로 바뀌었습니다. 사무실은 같은 공간에 상시 사람이 있어 밀착 돌봄이 가능합니다. 최근 초코는 사무실로 방을 옮겼습니다. 사무실은 사람과 오랜 시간 붙어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람에게 애착이 있는 동물들이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사랑이 넘쳐 흐르는 곳이지만, 마음 아픈 공간이기도 합니다. 견사에서 사무실로 방을 옮겼다는 건, 늙음으로 돌봄이 필요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2살 추정 무렵에 구조된 초코는 어느덧 13살이 되었습니다. 할머니 개가 된 초코는 어쩐지 몸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행동은 더 느려졌고,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합니다. 다행히 아직은 좋음이 늙음을 이겨, 애정하는 테라스 산책을 자주 즐깁니다. 튼실한 벽에 눈이 부신 날에도 초코는 온몸으로 해를 만끽합니다. 행복을 아주 잘 아는 개로 온센터와 함께 성장한 초코입니다.




그리고 초코는 이불에 누워있기를 좋아합니다. 보송한 이불은 보호소 생활 속 기쁨을 주는 물건 중 하나입니다. 폭닥한 그 이불에는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이불을 세탁하고 탈탈 털어 말리는 활동가들의 애정과 보호소 동물들을 위해 이불을 고이 접어 택배에 부친, 다정한 사람들의 마음의 켜켜이 묻어있습니다. 아마 초코도 그런 마음을 느껴 더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초코는 이불을 정말 사랑하지만, 사람을 더 좋아합니다. 초코에겐 특기가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의 다리를 터널 삼아 지나가는 일입니다. 동대문을 열어라 놀이를 하는 것처럼요. 다리 터널을 지나가는 중 살갑게 쓰다듬어 주면 기쁜 만큼 입을 크게 벌리고 아주 환히 웃습니다. 초코가 입을 아하고 크게 벌리고 있다면, 행복하다는 표현입니다. 그러니 혹시 초코가 그런 표정을 보여준다면 같이 기뻐해 주셔도 좋습니다.





사무실에서 초코는 크게 입을 벌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사무실 생활이 다행히 큰 행복인 듯합니다. 아 참, 초코에게 추석 선물이 왔습니다. 예쁜 모양을 한 추석 간식이 잔뜩 와서 신나게 실컷 먹었습니다. 택배 상자에 적힌 동물 이름을 볼 때면, 마음이 뭉클합니다. 누군가 보호소에서 평생을 살아내는 동물을 기억해 준다는 사실에 활동가들의 마음에도 추석이 왔습니다. 덕분에 명절의 외로움을 많이 덜어냈습니다. 온센터 동물들에게 사랑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초코는 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간식도, 밥도 든든히 먹었습니다. 좋아하는 테라스 산책도 매일 합니다. 무엇보다 초코가 머리를 들이밀고 눈을 살짝 위로 치켜뜨면, 모두가 사랑을 가득 담아 쓰다듬어 줍니다. 초코와 우리는 서로의 가장 큰 사랑이 되어 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멀리서 초코를 기억해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기억 한편에 초코가 존재해 괜찮은 날입니다.


"Always on your side."

365일, 온센터의 동물들은 사람을 기다립니다. 마음 한편 동물들이 머물 공간을 내어주신다면, 보호소 동물들에게 꽤 괜찮은 날이 분명 찾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동물의 곁에 함께해 주세요. 그리고 모두 건강한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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